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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ul 26. 2020

순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국가정원과 습지

휴가철을 맞아 국내여행, 다섯 번째 이야기  

정원을 뜻하는 영어 단어 Garden의 어원은 헤브라이어 Gan과 eden의 합성어이다. gan은 둘러싸는 공간이나 행위를 의미하며, eden은 즐거움이나 기쁨을 의미한다. 정원을 의미하는 한자 '園'의 부수자인 큰 입구(口)는 에워싸는 행위를 뜻한다는 점에서 영어 gan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이는 울타리를 쳐서 내외부를 구분하고 한정된 내부 공간을 자신의 영역으로 길들이려는 인간 본연의 사유 영역 설정의 속성이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정원에서는 향수와 감상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인공적으로 이상적인 자연을 조작하기도 하고, 각종 예술품이 놓이기도 하며 정원을 만든 사람이나 소유자의 자연관 및 취미가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정원은 자연과 인공이 함께 결합되어 있는 일종의 예술이라고 볼 수 있다... 정원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원이나 에스파냐의 알함브라 궁원, 한국의 비원 등 모두 열락 정원의 한 형태이자 정원 예술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순천만 국가정원 소개글)

오스트리아 쇤부른 궁전 정원 등 유럽 정원의 모체가 된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정원
스페인 그라나다에 위치한 알함브라 궁전. 사진에 나오는 건물에 들어가면 화려한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모스크나 궁전 내부를 장식하는 방법이 설명되어 있다.
조선시대 대표적 정원

생태도시 순천은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 습지의 항구적인 보전을 위해 정원을 조성하였다. 2013년에 순천만 국제정원 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였다. 그 후 2015년에 국가정원으로 지정되어 순천시 풍덕동, 오천동 일대 약 34만 평에 조성된 13개의 세계정원, 14개의 테마정원과 28개의 참여정원이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있다. 잘 꾸며진 정원뿐만 아니라 정원 런닝맨, 수상자전거 체험, 한방체험센터 등의 다양한 무 유료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시간에 쫓겨 정원 내 이곳저곳을 둘러볼 시간이 나지 않는다면 몇몇 핵심적인 곳만 둘러봐야 하는데, 마침 관람차가 운행되고 있다. 2.7km의 정원을 기차를 타고 30분 만에 주마간산식으로 살펴볼 수도 있다. 실내 정원에 들어가서 다양한 선인장과 꽃, 실내정원을 보았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코코 드 메르 씨앗(25kg ~ 35kg)을 보고 놀랐다.

일본 정원, 스위스 정원, 미국 정원 등 13개의 국가 세계 정원이 가꾸어져 있다.
꽃으로 만든 조형물

순천만 국가정원 입장권 하나로 인근 순천만 습지도 둘러볼 수 있다. 국가정원에서 습지로 이어지는 철로가 놓여 있어 스카이큐브를 타면 금방 갈 수 있다. 승용차를 가져왔다면 10여분을 달려 여수반도와 고흥반도가 만나 항아리 모양으로 이루어진 순천만 습지로 가면 된다. 순천만 습지는 5.4 평방 km의 갈대밭과 22.6 평방 km의 갯벌이 마치 바다처럼 펼쳐진 곳이다. 각종 희귀 철새들과 갯벌의 생명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순천만은 국내 연안습지 중 처음으로 2006년 람사르 습지에 등록되었다.

 순천만은 조류가 살 수 있는 천혜의 환경 조건을 갖추었다. 매해 겨울이면 흑두루미, 노랑부리 저어새, 큰고니, 검은 머리 물떼새 등의 철새가 찾아온다. 철새 외에도 각종 게류, 조개류, 갯지렁이류 등이 갯벌을 터전 삼아 생명을 이어간다.


갈대밭 사이로 난 탐방로를 걷다 보면 갈대의 사각거리는 소리가  마음을 가르고, 흑두루미 한 마리가 머리 위로 날아간다. 갯벌에서는 게가 거품을 물고 망둥어가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린다. 때 묻지 않은 자연 생태계가 눈으로 들어와 우리의 마음을 정화한다.

순천만에는 매해 겨울이면 흑두루미, 노랑부리 저어새, 큰고니, 검은 머리 물떼새 등의 철새가 찾아오고, 망둥어도 갯벌 위를 기어 다닌다.

철새와 갯벌 생물들이 살기 좋은 자연조건을 모두 갖춘 순천만 습지의 상징은 끝없이 펼쳐진 갈대다. 너른 들판에 펼쳐진 갈대가 바람에 따라 출렁거린다. 가까이서 보면 무성한 갈대밭 사이에 물억새와 쑥부쟁이가 무리 지어 있다. 갈대밭의 붉은 칠면초 군락지도 훌륭한 구경거리다. 한마디로 갈대밭은 자연 생태계의 보고다. 갈대는 적조를 막는 정화 기능과 홍수를 예방하는 구실도 한다.

순천만 습지의 천의 얼굴

순천만 습지를 둘러보고 난 후 출출해진 배를 채울 식당들이 주차장 바로 건너에 줄줄이 서 있다. 한 곳에 들러 갯벌의 청정 유기물만 먹고사는 갯벌 물고기, 짱뚱어 요리를 먹어 보는 것도 좋다. 짱뚱어 탕을 시키고, 구이도 곁들여 먹었다.    

추가로 '짱둥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는 속담에 나오는 주인공인 짱뚱어 낚시를 소개한다. 7m 길이의 낚싯대와 긴 낚싯줄 끝에 미끼 대신 바늘만 달고서 홀치기를 한다. 짱뚱어 근처에 조용히 낚싯줄을 던져서 기다렸다가 빼꼼 눈만 나와 있는 짱둥어를 향해 낚싯대를 크게 돌려 낚아 챈다. 바늘에 짱뚱어가 걸리면 뽕 소리를 내며 짱뚱어가 뻘 속에서 빠져나온다고 한다. 수십 년 경력의 홀치기 베테랑들은 90% 이상의 투척 성공률로 한 시간에 100 여 마리나 잡아 낸다고 한다. 낚시를 좋아하는 나도 한번 시도하고 싶으나 하루 종일 해서 한 두 마리 잡아 낼까 의문이다. 신기하고 재미난 낚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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