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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도우XP Oct 24. 2021

당신이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

'1시간만 해야지'라고요?

지난 글에서는 왜 인터넷 사용을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많은 분들은 의식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어도 알고는 있었을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는 건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을 끊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오늘은 스마트폰을 딱 1시간만 봐야지!'와 같은 다짐은 정말 씨알도 먹히지 않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이번 글에서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줄여야겠다는 다짐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스마트폰은 꼭 필요하다.

사실 스마트폰을 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스마트폰을 없애는 것입니다. 담배가 존재하지 않으면 금연할 필요가 없듯이 스마트폰이 없으면 스마트폰에 중독될 일이 없습니다. 실제로 조선시대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률은 0%였습니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본받아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전부 폐기하면 중독이 없어집니다.


제가 쓰던 모델입니다. 사진 출처 nokia.com


저는 실제로 스마트폰 없이 사는 삶의 장단점을 실험해보기 위해 약 1년 반 동안 스마트폰 없이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고심 끝에 선택한 휴대폰은 노키아 105 기종이었습니다. 일반 스마트폰 가격의 2%도 되지 않는 만 오천 원의 저렴한 가격에, 있어도 없는 듯한 70g의 깃털 같은 무게, 아스팔트에 던져도 멀쩡한 플라스틱 액정, 일주일에 한 번 충전으로 충분한 배터리, 3.5mm 이어폰 구멍 등 스마트폰이 아니라는 점만 빼면 스마트폰보다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스마트폰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SNS나 유튜브는 당연하고 카카오톡, 지도, 각종 배달 앱, QR코드 인증, 은행 어플 등 필수 서비스도 전혀 이용할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제가 고른 기종은 한글을 전혀 지원하지 않아서 부모님은 제게 메시지를 보내려고 난데없는 영어 작문 연습을(...) 하셔야 했습니다. 그나마 해외에 거주할 때라 이런저런 앱 없이 없어도 괜찮았지요. 요즘 한국에서 스마트폰 없이 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듯 스마트폰은 단순한 기기를 넘어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스마트폰을 없애고 대체제를 찾는 것이겠지만 스마트폰을 없애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스마트폰 사용을 조절하는 것뿐입니다.



2. 한 번 시작하면 내려놓기가 어렵다.

이렇게 꼭 필요한 스마트폰을 사용하려 켜면 다시 끄기가 어렵습니다. 분명히 필요한 메시지만 보내고 끄려고 했는데 친구한테 카톡이 와 있으면 그것도 확인해야 하고, 카톡을 끄고 나니 인스타그램 알림이 눈에 띄어서 들어가면 스토리도 한 번씩 훑어보고.. 이렇게 스마트폰이 '필요해서' 켜게 되었을 때에도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까지 이용하게 됩니다. 


시간을 때우려는 목적으로 스마트폰을 켠다고 하더라도 한 앱에서 다른 앱으로 꼬리를 물며 사용하는 일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30분짜리 유튜브 동영상을 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켜도 카톡 알림이 오면 확인하고, 친구가 보낸 카톡에 재미있는 내용이 있으면 나무위키에 검색도 해보고, 그 나무위키 문서에서 다른 나무위키 문서도 읽고, 읽다 보니 알게 된 연예인 논란도 검색해 보고... 이렇게 30분짜리 유튜브 동영상을 보겠다는 원래 목적은 온데간데없고 뫼비우스의 띠처럼 여러 서비스를 이용하게 됩니다. 특히 유튜브를 본 후에 하겠다고 결심한 일이 공부처럼 하기 싫은 일이라면 이 루프를 자의로 벗어나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3. '지금 당장 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든다.

문득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보면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중 첫 번째는 '지금 당장' 해야 한다는 의무감입니다. 알림이 오면 지금 당장 확인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지금 당장 확인하지 않더라도 굳이 지금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참아서 그렇게 됩니다. 


사실 보통 사람들에게 지금 당장 답하거나 확인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일이 날 내용은 없습니다. 지금 확인하나 한 시간 뒤에 확인하나 큰 차이는 없으니까요. 지인이나 친구가 섭섭해할 수는 있겠지만 자주 휴대폰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미리 이야기해두면 보통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메시지나 연락이 올 수도 있지 않나요? 물론 급박한 상황이면 보통 전화를 하기 때문에 놓칠 일이 적긴 하지만, 휴대폰을 자주 보지 않으면 중요한 사실을 늦게 알아차릴 때도 있습니다. 저는 스마트폰을 적게 사용하면서 모든 중요한 연락을 제때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연락을 제때 받음으로써 얻는 이득과, 연락을 받기 위해 항상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희생되는 내 삶 중 어떤 것이 더 나에게 중요한지는 가치판단의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렇게 스마트폰을 적게 사용함으로써 잃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4. '반드시 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기분입니다.. 구독한 유튜브 채널에서 새로운 영상이 올라오면 보고 싶고, 봐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보기 싫지만 억지로 보아야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콘텐츠나 서비스를 보게 되면 아무 생각 없이 내 시간을 투자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유튜브 영상은 꼭 보지 않아도 내 삶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인스타그램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쓰다 보면 영상을 보고 좋아요를 누르게 됩니다. 저는 '내가 이 콘텐츠를 꼭 봐야 할까?', '이 콘텐츠를 보는 것이 나 스스로에게 더 도움이 되는 일인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

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금까지 왜 스마트폰을 마음대로 조절하기가 어려운지 알아보았습니다. 먼저 스마트폰은 꼭 필요하기 때문에 없앨 수 없고, 사용하다 보면 다른 불필요한 서비스도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됩니다. 또 지금 당장 그리고 반드시 어떤 콘텐츠를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기 때문에 스마트폰 1시간만 사용하기와 같은 목표는 달성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글에서는 스마트폰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지만 컴퓨터나 인터넷도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스마트폰 및 디지털 기기 사용 계획을 효과적으로 세우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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