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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센제 산책

길 잃은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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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가도는 굳이 한 도시를 찾아가 머물지

않아도 가는 여정만으로도 참 행복했다.

가을 단풍이 곱게 물들고 오락가락 내리는 비도

싫지 않았다.

비가 내린 후에는  단풍이 더 선명해져서 더

그랬다.

그래서 로맨틱 가도라고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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퓌센에서  비스교회를 찾아 가던중이었다.

도로에 차는 한 대도 없고 우리 차만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너무 아름다운  초원이 펼쳐져서

무언가에 홀리듯 마을로 들어갔다.

도무지 이 동네 이름도 모르겠고  눈으로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초록색 언덕과 동화에서나

봄직한  낮고 예쁜 집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마치 레고로 만들어 놓은듯 했다.

쪽나무를 이어 붙인듯한 집들이  보였는데

오랜 세월 눈,비, 바람을 맞아 나무가 검게 변했지만   매우 단단해 보였다.

바람을 가르고 자전거  두 대가  지나갔다.

그림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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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위에 작은 예배당이 보였는데 예배당앞까지

이어진 길이 아주 정갈해 보였다.

우리는 그 곳이 비스교회인줄 알고 예배당에

들어가보려 했으나 굳게 잠겨 있었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 마을이라 궁금해도 어디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하는수 없이 예배당 옆 작은 집의 문을 두드렸다.

그런데 우리가 찾던 비스교회가 아니라고 했다.

은 바이센제라는 마을이었고

예배당은 비스카펠레라고 했다.

이 예배당은 외부인에게 공개가 되지 않는듯 했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비스교회를 찾아가다  길을 잃고 이곳까지

들어오는게 아닐까 싶다.

네이버에서 검색도 안되는 이 마을.

한국에 돌아온 후에야

구글로 이 예배당을 한참 검색한 끝에 간단한

자료를 찾게 되었다.

비스카펠레 예배당은 17세기에 지어졌으며

성 요셉에게 헌정되었다.

방문객은 예배당 옆 집에서 열쇠를 요청하면

된다는데 그걸 몰랐다.

비스지구는 바이센제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서

비스의 농부들은 요일외에 정기적인 기도를

위해 바이센세르 교회에 방문하는게 어려웠단다. 그래서 1697년 퓌센의 st.Mang

수도원옆에 Wies,Oberdeusch,

Unterdeusch,Thal 의 작은 마을을 위해

예배당을 지었다고 한다. 이 예배당은 예수,

마리아, 요셉을 위해 지어졌다.

1771년에는 뇌우를 피해 예배당에서 피난처를

찾던 5명이 번개로 사망하기도 했다고 한다.

예배당 옆에는  이 마을을 지키는듯 한 매우 큰

나무가 한그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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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땍쥐베리는 행복하게 여행하려면 가볍게

여행해야한다 했다.

짐이 많지 않은 여행을 가벼운 여행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목적지를 향해 가다가 길을 잃어 지도에도 보이지 않는 마을에 들어갔는데 그곳은

천국이었다.

지상에 어떻게 이런 마을이 있는걸까.

맑은 하늘에 구름은  예배당 지붕에 걸려있고

느린 바람이  낯선 이방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곳에선  모든게 느리게 흐르고 있었다.

시간마저도.

길을 잃어서 되돌아 나오는 길도 굉장히 많이

돌아나왔다.  그러나 짜증나지 않고 오히려

그곳에 남고 싶었다.

계획하지 않고 의도하지 않은  낯선 곳과의 만남.

이것이 '가벼운 여행' 이리라.


쇼팽의 라르고 같았던 산책이었다.

 


https://youtu.be/cXFFOg2A2Ng?si=FbU7-9SiGrcVCd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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