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바라보기

by 로그모리

사실 난 동물과 그리 친하지 않았다.


어릴 적 우리 집에서도, 친척집에서도

흔한 강아지 한 마리가 없었다.


특별히 이상함을 느끼진 않았다.

어느 날 덩치가 큰 개를 마주했을 때, 다름을 느꼈다.


물론 길을 오가며 종종 작은 강아지들은 본 적 있다.

다만 큰 개의 모습은 상상과 많이 달랐다.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 같다는 생각과

사람과 다른 변칙적인 움직임이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여전히 신기한 건 본능적으로 내 몸이 반응하는 것.

나는 이 정보가 꽤 정확하다 생각한다.



개한테 두려움을 느끼던 내가

몸무게의 5배는 족히 나가는 동물을 마주했다.


말을 실제로 본 적 있다면 알 것이다.

생각보다 더 크고, 근육이 도드라져있다.


처음 마주했을 때 주의사항을 듣는다.

'뒤로 가시면 안 됩니다. 갈비뼈 다 나가요.'


낯선 상황과 살벌한 경고의 조합.

걸음을 무르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결심했다.

'그냥, 멀리서 바라보자.'



거리를 두고 지켜보기 시작했다.

말이 대체 뭐 하는 생명체인지.


저 사람들은 어떤 게 좋아서

저리도 말을 타고 있는지.


두려움에 뒤돌아섰던 말을

천천히 보면서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관심을 가지니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순해 보인다.

아이들도 무리 없이 탄다.

chill 한 맛이 있다.

사실 초식동물 아닌가? 날 해치지 않을지도?


우락부락한 근육과 성난 숨소리만 보이다가

파리를 쫓는 꼬리와 코 푸는 소리가 눈에 들어온다.


처음의 느낌과 달리

봐줄 만 해진다.



지금은 동물에 대해 큰 두려움이 없다.

아주 격렬한 순간들을 겪었기에.


말이 뒷발로 나를 차는 순간은

인지하기 전에 몸이 움직인다.


피함 -> 어? -> 발이 날아옴


동물적인 감각이라 표현하는 본능이

너무도 감사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돌이켜보면 나는 말에게 밟히고 차인 때보다

처음 마주했을 때 더 큰 두려움을 느꼈던 듯하다.


무섭다. 두렵다.

이 마음은 모를수록 강해진다.


그리고 나는 우리의 몸을 고평가 한다.

꽤나 정교한 위기탈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몸이 적응할 시간을 주면

적어도 다칠 행동은 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지나서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두려움을 마주했을 때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으니.


그래서 더욱이 돌아보고자 노력한다.

나는 어떻게 다가갈 수 있었을까.


두려움이 클수록 안전거리가 필요하다 생각한다.

적어도 숨은 편히 쉴 수 있어야, 불안함이 가라앉는다.


남 일처럼 구경해 보자.

생각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다.


도망이 아니다.

전략적 일보 후퇴.


뒷걸음질이 아닌,

멀리 서라도 바라보려는 노력을 떠올리자.


인지로써의 인정도 중요하지만,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인정이 더욱 중요하다.



안전거리 확보, 남 일처럼 구경하기.


멀리서 바라보며,

두려움에 놀랐던 몸이 적응할 시간을 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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