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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재영
Dec 20. 2024
동남아의 나폴리, 나트랑을 찾아서
해변이 아름다운 나트랑
통영을 한국
의 나폴리라고 하고
나트랑을 베트남의 나폴리라고 부르는데,
대체로 미항,
아름다운 항구를 나폴리 같다고 한다.
하지만
내 기억에서 실제 이탈리아 나폴리는 쓰레기가 뒹구는 지저분한 바닷가에 불과하다.
어쨌거나 1주일을 넘게 비만 내리는 다낭을 빠져나와
나트랑으로 옮겨 온 것은 훌륭한 선택이다.
다낭의 호텔방 침대는 습기로 꿉꿉하게 젖어있고
세탁소에 맡겨 다리미질해 온 T셔츠도 눅눅해서 개운한 촉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20km가 넘는 대규모의 해변을 끼고 있는 다낭이지만
거센 파도가 결이 고운 모래를 일으켜 만든 흙탕색 바닷속에서 수영을 하기에는 조금 꺼려졌다.
하지만 나트랑은
날씨가 좋아 6
km의 화이트 비치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모래결이 설탕 알갱이보다 굵고 푸른 물색이 반사되는 바다는 사람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다낭에서
비로 인해 꼼짝 못 하고
지루한 날들을 보내다가
월남전에 참가하셨던 맹호부대 용사 한분과 부인, 퇴직 교사와
나트랑으로의 일정을 결정했다.
월남전 당시 나트랑은 미군의 전쟁 물자를 공급하는 대규모 병참기지였다.
한국군에게 군수물자를 보급하는 황금보직을 담당했던 그 역전의 용사는
당시 보름에 한 번씩 떠는 한국행 선박에 일제 가전과 미제 보급품을 실어 보냈고
한국에서 되팔아 몇
배의 이익금을 남겼다.
그렇게
월남 전쟁통에 시세차익
거래에 열심이다가
16개월 후에
제대한 뒤
그 돈으로 목축업을 시작,
일생 동안 낙농업에 종사해서 부를 일구었고
지금은 세계 각처를 여행하고 계시다.
부산항에서 월남을 떠나던 날
배아래
에서
가족들은
뱃
전의 아들
이 늘어뜨린 천 테이프를 거머쥐고 아
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천천히
배가 떠나가면서 천 테이프가 팽팽하게 당겨지다가
마침내 아들과 이어진 마지막 끈이 찢겨나갈 때
어머니들은
전쟁터 사지로 떠나는
아들의 이름
을 부르다 목이
메이
고 목이 쉬고 말았
다.
그리고 아들이 살아 돌아올 때까지 어머니들은 고기 한 조각 입에 놓지 못하셨다.
'아
들이 죽을지 살지 모르는 전쟁터에 있는데 어미가 어찌 맛있는 고기나 먹고 있겠냐?' 하시며
한사코 맛있는 것을 드시길 거부하셨다.
나트랑은 한국인보다 서양인들이 많이 보이고 특히 러시아인이 많다.
낚시, 머드 온천, 섬 투어
등을 소개하는
로칼 여행사 3곳 중 데 2곳이 러시아인이 운영하고
큰 규모의 마트 종사자와 카운트 담당자들이
러시아인들이었다.
나트랑은 대체로 농수산물은 다낭보다 저렴하고 공산품은 비싸보였다.
6kg 두리안을 80만 동에 사서 네 명이 먹다가 남기고
쌀국수를 4.5만 동에 먹었는데 꼬들꼬들 식감 좋은 도가니가 듬뿍 들어있었다.
대짜 말린 한치 500g을 65만 동에 부르고 여행용 캐리어를 58만 동부터 흥정했다.
아침 일찍 찾아간 포나가 사원은
2세기부터 13세기까지 베트남 중남부 지역을 지배했던 참족이 세웠다.
힌두교 파괴의 신인 시바신에게 헌정된 사원으로
고대 크메르 왕국의 아름다운 건축미를 확인할 수 있다.
앙코르 와트의 대규모 석조건축과는 달리 흙벽돌을 찍어 세운 건축물로서
높이가 25m에 이르는 중앙탑을 비롯한 3개의 탑신이 잘 보존되어 있다.
탑 안에는 11세기 중반에 만들었다는 포나가르 여신상께 제사를 드리는 제단이 꾸며져 있다.
작은 탑 내부에는 남성의 성기모양을 한 시바신의 상징물 '링가'가 설치되어 있다.
아들을 점지해 주는 영험력이 뛰어나 아들을 원하는 참배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탑내부는 신을 초빙하기 위해 태운 향연기로 가득 차 눈이 메울 정도다.
탑 인근에서는 주기적으로 전통 악기와 춤 공연이 이어진다.
주변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나무 두 그루가 있다.
한 고목의 자라는 방향이 이웃 고목과 정면과 부딪혀 성장을 멈추었는지
아니면 왼쪽 고목이 중간 고목을 뚫고서 계속 성장했는지 알 수가 없다.
사진상으로는 중간 고목이 허리를 꺾어 왼쪽 고목을 받치고 있는 풍경이다.
다른 한 나무는 허리가 터져 온갖 종류의 나무와 풀이 자라도록 허용하고 있는 폼새다.
나트랑 해변 끝 부분 바다로 돌출된 지형에 위치한 혼총곶은
프랑스 영하 '연인'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곶 왼편은 아름다운 경치와 푸른 물빛,
섬들로 막혀 파도가 잔잔해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바위 틈새를 비껴
바다로 이어지는 길 한 모퉁이에서
큰 바위가 떨어질까 두 손을 들어 바위를
받치고
있는 여장부를 만났다.
그녀의 괴력에 박수를 보내고
마침내 도착한 전설의
바위 앞에서 기념사진
을 찍었다.
나의 모습은 그림자로 반영되었다.
혼총곶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져 온다.
먼 옛날 거인 혼총이 나트랑을 여행하던 중에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던 요정을
몰래 훔쳐보다가
미끄러져서 산허리에 매달렸다.
무게를 이기지 못해 산이 무너지고 바위더미에 손자국이 남게 되었는데 그곳이 혼총곶이란다.
전설을 증명하듯 혼총바위에는 다섯 개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다행히 비가 오지 않는 좋은 날씨에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전통시장 인근에서 월남쌈을 먹고
호텔에 돌아와 쉬면서 이 글을 적는다.
오늘저녁엔 악어를 숯불에 굽는 뷔페식당에 가서
베트남의 각가지 음식을 먹어 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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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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