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파랑새 프로젝트는 회사를 수 차례 창업해보고 말아먹어본 30대 청년이 '창업이 행복한 삶의 한 선택지'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사람들을 선발해 창업을 도와주는 재능기부 프로젝트(2020년 1월 ~ 9월) 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저를 창업의 세계로 인도해준 M 형에게서 영감을 받아 시작되었습니다. 이 포스팅을 빌어 제게 행복하고 여유로운 삶을 선물해준 M 형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 목차 -
4. 밥먹다 생각 난 아이디어가 사업으로 커가는 과정 1편
사업
직장인 세 명 이상이 모인 술자리에서 주식, 부동산 만큼이나 단골로 등장하는 주제이다. 거나하게 취한 얼굴로 '이거 대박이야' 를 외치면서 술자리에 함께 하는 나머지 두 친구들에게 열심히 피칭을 시작한다. 나머지 친구들도 자신의 차례가 다가오면 그동안 숨겨왔던 나만의 비장의 사업아이템을 유감없이 선보인다. 그리고 그 세 친구 모두 아무도 창업을 시작 하지 않고 비장의 사업아이템을 술집에 남겨 둔 채 다음날 출근을 한다.
술 자리에서는 이렇게 쉬운 사업아이템 구상 (서비스 기획)이 왜 실제로 창업을 하려고 하면 이렇게도 어려운 걸까? 그건 P군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개발(프로그래밍)공부는 투자한 시간 만큼 성장이 눈에 보이는 분야 였지만, 서비스 기획은 그렇지 않았다. 세상에 어떤 서비스, 사업이 필요할까? 라는 질문은 고민을 하면 할 수록 답이 안보이는 질문이었고, 억지로 짜내 본 아이디어들은 시간이 흐를 수록 더욱 구려 보였다. 창업을 이미 경험해 본 팀이나 창업가는 공감하겠지만, 무슨 서비스를 해야할 지 정하지 않고 창업을 선포한 개인과 팀에게 이때만큼 답답한 때가 없다. 소중한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초조하게 지켜만 봐야하는 지옥 같은 순간이다. 이 때를 견디지 못해 성급하게 결정을 해버려 무너져 버리는 창업가와 팀들도 많다.
P군은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 하던 중 내린 결론은 바로 양으로 승부하자 였다. 100개의 똥을 만들다 보면 1개 정도는 원석이 나오지 않을까? 라는 무식한 가정을 토대로 내린 결론 이었다. 그래서 P군은 2주차부터 매일 한 두 개 씩의 아이디어를 짜내기 시작했다. 다음은 P군이 만들어 내기 시작한 100개의 똥들의 예시다.
P군의 성장배경, 업계, 배경지식, 지인 네트워크 등을 총 동원하여 사람들이 돈주고 사용 할만한 서비스와 사업 아이디어들을 짜내기 시작했다.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었겠지만 며칠이 지나자 P군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관찰이다. P군이 주변에서 관찰을 하기 시작했다. 일요일 미팅날에 P군은 만나자 마자 나(파랑새)에게 신이 난듯이 썰을 풀기 시작했다.
"파랑새야 내가 오늘 퇴근을 하는데 신기한 현상을 봤어. 을지로역에서 평소처럼 집으로 가고 있는데 컨테이너 도장집에 이상하게 외국인이 모여있더라고? 더 웃긴건 이 외국인들이 도장을 파서 도장집을 나오는데 정말 기뻐하더라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파리에서 초상화를 받는 것 처럼? 이게 어떻게 내가 하는 것에 기회가 되질 않을까?"
이 말을 듣고 무척 기뻤다. 최고의 아이디어는 우리가 그냥 지나치는 일상 속에 숨어있을 때가 많다. 다만 그 차이는 이 것을 문제나 기회로 인식하느냐 아니냐의 차이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배달음식점 전단지를 봤겠지만 이 것을 문제로 인식한 사람은 김봉진 대표와 그의 팀 뿐이었다.
예전부터 오리엔탈 문화에 관심있는 외국인들은 자주 봤었다. 한국어로 문신을 새긴 외국인이나 김치, 막걸리 원데이 클래스도 명동 근처에서 꽤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이었다. 하지만 도장이라니 신기한 현상이다. 나 역시도 나의 이름으로 커스터마이징 된 도장을 받을 수 있다라면 참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 이 현상을 단순히 관광지에서의 유희 정도로 볼 것인 지,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들겨 볼만한 서비스 인 지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잠시 짬을 내 구글링을 해봤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인사동에서 도장만들기 원데이 클래스가 운영중이었다. 이 클래스를 수강한 외국인들의 평은 어땠을까?
전반적으로 유저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같은 도장이라고 해도 원데이 클래스는 체험을 파는 서비스고, P군이 떠올린 (가칭) 글로벌 도장 제작 서비스 는 오리엔탈 프로덕트 이다. 프랑스 파리 화가에서 초상화를 그려보는 체험과 인터넷으로 사진을 보내 그림만 받는 서비스는 엄연히 다르다.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고민을 해봐야 겠지만, P군의 관찰과 예민해진 사업 감수성 덕분에 적어도 진지하게 고민해 볼만한 사업 아이템이 하나 생겼다. 도장 이야기가 끝난 쉬는 시간, P군이 갑자기 또 이야기를 꺼냈다.
"파랑새야 너 혹시 그거 예전에 기억나? 일본에서 였나? 인터넷으로 원격으로 인형뽑기를 할 수 있는데 실제로 뽑으면 인형도 배송해주던 서비스, 예전에 잠깐 핫했잖아. 그걸 다른 영역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예를들어 꽃 기르기? 가드닝 같은 곳 말이야. "
갑자기 튀어나온 이야기 였지만 나름대로 공감이 가는 서비스 였다. 나 역시도 집에서 작은 화분(백일홍)들을 키우고 있긴 했지만 물, 햇빛 등에 꾸준히 신경을 써준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꽃들은 결국 죽었고, 처치 곤란이다 보니 몇 달을 그대로 방치해둔 적이 있었다. 꽃 키우기를 좋아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귀찮음이 많은 나에게는 적어도 일리가 있는 서비스였다.
"말이 되는데? 우리 한번 좀 더 깊게 파볼까?"
우연히 생각난 작은 아이디어가 실제 사업이 되는 첫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