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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나물

부지깽이밥♡



부지깽이밥


얼마전에 산지 직거래로

부지깽이 나물을 샀다.


받자마자 씻고 데쳐서 냉동실에 보관했다.

봉지 녹여서 물기 적당히 짜내고

파, 마늘 다져 넣고 된장 조금, 들기름 넣고

조물거려 볶는다.

따끈한 현미 귀리밥과 볶은 나물을

섞어주고 달큰한 달래장 한 스푼 올려

슥슥 비벼 오늘도 든든히.

반찬은 석박지 김치 하나로 충분하다.


달래장은 진간장, 고추가루, 다진마늘,

참기름, 스테비아 조금, 액젖 아주 조금을

섞다가 마지막에 쫑쫑 썰은

달래를 넣어준다.



이맘때는 거의 1년치 나물을 미리

먹어두는듯 하다.


나물을 무칠때는

가급적 양념을 약하게 하여

나물 자체의 맛을 느끼도록 한다.

그리고 향이 있는 나물은

마늘을 넣지 않는다.


데치는 요령도 중요한데

너무 오래 데치면 물러지고

너무 살짝 데치면 풋내가 나거나 질기다.

나는 펄펄 끓는 물에 넣고

나물이 힘이 빠지면 바로 불을끄고

그대로 1-2분정도만 두었다가 건져서

찬물에 씻고 물기는 적당히 짜준다.

너무 꽉 짜면 질기고 맛없다.

전처리가 이정도면

고기보다 대우받을 자격있다. ^^


봄나물들은 살짝 데쳐서 물을 자작하게 부어 냉동시켰다 녹이면 방금 데친 나물같다.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너무 비싸지는 나물들.

직접 생산하는 농부는 출하하는 금액이

너무 싸서 힘들다.

난 되도록 직거래로 사려고 노력한다.

땅에서 무언가를 심고 기르고

거두는 일은 허리를 피지 못하는 일이다.


올해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봄나물을 만난다.

해마다 봄이 오면 나는 분주해진다.


냉이, 부지깽이, 유채나물, 산취나물들을

많이 주문하여

1년간 먹을 준비를 해둔다.

봄에 파릇파릇 여리게 고개를 내민 어린잎들은

아주 보드랍고 연해서

별스런 간을 하지 않아도 참 맛있다.

사시사철 나물을 구할수는 있지만

대부분 말린 나물들이어서

이렇게 생나물은 봄이 아니면

만나기 어렵기때문이다.


2kg 주문한 부지깽이가 도착하자마자

반은 데치기만 하여 지퍼백에 담고 물을 조금 부어 냉동시키고

(나물을 냉동시킬때는

물을 조금 넣어 함께 넣고 냉동해야

마르지 않고 방금 데친 나물처럼

먹을수가 있다.)


나머지 반은 다듬어 데쳐서

국간장, 참기름, 들기름, 맛간장 조금 넣고

설렁설렁 버무리듯 무치고

깨소금은 손바닥으로 비벼서 뿌려준다.

이렇게 버무린 부지깽이는

지퍼백에 납작하게 넣어 냉동실에 보관한다.


볶지 않고 냉동시킨 건 ,

해동하여 고추장, 된장 넣고 무쳐먹고

볶아서 냉동시킨 건 ,

가끔 꺼내서 해동시켜서

바로 부지깽이 볶음밥, 주먹밥, 솥밥을 해먹으면

오랫동안 봄을 만끽할 수가 있다.




나물은 은근히 손이 가는 반찬이라서

콩나물 무침 하나 하는것도

시간과 공이 들어간다.

만들기 번거로우면 자주 안먹게 되니까

이렇게 준비를 해두면 귀찮지 않다.


나물은 고기만큼의 대우를 못 받는다.

식탁에 올릴때도 육류와 생선이

가운데를 차지하고

나물은 그저 사이드로 밀리고 밀리면서

젓가락이 닿기를 기다린다.

그래서 나는 더 나물을 먹는다.

' 너! 이리와, 내가 있어.'

그리고 나물이 들으라는듯 외친다.


" 정말 맛있네. 건강에도 좋고.

어쩜 이리 고소하냐. 색도 넘 이쁘구나."

반려식물, 반려동물...

나에겐 반려나물이 있다.


우리엄마는 나물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늘 나물을 데치거나 무치고 계셨다.

내가 집에 들어가는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딱 맞추시고는 신발도 벗기전에

나의 입속으로 정체불명의 나물들을

마구 집어 넣으시곤 했다.

그건 ' 내가 널 위해 만든거니까

간을 봐 달라' 였을텐데

그때는 짜증부터 내던 못된 지지배였다.


식구들에게

나물반찬은 손이 많이 가며

먹을때 경건히 예를 갖춰 달라는

당부를 하는 아침.


오늘도 굿모닝^^


( 달래, 냉이 캐던 추억을 썼던 적이 있네요.^^)

https://brunch.co.kr/@myeonglangmom/382

https://youtu.be/8i74oz9Re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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