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하마 헬스클럽에서 장기 계약을 하면서 실패를 예약했다
오해하지 않도록 먼저 밝혀 두자면,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말하는 건 결코 아니다. 준비하지 않고 덜컥 헬스클럽 장기 계약으로 운동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부작용을 이야기하는 내용입니다.
몇 년에 한 번 씩은 운동을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다. 그렇지. 운동할 생각도 안 들면 사람도 아니지.
운동을 시작하는 방법은 십중팔구 똑같다. 헬스클럽 등록하기!
하지만 굳게 먹은 마음도 한 두 달을 채우기 어렵다. 시작할 때마다 ‘이번에는 다를 거야’라고 굳게 다짐하면서 매번 이렇게 실패했다.
회사 근처 헬스클럽에 등록을 한다. 최소 계약 기간이 3개월인데, 이렇게 등록하면 월 비용이 너무 비싸다. 좀 부담되더라도 12개월 장기 계약을 하는 게 월 비용 측면에서는 훨씬 이익이다. 1년 정도는 꾸준히 다닐 수 있으니까. 나의 의지는 굳건하다. 이번만큼은 과거와 다르다.
12개월을 계약하니 석 달을 보너스로 더 주었다. 사물함도 특별히 무료로 제공해 준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돈을 내는데 나에게만 특별 대우를 해준다니 기분 좋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현재 몸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니 인바디 측정부터 한다. 측정 결과는 ‘위험 수준.’ 이 상태로 계속 방치하면 각종 성인병에 걸리기 쉽다고 트레이너가 말한다. 그렇지. 지금이라도 운동을 시작하는 게 정말 다행이다.
처음 등록하면 보통 2회 정도 개인 PT(퍼스널 트레이닝)를 무료로 해준다. 재빠르게 엎드렸다가 다시 앉았다 일어나고, 폴짝 뛰었다가 다시 엎드리고, 이렇게 몇 번을 하니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고 종아리에는 벌써 쥐가 난다. 정말 죽을 맛이다.
이런 식으로 관리 안 하시면 정말 큰 일 납니다. 얼마 전 다른 회원님도 그랬는데 개인 PT 받고 관리하시면서 지금은 몰라볼 정도로 좋아졌어요. 제가 열심히 관리해 드릴게요.
개인 PT 비용이 10회에 오륙십 만원이라고 한다. 30회를 끊으면 더 할인이 된단다. 부담이 된다. 가족과 상의해 보겠다고 한다.
하지만 가족과 상의는 하지 않는다. 헬스클럽 1년 등록한 것도 분위기 좋을 때를 틈타서 겨우 이야기해야 할 판에 개인 PT 어쩌고 이야기하는 건 일부러 욕먹자고 정신줄을 놓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요새는 사람들이 개인 PT도 받는다고 하더라구. 비싸긴 한데 효과가 있다나.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겠지?' 이런 식으로 돌려서 말해볼까? 혹시 모르니.
‘개인 PT가 한두 푼도 아닌데 그런 건 돈 많은 사람들이나 하는 거지. 본인의 의지만 강하다면 그런 거 받지 않아도 충분히 할 수 있어. 운동을 못하는 건 PT를 안 해서가 아니라 의지가 약한 거야.’라고 듣는데에 내 일주일 점심값을 걸 수도 있다. (이 부분을 읽어 보면 자동으로 음성지원이 될 거다.)
러닝머신 위를 걷는 건 정말 재미없다. 그래서 일부러 뉴스룸 나오는 시간에 맞춰 걷기로 했다. 그러면 덜 지루하게 한 시간 정도는 걸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하필이면 헬스장이 지하라서 와이파이가 잘 안 터진다. 데이터 요금이 더 들겠다. 그냥 시간 나는 대로 와서 걷기로 한다.
15분 정도 걸으면 바쁜 일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오늘은 이 정도만 하고, 돌아가서 정리 좀 해야겠다. 이렇게라도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이렇게 몇 번을 하니, 정말 러닝머신이 싫어진다. 그래서 이번에는 요가에 눈을 돌려본다. 굳은 몸에는 역시 요가가 최고지! 네이버를 찾아봐도 그렇게 나와있고, 요가 선생님도 이렇게 이야기한다.
요가는 원래 남자들을 위한 거예요.
여자들은 보통 유연성이 좋은 편이지만, 남자들은 원래 몸이 좀 뻣뻣하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남자들에게 더 필요한 운동이 요가에요.
요가에도 이름이 많다. 핫 요가, 힐링 요가, 비트 요가. 그중에서 핫 요가는 강도가 좀 쎄다. 유연해지기 전에 다리에 쥐부터 난다. 오늘은 이만하고 다음에는 쉬운 요가부터 시작하도록 하자.
벤치프레스 같은 기계도 좀 사용해보면 좋을 텐데, 개인 PT도 안 하면서 사용법 물어보기는 좀 그렇다.
이것저것 따지게 되면서부터 점점 뜸해진다. 물론 일도 더 바빠진다. 운동을 시작하면 꼭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일이 바빠진다. 이것도 운동의 간접적인 효과인가?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장기 계약이니 이번 달에 못가도 다음 달부터 열심히 가면 장기적으로는 이익이다.
이렇게 안 간 지 몇 달 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잠깐 중지 신청을 해 놓는 건데…. 이렇게 시간이 훌쩍 지나가다 보면 어느새 1년 몇 개월이 지나간다. 사물함에 신발을 두고 왔는데 아깝다. 언제 한 번 찾으러 가야지.
운동? 필요하지! 하기 싫더라도 해야 하는 게 운동이지. 건강해지려면, 뱃살 빼려면.
‘몸무게를 감량하고 뱃살을 줄이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아주 잘 알고 있다. 단지 실천이 어려울 뿐.
하면 그냥 여러모로 좋고, 언제라도 해서 되는 거라면 영원히 안 하게 된다. 그래서 처음부터 필요(Need)가 아니라 욕망(Desire)을 가지고 시작해야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것도 좀 더 강렬하고 구체적인 것으로!
나의 강렬하고 구체적인 욕망은 이랬다.
복근을 만들어서 바디프로필을 촬영하고, 가족과 함께 워터파크에 가자!
이런 마음으로 운동을 시작해서 체중을 감량하고, 날씬해져서 바디 프로필까지 촬영할 수 있었다.
굳건한 마음으로 시작했다면,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다음 글에서 설명할 '함께 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