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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취중진담 21화

취중진담

by 로그모리

결국 나의 탓일지도.

그대의 의지가 없음마저.


그저 바랄 수밖에 없으니.

바라지 않음으로 굴레를 벗고

바람으로 방향을 찾고자 한다.


행하지 않음과 행하는 것 사이,

그 어딘가에 답이 있을지도.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결국 내게 달렸을지도 모른다.



나는 자조적인 사람이다.

스스로를 비웃고, 탓하는 사람.


스스로를 믿어주지 않음은

끊을 수 없는 굴레 안에 가두어 버린다.


누군가 나를 감금하고

빛 한 줄기, 물 한 모금마저 통제하는 기분.


희망이라는 단어조차 낯설어지고,

눈은 빛을 잃어간다.


나를 가둔 누군가는

결국 나다.


모든 것은 내 탓이고,

내 잘못이다.



나는 살고자 하는 사람이다.

방법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많은 생각은 할 수 없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머리가 멍하다.


그래도 숨은 쉰다.

희미하게라도, 마시고 뱉어내고 있다.


살아있다는 건 무엇일까.

숨 쉬고, 먹고, 마시는 것?

살아있다고 스스로 믿는 것?


글쎄, 그때 그때 다를지도 모른다.

아무렴 어떤가, '어라 나 살아있네' 떠오르면 그만이다.



어느 한쪽일 수는 없다.

자조적인 나도, 살고자 하는 나도 결국 하나다.


받아들이는 것과 침식당하는 것은 다르다.

나는 받아들이는 쪽을 택하려 한다.


받아들이는 건 둘 중 하나다.


행동으로 변화하거나

내면으로 변화하거나.


대개 하나쯤은 굳어있으니.


많은 순간들에 계속 묻는다.

행동으로? 내면으로?


그리고 시도하고자 한다.

행동으로, 내면으로 변화하기를.


둘 다 안되면 어쩔 수 없고.

그래도 시도는 해봤으니, 이 자체로 성공이라 부르고 싶다.



노력과 별개로, 나도 모르는 사이 침식당하는 때가 있다.

익숙한 듯 매번 새로운 느낌.


지금의 나는 그저 넋두리하듯 뱉어내기를 택했다.

그대의 잘못 마저, 내 탓일지도.

결국 나의 행하지 않음으로, 행함으로 나타난 결과일지도.


뱉어내고 나면 꽤나 후련해진다.

내 탓이다. 이제 어째야 하지.


진정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아주 어렵다는 걸 느낀다.

동시에 그 후에 명료해진 나를 만나기를 기대한다.


모든 건 내 탓이고,

모든 건 그대의 덕이다.


그래서 나는 행하고자 한다.

그저, 바라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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