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갯벌과 증도 엘도라도를 찾아서

남도의 멋과 맛

by 이재영

시간을 내서 남도의 멋과 맛을 찾아가곤 했다.


아직 가지 못 간 곳이 많아 틈틈이 기회를 노려왔다. 이번에 서해 어장의 해산물 집결지로 유명한 신안군 지도 어판장에 고향 친구가 터를 잡았다는 얘기를 듣고 남도 여행길에 나섰다.

부산에서 시작된 남해고속도로를 끝까지 달려갔다. 고속도로가 끝나는 부분에 위치한 무안부터 서해 신안군의 여러 섬들은 국도와 다리로 연결된다. 바다와 섬을 지나는 동안 마늘, 양파, 양배추가 낮은 구릉과 언덕 밭에 아늑히 펼쳐져 있었다. 황토밭의 기름진 자양분이 야채밭을 푸르게 푸르게 가꾸어 농부들의 주머니를 풍족하게 한다. 채소밭 푸른빛과 붉은 황토색이 어울려 평화스러운 농어촌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보이는 모든 것이 넉넉하고 여유롭게 느껴졌다.

중간 기착지로 무안 개벌에 들렸다. 황토 개벌은 끝없이 펼쳐졌다. 조심조심 접근하는 내 발자국 소리에 놀라 흰발 농게가 눈 감추듯 재빨리 제 집으로 숨어들었다. 그리고 짱뚱어가 갯벌을 기어 다녔다.

위 사진은 갯벌 아래 파놓은 게 구멍과 게 집이다. 어릴 적 갯벌 위에 펼쳐져 있는 게 구멍을 팠지만 게 잡기가 여간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몇 번 시도하다가 결국 포기한 기억이 있다. 게들의 생존전략은 탁월하다. 입구도 여러 개, 통로도 여러 개 파두어서 어떤 통로로 숨어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농게, 돌게, 화랑 게가 파놓은 구멍으로 산소가 갯벌 깊숙이 스며든다. 덕분에 갯벌이 숨을 쉬고 건강한 갯벌은 다시 게, 조개, 갯지렁이에게 풍부한 먹이를 제공하는 삶의 터전이 된다.

지도 어판장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친구가 근무하는 지도 어판장 뒤에는 섬들이 한가로이 떠있고, 어선들이 출어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양한 횟감과 해산물이 풍부한 지도에서, 친구는 다른 회는 알아주지 않고 지도지역 최고의 회라는 민어회를 지도 맛집에서 주문했다. 흘러 흘러 우연히 지도로 들어와 정착하기까지 십수 년 세월에 깃든 친구의 얘기를 듣는 동안 다양한 요리와 해산물이 끝없이 들어왔다. 배가 불렀다. 정작 민어회가 들어왔을 땐 이미 배는 포화 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쫀득쫀득한 민어부레와 껍질, 보양식으로 쳐주는 민어탕의 맛보기 시도는 멈추지 않았다.

친구의 거한 대접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안녕' 인사를 하고, 증도 대교를 지나자 여기저기 염전이 눈에 띈다. 소금 박물관에 들렸다. 소금은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해서 한때 금이라 일컫기도 했다. 소금(SALt)으로 급여를 주던 로마 번성기 때로부터 월급을 SALary라 불렸다는 소금 관련된 얘기들을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증도에 소금 아이스크림을 판다고 해서 주문했더니, 일반적인 소프트 아이스크림에 소금을 조금 뿌려 건네주었다. 가격은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5배. 영업전략이 기막히다.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비싼 가격으로 아이스크림을 팔아 돈을 벌고 있었다.

증도 끝자락에서 엘도라도 리조트가 골든비치를 품고 있었다. 한적해서 온전히 휴식을 취하고 원기를 북돋아 다시 세상에 나갈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보인다.


리조트 옆에는 갯벌 박물관과 수석전시장이 있어 바다 생태계와 자연을 실내로 옮겨 즐기려는 인간의 노력을 엿볼 수도 있었다.



한 때 신안군은 보물이 많이 출토되었다.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배에서 흘러나온 청자나 백자가 어부가 쳐놓은 어구와 함께 딸려 올라왔다. 그래서 이곳에 사는 집들은 거의 모두 한두 점의 도자기를 가지고 있단다. 안타깝게도 보물이 올려진 곳을 둘러보지 못했다.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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