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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당한 코리안 Aug 23. 2022

전형적인 미국인 아이 돌봐주면서 생긴 일

이렇게 한나와 크리스네 집에서 홈스테이를 시작했다.


중학생인 우리 첫째 둘째는 고등학생인 그 집 첫째 둘째와 함께 여름성경캠프를 다니고, 내가 우리 셋째와 넷째들과 같이 지내면서 그 집 막내를 봐주며  식사준비 등을 돕는 arrangement 였다. 한나와 크리스는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여름방학이 되면 초등학생인 셋째를 어떻게 돌봐줘야할 지 딜레마에 빠진다. 그것은 어린 자녀를 둔 모든 맞벌이 하는 미국인들의 고민. 그런데 내가 그집에서 머물며 아이를 돌봐주기로 했으니, 이것은 서로에게 윈윈인 시추에이션이었던 것.


그런데 애들 돌보며 있다보니 느낀 것. 그 집 셋째 아이 성격이 첫째와 둘째와 많이 다르다.


아이 세명 중 두명은 러시아와 브라질에서 키우고 미국에 왔을 때 벌써 열 여덟, 열 다섯 살이었고, 내가 만나봤을 때 이미 성숙하고 남들에 대한 사려 깊은 청년들로 아주 잘 커주었다. 그런데 셋째는 브라질에서 낳았는데,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 여섯살이었다. 셋째는.... 완전 전형적인 미국아이이다.


그 집 셋째이자 막내인 리나가 우리 셋째인 비비안과 나이가 비슷하다. 그 둘은 처음부터 짝짝꿍이 되어 잘 논다. 첫날 밤 한나와의 대화:


- 리나를 돌봐줘서 고마워요.

- 별 말씀을요. 우리가 여기 홈스테이 하게 된건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그리고 애들이 잘 노네요.

- 네... 우리 리나가 다른 친구들이랑 놀 때 원만하게 놀 때는 노는데... 좀 못되게 굴 때가 있어요. 제가 그 성격을 알거든요. 그럴 때 혼내셔도 되고... 필요한 말을 하세요.


잘 놀긴 노는데... 첫날 부터 아이 봐주는 것이 만만치 않다고 느껴지기 시작한다. 리나 성격이 되게 세기 때문이다.


첫날 우리 막내 제레미가 나보고 "리나 못됐어" 하며 누나들이 끼워주지 않는다고 그랬다.  


점심을 차려주니까 자기는 따로 먹겠다며 스파게티 캔을 따서 뭘 만들어 먹더니, 그걸 또 다 남기고 치우지도 않는다. 여러번 이야기를 하니까 겨우 접시를 치우는데, '왜 우리 엄마도 아닌데, 잔소리야' 하는 얼굴이다.


그리고 수영장에 데리고 갔는데, 수영하는 동안 비비안이 나한테 갑자기 그런다.


- 엄마, 우리 수영 끝나고 어디가?

- 집에 가지. 왜?

- 우리 맥도날드 가면 안돼?


평상시 별로 가지 않는 맥도날드를? 갑자기 느낌에 맥도날드 가고 싶어하는 건 비비안이 아니라 리나라는.

- 왜 뭐 먹고 싶은데? 아이스크림 사줄까?

- 응, 잠깐만.


그러더니 역시나. 리나에게 가더니 속닥속닥. 너 뭐 먹고 싶어? 물어보는 것 같다. 돌아오더니,

- 엄마, 아이스크림 말고, 햄버거 사주면 안돼?

- 리나가 그러니? 햄버거 먹고 싶다고?

- 응...

- 너네 아까 수영장 오기 전에 엄마가 너네보고 점심 잘 끝까지 먹으라고 했었잖아. 근데 리나는 끝까지 점심 먹지도 않고. 그리고 간식거리 싸갖고 가자고 했더니 그것도 싫다고 하더니... 배고프다고 햄버거 사달라고 하면 안되지. 아이스크림 정도는 사줄 수 있어. 근데 햄버거는 아닌 것 같아.


그랬더니 또 리나랑 속닥속닥 거리는데, 벌써 리나 얼굴이 쌜쭉하니, 기분이 나쁜 표정이다.


그냥 됐다고, 아이스크림은 싫다며 안간단다.


나도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다.

 


그 다음날 비비안이 오더니 자기네들을 맥도날드로 데려다 주면 안되냐고 한다.

얘가... 평상시 하지도 않던 얘기들을 하고 있네.


- 맥도날드 왜?

- 우리 햄버거 사먹으려고. 엄마 걱정말아. 우리 돈으로 살게.

- 너네 돈으로? 그건 그렇다 치고... 리나가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하디?

- ... 응

- 비비안, 리나가 뭐 하고 싶은게 있으면 너를 통해서 물어보게 하지 말고 엄마한테 직접 와서 물어보라고 해.

- 나도 그러긴 했어. 'My mom will say no' 이랬는데.... 그래도 물어봐달래.


그래서 리나를 나한테로 불렀다.

-리나, 비비안이 그러는데, 너네 맥도날드 가고 싶다면서?

- 네. 돈은 저희가 낼게요.

