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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Aug 02. 2020

영광의 맛과 멋

휴가철을 맞아 국내여행, 열 번째 이야기

굴비 한정식을 맛보려고 전라도 영광을 갔다.


영광 진입로까지 따라온 법성 와탄천은 배수갑문을 거쳐 바다로 이어졌다. 바람과 물이 만나는 곳이라 민물장어가 자라기에 최적의 장소로 보였다. 풍천장어로 불리는 민물장어 중 자연 상태의 뻘에서 자란 영광 장어는 맛은 담백하고 쫄깃쫄깃한 것이 특징이다. 장어는 비타민 함양이 높고 온통 단백질 덩어리라 스테미너 보양식으로 손꼽힌다. 영광에서는 소금을 뿌려 숯불에 노릇노릇 익혀 먹는 것을 권한다. 부드럽게 씹히면서 입안 가득 특별한 향을 머금케 하는 깊은 맛이 장어의 비싼 값을 대신한다.   

영광하면 떠오르는 것이 영광 굴비다.

민어과에 속한 조기류는 5 속 12종이나 되는데, 이 중 참조기가 특히 맛있다. 동지나 해역에서 월동한 조기는 연평도까지 북상하는데, 음력 3월 중순 곡우 사리경에 영광 법성포 근해인 칠산 앞바다에서 산란한다. 알이 들고 황금빛 윤기가 돌 때 잡은 참조기를 가공 건조한 것이 영광굴비다.     


굴비라고 이름을 붙인 유래가 재미있다. 1126년 난을 일으켜 인종을 독살하려다 실패하고 영광으로 유배 온 이자겸이 소금에 절여 말린 조기를 왕께 진상하였다. 이때 '결코 자기의 잘못을 용서받기 위한 아부가 아니고 뜻을 굴하지 않겠다'는 의미의 굴비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부터 영광은 굴비의 고장이 되었다.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를 만큼 뛰어난 맛을 자랑하는 영광굴비는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굴비 정식을 맛보기 위해 전국에서 관광버스가 모여든다. 영광읍내에 즐비하게 줄을 서 있는 굴비 골목 한정식당 중 한 곳에 들러 정갈한 전라도의 가짓수 많은 토속 음식을 맛보았다.


구이, 찜, 조림, 낚지 호롱, 보리굴비, 조기 맑은 국, 간장게장, 홍어삼합... 흰쌀밥을 차가운 녹차물에 말아 한 술 뜨서  해풍에 말린  보리로 채운 항아리에 넣어 잘 숙성시킨 보리굴비 한 조각을 얹어 먹었다. 고추장 굴비나 젓갈을 따뜻한 밥에 얹어 먹는 것도 특별한 맛이다. 먹어 본 사람만 알 것이다. 코끝이 찡하고 입안이 얼얼한 홍어 삼합도 남도 여행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다.


이 중에서도 굴비 맛이 단연 뛰어나다. 조금씩 떼어 아껴먹는 법과 뼈를 추려내고 큰 덩어리를 한 젓가락에 집어 먹는 법이 있는데, 나는 후자를 선호한다. 크게 먹어야 입안에 고소한 맛이 오래 남는 법이다.

  

먹으면서 가족이 생각나면 그만큼 맛있다는 증거라고 했는데, 이번엔 근처 굴비 덕장에 들러 어머니와 형제들에게 굴비 한 두릅씩 택배를 보냈다.

꽃과 잎이 서로 그리워한다는 상사화

식사도 했겠다 어딜 갈까 망설였다.

칠산 앞바다를 붉게 물들리는 서해 낙조로 유명한 가마미해수욕장,

인도의 승려 마라난타가 법성포에 도착하여 절을 세운 모악산(불갑산),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있을 때는 잎이 없어 꽃과 이 서로 그리워하다는 상사화로 유명한 불갑사,

백제 불교가 법성항을 통해 최초로 들어온 것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백제불교 도래지,

원불교의 창시자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의 탄생지를 중심으로 한 원불교 영산성지,

6.25 전쟁 때 북한군에게 194명이 순교한 개신교인 순교지,

조선시대 신유박해로 많은 천주교인이 순교한 천주교인 순교지......

둘러 볼 곳은 많고, 시간은 제한되었다. 한 두 곳만 선택해야 했다.

시내를 벗어나

한국의 아름다운 도로로 알려진 백수해안도로에 가기로 했다.

17km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마음을 탁 트이게 하는 바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곳곳에 마련된 전망대에서 칠산바다의 장관을 보았다.  

해안도로 아래 목재 데크로 내려가 산책로로 조성된 해안 노을길을 걸었다.

백수해안도로의 해 질 녘 노을이 유명해서 노을 전시관을 갖추어 둘 정도이다.

'영광'은 찬란하게 빛날 정도로 영예로움'을 말한다.

백수해안도로의 노을이 있어 '영광'이란 지명으로 명명한 모양이다.     

그곳은 빛의 나라였다. 눈이 부셨다.


남도 여행하면 미식기행이 먼저 떠오른다.

굴비정식으로 남도의 맛을 보고

천천히 영광의 여러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이 순서에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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