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 내리기

by 로그모리

'어우 코치님, 말이 생각보다 큰데요?'


"이 말 키 140cm 밖에 안됩니다. 탈 수 있어요"


'오 잠깐만, 무서운데요..?'


"7살 아이들도 다 탑니다. ㄱㄱ"



가끔, 비장의 수를 쓴다.

시선 돌리기.


익숙하고 상대적 우위인 요소를

비교대상으로 가져와, 허들을 무너트린다.


고작 140cm짜리..?

7살..?


이란 생각이 들면 성공.


표현은 모두 팩트지만,

실상은 다소 차이가 있다.


우리는 140cm의 높이에 올라갈 일이 잘 없고,

7살짜리 친구들도 많이 무서워했었다.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면

그것대로 의미가 있지 않나.



말을 만지기까지 꽤 노력했다.

만져봤다고 갑자기 말이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낯선 높이 + 움직이는 생명체 + 안전벨트 없음


두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는 조합이다.

다만 각각에 대응하는 방법도 존재한다.


낯선 높이는 금세 익숙해지고,

움직이는 생명체는 곧 호흡을 맞춰야 할 존재이고,

내 몸이 안전벨트가 된다.


각각 답이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으니,

두려움을 마주할 순서이다.



목표는 단순하다.

올라타고, 내리기.


승마, horseback riding.

가장 먼저, 제일 중요한 게 무엇일까.


말 그대로, 올라타는 것.

탈 수 있어야 움직이기도 한다.


보통의 레슨에서는 과감하게 생략한다.

안아서라도 태우고 끝.


하지만 스스로 탈 수 없는 말을 제어함이

승마라고 할 수 있을까.


나 조차도 간과하지만

모든 것의 시작은 중요하다.


마음가짐과 태도에 가깝다.

스스로 시작함으로, 세팅한다.


나의 파트너에게 인사를 건네고,

첫 호흡부터 함께 맞춰가며.



타고 내리는 연습에

지금도 시간을 많이 쓴다.


나의 처음이 두렵고 어색했기에

다른 이의 처음 또한 존중한다.


될 때까지 해본다.

기준은 스스로 '할만한데?' 라는 생각이 생길 때까지.


처음이 어렵지 두 번, 세 번 점점 쉬워진다.

다섯 번 정도 오르고 내리면 몸이 먼저 적응한다.


적응한 몸은 이내 나의 마음에 전한다.

생각보다 괜찮아, 할만해!


전혀 새로운 상황에 던져졌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시작하는 것'이다.



조급할 필요 없다.

'승마' 말에 올랐다. 끝이다.


이 지점에 스스로 칭찬해주길 바란다.

바닥에 발을 붙이고 살아온 삶에서 새로운 세계에 들어섰다.


2020년 기준 대한민국 인구는 약 5,200만명 이다.

같은 해 정기 승마인구는 42,000명 이다.


0.08%


두려움 속에 내딛은 나의 첫 걸음은

0.1%가 되는 위대한 걸음일 수 있다.


뿌듯해하고, 스스로에게 칭찬의 말을 건네자.

가까이 가기도 두려워하다가 말에 스스로 오른 순간을.



두려움과 함께 걷는 길은 불안함의 연속이다.

불안함을 이겨내는 것은 응원이다.


나를 온전히 응원해줄 수 있는 건,

'나'뿐이다.


불안할 때는 스스로가 계속 작아진다.

이럴 때 시선을 돌려보면 어떨까.


올라 타는데 성공했어!

몇 번 해보니까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아!

나는 대한민국 0.01% 승마인!


타고 내림을 반복하여 몸이 마음에 말을 건네듯,

사소한 긍정을 생각함으로 마음이 몸에 전한다.


나는 오늘도 두려움을 마주봤다.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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