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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취중진담 16화

취중진담

by 로그모리

모르는 건 죄가 아니다.


여전히 모르는 건, 죄다.


모든 것을 알고 있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상황이라면.

알아야만 한다.


믿고 싶은건지, 피하고 싶은건지.

나 역시도 그러지 않았는지.



상대적으로 모를 수 밖에 없는 때에

나는 꽤나 당당했던 것 같다.


모르는게 당연하지!

배우면 되지!


배우고자 하면 또 어여삐 봐주었다.

모든 것이 새롭고, 배울 것이었으니.


어쩌면 몰랐기에, 알고자 했기에

가장 빛날 수 있었다.


어느 순간 상황은 변했다.

의지가 아닌 결과를 보여야 했다.


그럴 수도 있지 라는 변명은

더이상 뱉을 수 없는 말이 되었다.


무지가 당연하지 않은 순간,

비로소 현실에 던져졌음을 깨달았다.



비슷한 표현으로 실수.

할 수 있다. 두번째, 세번째?


다른 실수가 되었는가.

그저 동일한 실수였는가.


아마 그 차이를 알 것이라 생각한다.

동시에 실수는 실력에 포함된다.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사소하던, 흔치 않던 실수는 내 역량이다.


무지에서 온 실수라면 그만큼 프로답지 못한 것이고,

사소한 실수라면 내 집중력의 탓이다.


나는 생각이 아주 많은 사람이다.

때문에 최대한 단순하게 보려 노력한다.


끝없이 펼쳐지는 생각을 멈추고자,

나는 보다 강렬한 표현으로 남긴다.


실수는 실력이고,

모르는 건 죄다.



물론 어느 순간에는 위안과 위로가 필요하다.

하지만 실수도, 무지도 결국 결과와 연결된다.


나는 이 순간의 해결을 우선한다.

자책도, 위안도 나중에 생각할 일이다.


스스로의 사소한 흠을 용납하지 않으려

나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물론 이 기준을 모두에게 적용하지 않는다.

되려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모르는 건 죄가 아니지,

근데 반복되는가?


두 번, 세 번 이 반복되는 건

개선의 의지가 없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 가혹할수록

타인에게는 너그러워진다.


그렇기에 마지노선은 필요하다.

함께 노력할지, 포기할지.



스스로의 기준을 모두에게 적용하기도 했고

다른 기준을 두어 품어보고자 했고

포기해야함을 알기도 했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쏟을 관심과 노력은 한정적이고

이 에너지의 방향에 따라 결과가 바뀐다.


대부분 다른 이를 향해 조절하고자 했다.

최근에는 나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는걸 알아가고 있다.


나의 발전, 혹은 나의 마음을 아껴주는데

에너지를 할애한다.


이 역시도 아이러니하다.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불현듯 찾아왔다.


나를 돌봐줌으로 인해 상황들은 너그럽게 보이고,

차분함으로 인해 변화가 가능해졌다.



내가 떠올리는 생각, 내뱉는 말은

나에게 가장 먼저 돌아온다.


어떻게 이걸 또 실수하지?

이걸 왜 모르지?

정신이 딴데 팔렸나?


실수할 수 있지, 모를 수 있지.

다음엔 안 그러도록 하자.

정신 없겠지만 차분하게 할거 하자.


우리의 뇌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단어 그 자체로, 긍정의 표현 그대로 느낀다.


피드백도 중요하지만

지금 행동의 개선을 위한 말을 먼저 하면 어떨까.


사소한 습관의 변화는

아주 많은 순간을 내게 쌓아준다.



모르는 건 죄다.

그럼 어떤 것을 알아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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