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인근 맛집 기행

by 이재영

수고한 동료들을 격려하고 실적도 정리할 겸해서 부산으로 불렀다. 서울, 대구, 대전, 청주, 익산, 삼척, 장유 등 전국 곳곳에서 모인 친구들을 위한 장소로 아름답고 호젓한 해운대 송정을 선택했다.

송정 구덕포 마을에 있는 어맛 횟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깔끔한 상차림이 보기에도 좋았다. 미역국도 훌륭했다. 3종류 회가 각기 접시에 담겨 나왔다. 광어회는 달고 신 김치와 잘 어울렸다. 강성돔은 쫄깃거리는 식감이 뛰어났다. 쥐치 회는 세꼬치와 포 두 가지로 나왔는데 씹는 맛이 좋았다. 3종류 회 모두 식감이 훌륭하고 어디에서도 빠지지 않는 맛이었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고 회 역시 늘 먹는 부산 사람들이나 잘 먹었다. 뛰어난 맛의 회를 옆에 두고 기껏 해산물이나 집어 먹는 동료들에겐 어맛 회집이 과분했다. 다른 지역에선 먹어 보지 못할 좋은 회를 많이 남겨 아까웠다.

집 사장으로부터 소개받은 노래방에서 노래 몇 곡씩 부른 뒤 송정 카리브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다음날 아침 햇살이 커튼 틈을 비집고 들어와 잠을 깨웠다. 커튼을 여니 눈을 못 뜨겠다. 찬란한 햇빛이 반짝이는 송정 바다 물빛과 함께 호텔방으로 밀려들어왔다.

아침 식사를 위해 달맞이언덕 입구에 위치한 대구탕 집으로 향했다. 아침인데도 외지인 차가 많고 식당 내부가 가득 찼다. 이 집 메뉴는 생대구 대신 적당히 마른 대구 아가미살과 뱃살로 끓인 지리탕 한 가지뿐이다. 대구탕 한 그릇이 푸짐하다. 살집이 두툼하고, 날개 지느러미에 붙은 쫄깃거리는 살을 씹는 식감이 좋다. 밥과 반찬은 그저 입맛을 돌게 할 역할만으로 족하고, 시원한 국물과 큼직한 무와 대구살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아침 해장으로 좋고 입맛 없어 밥 먹기 싫을 때 후루룩 국물 들이켜고 고추냉이 간장에 대구살을 찍어 먹으면 좋다. 참으로 시원하고 부담감 없이 먹을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대전 사는 동료가 원하는 해동용궁사로 향했다. 옛적 해운대 살 때에 몇 번 들린 적 있는 용궁사는 세월이 흐른 만큼 많이도 변했다. 그동안 한국의 100대 사찰 내에 속하게 되었고, 부산을 찾는 외지인들이 들리는 필수 관광지로 변했다. 관광지는 어디나 그렇듯 절입구로 이어지는 도로 옆으로 간식거리와 기념품과 기장의 특산품인 미역을 파는 가게들이 빽빽이 들어찼다. 12 간지 석상이 나열해 있고 달마 입상과 모자상이 나란히 서있다. 지리산 청학동 삼성궁을 흉내 낸 듯한 동굴식 입구로 들어갔다. 몇몇 좋은 글귀가 새겨진 비석들과 입상들이 어지럽다. 새로 바뀐 주지스님에 따라 자기 식성대로 추가하다 보니 무질서하고 주제가 뒷틀려 진 걸까? 부산 시민으로서 이곳이 부산의 대표적 관광지로 알고 찾아오는 외지인과 외국인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너무 과하고 지나치다. 지나쳐 흉물이 되었다.


싹 쓸어 내고 새로 다듬고 정리하면 좋겠다. 주제에 맞는 배치와 스토리가 절실하다. 중이 스스로 제 머리를 깎지 못한다면 부산 문화와 관광을 책임지는 부산시에서 책임지고 바꾸면 좋겠다. 동남아 관광지에서 느낀 무질서와 생경함을 이곳 용궁사에서는 주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창피함을 숨기며 허겁지겁 용궁사를 빠져나왔다. 부산 명물 씨앗 호떡 하나씩 먹자는 동료의 청을 물리치고 연화리로 차로 몰았다. 대구탕 먹은 지도 얼마 안되었고, 연화리 맛집의 먹을거리를 생각해서 더 이상 배를 불리면 안된다. 용궁사에서 연화리까지는 차로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연화리는 전복죽과 해산물로 유명하다. 할매집에 들러 해산물 3만 원짜리 소자 3개와 전복죽 5인분을 주문했다. 홍합탕, 미역과 꼬시래기 해초류가 기본 상이고, 큰 채반에 전복, 멍게, 해삼, 개불, 낚지, 소라, 가리비, 생굴이 한가득 차려져 나왔다. 꼬시래기는 사각사각 씹히는 식감과 초장과 어울리는 맛이 일품이다. 개불은 달고 고소하고, 입안은 멍게의 향기로 가득하다. 전복이 특히 맛있다는 동료에게 소라를 권하니, 소라의 꼬들 거리는 식감과 맛이 전복 이상이라며 좋아라 했다. 해산물이 참 싱싱하고 푸짐했다. 10명이 해산물 소자 3개를 다 먹지 못하고 이번에도 많이 남겼다. 이어 인심 좋은 할매가 준비한 전복죽은 커다란 무쇠솥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녹색 죽 여러 곳에서 크게 썰은 전복들이 입을 뾰죽히 내밀고 있다. 맛이 구수하고 좋았다. 죽을 먹을수록 맛있단다. 감칠맛이란다. 10명 모두 전복죽을 중간 크기 대접으로 두 그릇씩 먹고도 남을 정도이다. 아낌없이 내주는 할매의 손은 정말로 컸다. 해산물과 전복죽을 먹는 동안 계속 가족 생각이 났다.

남천동 진?식당의 해산물과 랍스터는 연화리 해산물에 비해 싱싱함과 가격 면에서 비교가 안된다. 아마추어 주방장이 가리비를 반으로 잘라 내놓는 20만 원짜리 해산물이 연화리 저렴한 가격의 해산물보다 못하다. 그 식당이 붐비는 것이 난 이해가 안된다. 지리적으로 도심에서 가깝다는 장점뿐인데. 연화리에 한번 와서 진짜 해산물이 어떤 것인지 알아봐야 할 것이다.


객지 사람들은 모르는 곳, 부산 사람들도 아는 사람들만 찾는 맛집들을 고생하는 동료들에게 소개했다.

부디 잊지 못할 부산 맛집 기행이 되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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