- 응, 리나야, 우리는 원래 가족끼리 외식을 하러 가는거 아니면 이렇게 낮시간 동안에 햄버거 먹으러 가고 그러지 않거든... 그리고 우선 너희 엄마에게 허락을 받아야 할 것 같아.

- ... 아... 그냥 안갈래요.


딱 느낌에 '평상시에 얘네 엄마도 허락하지 않는 일이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맥도날드에 안가게 되었는데, 그 날 오후 특히 내 말을 듣지 않고 제레미에게 못되게 굴었다.


그날 저녁에 한나가 저녁식사를 하면서 딸에게 물었다.


- 리나. 비비안이랑 비비안 엄마랑 같이 지내고 있으니 재밌겠구나~


그랬더니 리나가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안한다. "네. 좋아요~" 라던지 "네, 비비안이랑 재밌어요" 라는 식의 대답을 예상했던 엄마가 좀 뭣 해서, 다시 물어본다.


- 리나, 비비안이랑 같이 지내니까 좋지 않니?

- 난 근데 비비안보다 xx 친구랑 지내는 게 더 좋아요.


하루 종일 자기랑 같이 놀았던 비비안이 바로 옆에서 듣고 있는데, 그런 말을 하다니.

리나 엄마도 민망해서, 리나를 타이르기 시작한다.


- 리나, 비비안 엄마가 수영장에도 데려가고 도서관에도 데려가줬는데, 고맙다는 말을 해야하지 않겠니? 너 특히 도서관에 가는거 좋아하잖아.

- 고맙습니다. 그래도 전 비비안보다 xx 친구랑 지내는게 더 좋아요.


딸에게 화가난 리나 엄마. 딸을 밖으로 불러낸다. "너 나랑 얘기 좀 하자."

한 10분 이후에 돌아온 후 리나가 나한테 그런다.

- 저를 수영장에도 데려가 주시고 도서관에도 데려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비안이랑 놀게 해주셔서 좋아요.


하이구... 내가 엎드려 절 받고 말지.


그날 저녁에 한나와 이야기를 했다.

- 리나가 저렇게 행동하는게, 저에 대한 불만이 있어서 그런거 같아요. 식기 세척기에 있는 접시 정리하라고 얘기했을 때 비비안은 곧바로 말을 듣는데, 리나는 여러번 이야기를 해야 했거든요. 물론 내가 엄마가 아니지만, 내가 우리 아이한테 적용하는 기준을 리나한테도 적용하지 않는다면, 우선 우리 아이도 fair 하다고 느끼지 않고...

- 그럼요. 제가 말했듯이 리나를 돌볼 때 이 아이의 엄마로서의 권위를 다 가지신 거에요. 정말 고마워요.

- 그리고 얘가 맥도날드 가고 싶다고 비비안 시켜서 오늘이랑 어제 두번 물어봤었어요.  내가 엄마한테 허락 받자고 하니까 금방 됐다고 하더라구요. 아마 자기 요청사항에 거절을 하니까 기분이 나빴나봐요.

- 아, 그랬었어요?? 얘가 다음에 또 물어볼 때 그냥 안된다고 하세요. 저번 주에 내 여동생이 왔었는데, 그때도 리나가 그러더라구요. 평상시 엄마가 안된다고 하는 걸 알기 때문에 나 몰래 이모한테 뭐 사달라고 하고... 근데 아이가 그렇게 어른한테 이것저것 요구하면 안되죠. She shouldn't run over other adults like that.


엄마도 첫째와 둘째와 다른 성격의 이 셋째 아이가 참 알 수 없다고 표현한다.

- 예를 들어서, 우리 조세프랑 조안나는 사람들을 잘 초청하고... 집에 손님이 오면 자기 방도 내주고, 자기 컵도 손님이 쓰게 해주고.. 그런거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거든요? 그런데 아까 리나 보니까 손님이 자기 컵 썼다고 힘들어하고... 그런 모습이 전 이해가 안되요. 이번에 비비안네가 와서 홈스테이 하느라고 자기 방에 조세프가 들어오니까 그걸 그렇게 힘들어하고, 꼭 그렇게 해야 하냐고 항의하고 하는데... 얜 왜 다른 애들이랑 이렇게 다른지 모르겠어요.


내가 보기에는 전형적인 미국아이라는 생각이 든다. 첫째와 둘째는 해외에서 살면서 겸손과 남을 존중하고 또 후대하는 것을 배웠는데, 그리고 부모가 그렇게 잘 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물질적인 열등감 같은 것이 없이 살았는데, 셋째는 전형적인 미국인, 자기권리를 주장하고, 자기 소유물에 대해 양보하지 않으며, 자기 표현을 어른들에게도 따박따박, 거의 무례하다시피 할 정도로 하는, 한마디로 자기중심적인 아이로 자랐다.


처음에 장밋빛으로 시작한 홈스테이.


남의아이 돌봐주는게 만만치 않다는 것을 절감하다. 특히 전형적인 미국아이. 그것도 4학년 졸업하고 5학년으로 올라가는 아이. 한국에서도 무서운 5학년이라고 그러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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