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태어나고 싶다.
다음 생을 물으면 이렇게 답했다.
사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떠올랐다.
??? 무슨 나무요?
라고 돌아온 질문에 반사적으로 답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우거진 숲 속 나무 한그루요.
다시 돌아온 이해가 안된다는 눈빛에
나는 이유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시작을 모르겠다.
그냥 나무가 끌렸다.
기획자로서 브랜드를 만들때
네이밍과 로고에 대해 고민했다.
불현듯 스쳤다.
나뭇가지.
제멋대로인듯 하지만, 끊임없이 확장하는.
나는 그런 순간을 만들고자 했다.
그저 스치듯 떠오른 생각들을 시작으로
나무를 관찰해보았다.
뿌리, 기둥, 나뭇가지, 잎, 모양.
각각의 역할을, 저마다의 의미를 갖고 있다.
새삼 사람과 닮아있지 않나 떠올렸다.
뿌리는 내 마음의 깊이를
기둥은 행동의 기준을
나뭇가지는 경험의 확장을
잎은 받아들이는 마음을
모양은 이들의 합으로 이루어진 나를.
생각이 여기에 이르렀을 때
나는 인정하기 시작했다.
나는 나무를 떠올리며 사랑을 느끼겠구나.
삶을 대입하겠구나.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우거진 숲 속이었던 이유는 뭘까.
억지로 생겨나는 관계가 아닌, 자연적인 관계를 원했던 것 같다.
삶에서의 모든 상호작용에는
반드시 포함되는 대상이 있다.
'나'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의 관계 속에서
'나'를 지우고 행동한다.
스스로 인지하기 전에 무의식중에 느낀 것이 아닐까.
온전히 받아들이는 나로서 존재하기를.
전무후무한 경험이었다.
몸도 마음도 아닌 무의식이 답을 한 순간.
이유를 생각해보면서
무의식 - 마음 - 몸 으로 점차 퍼져갔다.
돌아보면 스스로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언제나 가혹하게 몰아칠 뿐이었다.
다른 이에게는 언제나 친절했고, 진심을 다했다.
건강한 피드백은 없었고,
반발하거나 내 탓으로 돌릴 뿐이었다.
나의 삶은 어쩌면 내가 아닌 타인으로 이루어졌던 것 같다.
이 생각이 들었을 때 나에게 질문해봤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내가 즐거운 순간은?
내가 싫어하는건?
내가 원하는건?
아무것도 답할 수 없었다.
나에게 물어본 적이 없었다.
결국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나'와
나는 대화해본 적이 없었다.
때문에 노력한다.
나에게 계속 말을 건넨다.
지금은 어떤 기분이야?
지금은 왜 하고 있어?
지금은 무슨 생각을 해?
나무는 태풍에 휩쓸려 생을 마치기도 하고
베어져 다른 형태를 이루기도 한다.
하지만 존재하는 동안, 나무는 끝없이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어나가고 잎사귀를 펼친다.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그저 나로 충분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