"다들 준비됐나요?"
서준이 회의실을 둘러보았다. 개발자들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지만, 그 속에는 이상한 흥분이 서려있었다.
"난이도 설정 기능 구현 완료했습니다."
"학습 패턴 분석 모듈도 기본 기능은 다 붙였어요."
"베타테스터 피드백 반영한 UI 개선도 끝났고요."
48시간 동안 팀은 거의 쉬지 않고 일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누구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이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유진이 마지막 테스트 결과를 보고했다.
"아니요."
서준이 말했다. 모두가 놀란 듯 그를 쳐다봤다.
"이건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에요. 다음엔 더 잘할 수 있겠죠."
팀원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완벽을 강요하던 그가 아닌, 성장을 이야기하는 리더가 되어있었다.
"이게 최선입니까?"
L사 교육사업부 이사의 날카로운 질문에 회의실이 얼어붙었다. 48시간 만에 완성한 업데이트 버전의 데모를 보여주는 중이었다.
"아닙니다."
서준의 대답에 하진이 놀란 듯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곧 그의 의도를 알아챘다.
"이게 최선이었다면, 저희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했겠죠."
서준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학생들이 Perfect를 써보고 피드백을 주고 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저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고 있고요."
회의실 한켠에서 박민우가 작게 미소 지었다.
"재미있는 접근이네요."
이사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보통은 '이것이 최선'이라고들 하는데... 솔직하시네요."
"네. 저희는 이제 불완전함을 인정하기로 했거든요. 대신..."
서준이 태블릿을 넘겼다. 실시간 피드백 데이터였다.
"사용자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오늘 잘했어."
회의가 끝나고, 박민우가 서준을 불러세웠다. 사무실 근처 작은 포장마차였다.
"덕분입니다."
"내 덕이 아니야."
박민우가 소주잔을 들었다.
"내가 세 번의 실패를 겪으면서 배운 게 있어. 실패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거야."
"과정이요?"
"그래. 넌 지금 실패하고 있지 않아. 성장하고 있는 거지."
박민우가 문득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L사와의 계약, 성사될 것 같아?"
"글쎄요... 50:50?"
"좋아, 아주 좋아."
"네?"
서준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확신에 차있던 예전의 너였다면 '100% 성공할 수 있습니다'라고 했을 텐데. 이제 불확실성을 인정할 줄 아는구나."
박민우가 안주를 집으며 말을 이었다.
"성공이든 실패든, 그건 결과일 뿐이야.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뭘 배우느냐지. 내가 처음 창업했을 때는 이걸 몰랐어."
"스타트업 실패 후 재기하신 과정이 궁금했는데..."
"아, 그때 말이지..."
박민우의 회상이 시작됐다.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그들의 대화는 이어졌다.
다음날 아침, Perfect 사무실.
"대표님! 대박!"
유진이 달려왔다.
"L사에서 연락 왔어요. 전국 5개 지역 시범학교에 우리 프로그램 도입하기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축하해요, 서준아."
하진이 다가와 어깨를 두드렸다.
"근데 이제 진짜 시작이야. 더 큰 실수도 하게 될 거고, 더 많은 걸 배우게 될 거야."
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렵지 않았다. 이제는 실수가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설렜다.
"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볼까요?"
사무실에 모인 팀원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들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이었다.
창 밖으로 밝은 햇살이 비춰들었다. 새로운 도전의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 다음 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