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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도우XP Oct 10. 2021

당신의 인스타그램 사용료는 얼마인가요?

스마트폰을 줄여야 할 아주 개인적인 이유

"어떤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면, 당신은 고객이 아니라 상품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왜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을 줄여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모두 한 번쯤은 '스마트폰 좀 그만 봐야 하는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준다면 당연히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조금 많이 사용한다고 느낄 뿐, 큰 문제가 없다면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여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 즉 스마트폰 사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인 수준에서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시간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길거리의 공공 자전거나 킥보드를 빌려 쓰면 사용한 만큼 대여비를 내야 합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 서버를 빌려 쓰면서 돈을 내는 사람은 없습니다. 오히려 인스타그램에서는 사용자들이 오래 인스타그램을 쓰도록 안간힘을 씁니다. 많이 쓰면 쓸수록 부담해야 하는 서버 비용이 늘어나는데도 말입니다. 인스타그램은 전인류적 화합의 장이라는 사명을 가지고 운영되는 자선단체가 아닙니다. 그런데 왜 유료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지 못해 안달이 난 것일까요?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습니다. 광고 때문입니다. 


주의 경제(attention economy)는 사람들의 주의를 상품으로 취급하는 접근법입니다. 즉 사람들의 주의를 많이 끌 수만 있다면 기업에 팔아서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의 타깃은 사용자의 지갑이 아닌 주의, 즉 서비스에 쏟는 시간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면 자연스레 더 많은 광고를 보게 됩니다. 인스타그램이 가장 원하는 일이죠. 인스타그램에게 사용자는 고객이 아니라 상품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이용하는 대부분의 '재미있는' 서비스는 사용자의 시간을 원하고, 각종 알고리즘을 도입해 주의를 끌 수 있도록 합니다. 그렇기에 '30분만 책을 읽어야지!'보다 '30분만 유튜브를 봐야지'의 난이도가 훨씬 높습니다. 우리가 유튜브를 보는 게 아니라, 구글이 우리에게 유튜브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사람의 시간은 하루 24시간으로 고정되어 있기에 어느 한 곳에 시간을 쓰면 그만큼 다른 일을 할 시간을 희생해야 합니다. 이렇게 지불하는 기회비용에는 가족 및 지인과 함께 보내는 시간부터 수면 시간까지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2. 집중력

이렇게 주의를 끌어당기는 앱을 쓰는 것은 단순히 '몇 시간을 소모하는가'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행위 자체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보내는 시간의 질도 떨어트립니다. 


여기 A와 B 두 사람이 한 시간 동안 글을 쓴다고 가정해 봅시다. A는 스마트폰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1시간 동안 글을 씁니다. B는 똑같이 1시간 동안 글을 쓰지만, 5분에 한 번 휴대폰을 켜서 10초간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는지 확인합니다. 1시간 동안 B가 휴대폰을 확인한 시간은 단 (10*12/60=) 2분으로, 58분을 글을 쓰며 보냈습니다. 1시간 동안 쓴 A와는 단 2분밖에 차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쓴 글의 양과 질은 천지 차이일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행위 자체가 몰입도를 떨어트리기 때문입니다. 물론 B가 중요한(것처럼 느껴지는) 카카오톡 메시지에 답장하느라 글쓰기를 중간에 그만두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많은 경우 10초 뒤 휴대폰을 내려놓기가 어렵습니다.


이렇게 스마트폰은 시간을 소모할 뿐만 아니라 집중력을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하기 어렵게 합니다. 따라서 깊이 집중해야 하는 활동을 해내기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아이러니하게도 4차 산업 혁명,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간다움이 무엇인가 고민해야 하는 시대에, '인간다운 활동'에 가까운 깊은 생각을 할 기회를 빼앗기는 것입니다.



3.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이 세상에 살고 있는 79억 명의 사람은 각자만의 세상에서 삽니다.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지구는 단 하나지만 사람들은 79억 개의 지구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대학교에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지만 생각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화장을 하지 않지만 또 다른 사람은 잘 꾸미고 다니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렇게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한 가치판단, 즉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무엇을 보고, 듣고,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인터넷은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어놓을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에서 파이어폭스 연구원이었던 Aza Raskin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인간 행동이라는 운동장을 기울인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개발된 알고리즘은 가짜 뉴스를 믿는 등의 특정 행동은 더 하기 쉽게 만들고, 비판적 사고와 같은 다른 행동을 하기는 더 어렵게 만듭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이런 식으로 짜인 알고리즘은 많은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특정 의견을 믿도록 유도합니다. 물론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당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인터넷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현실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다른 시각을 접할 기회가 줄어듭니다. 따라서 인터넷 및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보내는 시간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내가 현재 삶을 대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줍니다.


4. 부정적인 감정

주의 경제에서는 속된 말로 '어그로'를 잘 끌면 돈이 됩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유튜브 영상과 수준 이하의 자극적인 기사들이 인터넷을 뒤덮은 이유입니다. 이런 콘텐츠의 최종 목적은 순간적 호기심과 흥미 유발을 통한 클릭 유도입니다. 당연히 자극적이거나 사람들의 분노를 살 만한 내용으로 범벅이 되어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면 당연히 이런 콘텐츠에 더 자주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흔히 '키보드 배틀'이라고 불리는 현상도 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대부분이 서로를 모르고 앞으로 만날 일도 없기 때문에 의견 충돌이 생기면 감정이 고조되어 막말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는 일부러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하려고 댓글을 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혹시 무슨 말인가 궁금하다면 지금 유튜브 추천 동영상 중 하나를 눌러서 답글이 100개 이상 달린 댓글을 쭉 읽어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온라인에서 모르는 사람과 소통하는 것은 생각보다 감정 소모가 심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금까지 스마트폰 사용을 줄여야 할 몇 가지 이유를 알아보았습니다. 저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이 없어져야 할 죄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어마어마한 장점과 편리함, 즐거움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스마트폰 이용을 놓고 득과 실을 저울질해 볼 때는 '실'에 해당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왜 스마트폰의 단점을 빼고 장점만 취하기가 어려운 걸까요? 앞서 말한 '30분만 유튜브를 봐야지'가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음 글에서는 단순히 '1시간만 해야지'와 같은 방식으로 스마트폰 사용을 조절하기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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