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좋은생각>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매달 <좋은생각> 지면 하단에 토막 상식을 싣는데, 편집장에게 올린 상식 중 채택되지 않은 상식을 추려 봤다. 이번 편은 우리말 어원에 대한 상식이다.
실랑이
조선 시대에는 과거에 급제한 사람에게 “신래위(新來爲)!”라고 호명하며 급제 증서를 수여했다. 이때 선배들이 급제자의 얼굴에 먹칠을 하거나 옷을 찢는 등 짓궂은 장난을 쳤는데, 급제자가 이를 피하려고 아웅다웅하는 모습에서 ‘실랑이’라는 단어가 탄생했다.
합죽이가 됩시다
합죽이는 이가 하나도 없어서 입술이 안 보일 정도로 입을 다문 사람을 의미한다. 틀니를 뺀 노인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아이들에게 “합죽이가 됩시다, 합!”이라고 외치는 선생님의 말은 입술이 안 보일 정도로 입을 앙다물라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꽤 오랫동안 ‘합줄기’로 알고 있었던 단어. 내 귀에는 선생님의 말이 언제나 “합줄기가 됩시다, 합!”으로 들렸기에⋯.
우레와 번개
우레는 ‘우는 것’이라는 뜻인 ‘울게’가 ‘울에’를 거쳐 만들어진 단어다. 선조들이 우레를 하늘이 우는 소리로 여긴 것이다. ‘번개’라는 단어도 비슷한 과정으로 탄생했다. ‘번쩍이는 것’이라는 뜻인 ‘번게’가 시간이 흘러 ‘번개’가 된 것이다.
그동안 ‘우뢰’라고 알고 있어서 이 내용을 보고 머쓱했던 기억이. 앞으로는 맞춤법을 잘 지키는 사람에게 ‘우레와 같은 함성’을 보내자.
자정과 정오
고대 동양에서는 하루를 열두 간지로 나눴고, 오후 11시인 자(子)시부터 하루가 시작됐다(이는 오늘날 사주를 볼 때도 활용된다).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자정(子正)’과 ‘정오(正午)’라는 단어는 각각 자시와 오시의 한가운데라는 뜻이다.
자(子)시: 오후 11시~오전 1시
축(丑)시: 오전 1시~오전 3시
인(寅)시: 오전 3시~오전 5시
묘(卯)시: 오전 5시~오전 7시
진(辰)시: 오전 7시~오전 9시
사(巳)시: 오전 9시~오전 11시
오(午)시: 오전 11시~오후 1시
미(未)시: 오후 1시~오후 3시
신(申)시: 오후 3시~오후 5시
유(酉)시: 오후 5시~오후 7시
술(戌)시: 오후 7시~오후 9시
해(亥)시: 오후 9시~오후 11시
주윤발, 공리, 주걸륜 주연의 영화 <황후화>를 보고 처음 알게 된 상식. 영화에서 내시들이 황궁을 발발 돌아다니며 유려한 시를 읊은 뒤 “자시~!” “오시~!” 등을 외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대게의 진짜 의미
많은 사람들이 대게를 ‘커다란(大) 게’라는 의미로 알고 있는데 대게의 진짜 뜻은 ‘대나무 게’다! 다리가 몸통보다 몇 배나 길어 마치 대나무 같다고 해서 ‘대나무’와 ‘게’를 합친 의미인 대게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고약하다 고약해
조선 초기 문신이었던 고약해(高若海)는 임금 앞에서 쓴소리를 거침없이 해서 파직과 복직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1434년, 그는 인내심이 많기로 유명한 세종과 언쟁을 벌이다 결국 세종에게도 파직을 당했다(얼마나 말버릇이 고약했으면⋯!). 다만 1년 뒤에 세종이 다시 불러 그의 충언을 경청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