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순서를 따라야만 하는가.
대부분의 것들은 이유가 있고
의도가 깃들어있다.
의도대로 느끼는 것 또한 즐겁다.
하지만 때때로,
다른 방법을 찾는 것도 재밌다.
아주 즐거운 저녁 식사를 했다.
닭갈비를 먹으러 가서, 주문을 했다.
곁들여 먹을 주먹밥을 시키고
불도 들어오기 전 주먹밥이 나왔다.
따뜻한 밥, 김가루, 참기름.
그릇에 담겨 있는 채 버무려줬다.
숟가락을 들어, 입에 넣었다.
애피타이저로 너무도 훌륭했다.
이내 하나 더 부르고
찌개와, 계란찜을 곁들였다.
닭갈비의 맛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완벽한 식사였음은 분명하다.
나는 먹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너무도 만족스러운 식사였음은 확실하다.
단지 순서만 바뀌었을 뿐인데도
느껴지는 모든 맛과 상황이 달라졌다.
식사를 하는 내내 나는 즐거운 생각에 잠겼다.
우연처럼 다가온 작은 변화가 이토록 감격스럽다니.
도래한 변화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애피타이저로써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적당한 기름기와 식감,
익숙하고 부드러운 맛은 입맛을 돋구었다.
주먹밥을 주문하여 주먹밥으로 만들지 않고,
숟가락 가득 담아 입으로 넣었다.
아마 한동안은 빠져있을 것 같다.
이토록 즐거운 충격은 꽤나 오랜만이다.
순서와 방법.
아주 작은 변화다.
본 의도와 달리 곁들이는 대신
그 자체로 대했을 뿐이다.
아닌가, 원래 밥의 의도는 식사이니
주먹밥이 사이드라는 인식이 이미 변화한 것일지도.
아무렴 어떤가.
내가 예상하지 못한 전개였고, 이는 충분히 즐거웠다.
나는 의도한 바를 느끼고자 노력한다.
기획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찾는다.
일종의 대화의 방법이고,
나는 이런 대화를 너무도 사랑한다.
때문에 의도를 알고나면
나의 의도로 재해석하기도 한다.
무언가를 이해하고 해체한 후 재구성하는 일은
나에게 더 깊은 통찰을 안겨준다.
반대로 나의 의도를 재해석하는 일 또한
아주 반긴다.
그대의 생각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기에.
예상할 수 있는 것에서 오는 즐거움과,
예상치 못한 의외성에서 오는 즐거움.
나는 의외성을 조금 더 선호한다.
상대와의 대화를 하기도 하지만,
스스로와도 이런 형태로 이야기를 나눈다.
나를 돌아보는 것은 꽤나 다이나믹하다.
때로는 칼날처럼 날카롭고,
때로는 부끄러움이 밀려오며,
언젠가는 뿌듯하기도 하다.
반복되는 시간들은 나를 굳게 만들며
결국 대화의 소재를 없앤다.
나는 스스로와 대화를 이어가고자 한다.
끝없이 질문하고, 이를 통해 살아있음을 느낀다.
죽은 채 살고 있지는 않은지,
먹기도 전에 모든 맛을 다 아는 음식만 찾듯이.
가끔은 의외인 선택들을 해보면 어떨까.
원인과 결과의 순서를,
메인과 서브의 관계를,
접근하는 방법을.
내게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
주먹밥을 먹기 위해, 닭갈비 집을 찾을 수 있다.
이 선택을 존중해줄 이와 식사한다면
나는 기꺼이 나의 주먹밥을 함께 먹을 것이다.
혹은 그의 선택을 즐기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