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일은 언제나 쉽고 가볍게 보인다.
내 일이 되면 떨리고 묵직하게 다가온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남일처럼 했다면,
가까이 다가가보는 것은 내 일이 되는 것이다.
경험해 봤거나, 시도해봤다면 안다.
내 일이 되는건 정말 다른 세계라는 것을.
나는 동물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말 역시 너무도 무섭게 보였다.
안전거리를 두고, 구경하다보니
이내 궁금증과 알 수 없는 용기가 생겼다.
조금만 가까이 가볼까?
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나를 인지시켜야 한다.
해치지 않아 라는 모습을 보여주며 다가간다.
말들은 정면을 볼 수 없다. (눈이 측면에 달려있다.)
왼쪽 목을 향해 내 모습을 보여주며 가까이 가야한다.
내게는 2m 정도였던 것 같다.
남 일처럼 보이던 것이 내 것이 된 거리가.
나름 익숙해지고 순하게만 보이던 존재가
다시 거대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것처럼 두려워졌다.
몸이 굳어버렸다.
어정쩡한 자세로, 온 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유독 크게 들리는 말의 숨소리와 큰 눈동자만 남은 채.
첫 터치는 예상치 못하게 이루어졌다.
'괜찮아요 만져보세요' 라며 내 손목을 잡아 말 목을 만졌다.
화들짝 놀라 손을 뗐다.
동시에 두 가지 생각이 스쳐갔다.
당황스러움.
어? 가만히 있네?
말 목을 만져주며 내게 말한다.
'괜찮아요, 도와줄게요'
나와 같은 아주 작은 사람일 뿐인데
그 순간 어찌도 그리 듬직하게 느껴졌는지.
당황스러움 보다 용기가 커졌다.
내 의지로 만져보니 다른 것이 느껴졌다.
촉감이 부드럽다.
따뜻하다.
나를 쳐다본다.
생각보다 무섭지 않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막상 만져보니 신기하고, 왠지 익숙한 느낌.
예상치 못한 터치로 시작되었지만
아마 혼자였다면 인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직접 보여주며 건네는 작은 응원이
내게 본능적으로 괜찮다는 것을 알려주는듯 했다.
말 목을 만지며 인사를 하고 나니
눈도 보이고, 코에 난 털도 보이기 시작했다.
콧구멍이 벌렁거리는 모습과 소리,
계속 휘두르는 꼬리,
다리에 신은 양말 모양의 얼룩까지.
생각보다 다양한 정보들이 밀려 들어온다.
단 한 번의 용기가 또 다른 눈을 뜨게 했다.
방관자에서 나의 일이 된 순간이었다.
두렵고 긴장한 상태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 누구의, 어떤 말도 내게 전해지지 않기도 한다.
때로는 우연한 기회가 현재의 집중을 흐트려
새로이 집중할 곳을 찾아주기도 한다.
그제서야 나를 응원해주는 소리가 들리고,
스스로를 격려할 수 있다.
가끔 생각해본다.
자의든 타의든, 과감한 첫 터치가 없었다면.
말을 사랑하게 된 지금의 내가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