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대신 따스한

by 로그모리

차가운 음료 대신 따뜻한 차.


맥주 대신 보리차를 마시며

달라진 두 번째 차이점.


성격이 급한 편은 아니나

오랜 시간 마시기 편한 걸 선호한다.


그래서 커피도 무조건 아아.

어차피 따뜻한 건 식을 테니까.


굳이 따뜻한 차를 선택하고

여유로이 마셔본 적은 없었다.


요즘, 새로이 접하며 차이를 느낀다.



평소 퇴근과 동시에 맥주를 들이켰다.

옷을 벗기도 전에 마시는 게 일상이었으니.


특유의 시원한 타격감은

하루의 마무리를 선언하는 느낌이다.


어쩌면 그 자체에 중독되었던 게 아닐까.

여전히 차가운 음료의 맛은 짜릿하다.


따뜻한 보리차로 바뀌고 나서는

보다 여유롭게 정리하기 시작한다.


물을 끓이면서 옷을 벗고

샤워를 하고 나오면 준비가 된다.


텀블러에 묵직한 보리차를 담고

따뜻한 물을 부어주면 묘한 기분이 든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김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하고


따스한 목 넘김이

색다른 하루의 마무리를 선사한다.



영업을 할 때에는 더워도

따뜻한 음료를 내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따뜻한 음료는 사람의 마음을

더 부드럽게 만들어준다던가.


사실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못했다.

뜨아를 앞에 두면, 괜히 심술이 나곤 했다.


어묵 국물 정도가 아니면

굳이 따뜻한 것을 찾아 마시지 않았으니.


맥주에서 보리차로 바뀌고

꽤나 충격적인 지점이 이 부분이다.


꿀꺽꿀꺽 - 캬 에서

습 후 호로록 - 와 로 바뀌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몸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낀다.


항상 날이 선 상태를 유지했다.

올바른 판단을 위한 준비를 해두는 느낌.


이 습관이 집에서도 유지되고 있었구나

보리차를 마시며 새삼 느끼게 되었다.


차분해지는 몸을 목격하고 나니

신기하게도 술 생각이 줄어든다.


맥주를 대체할 수 있는 음료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따뜻한 차는 다르구나.



한편으로 평소 태도에 대해서도 떠올려 본다.


언제나 날카로워야만 하는 삶의 시간 속에서

따스해도 되는 순간이 분명 있을 텐데.


과연 나는 충분히 따스한 마음으로

따스한 시선으로 대하고 있었을까.


마시던 습관만 봐도 아니지 않았을까,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따뜻한 음료는 마시면 안 될 것처럼

피하고 있었으니, 마음은 오죽할까.



부드럽고 친절한 태도는

언젠가 이용당하고 상처로 돌아왔었다.


그 때문일까, 어느 순간부터는

나의 다정함을 아끼게 되었다.


따뜻한 보리차를 마시며

새삼 스스로를 돌아본다.


다정할 순간에도 그럴 수 없는 건

나도, 그대에게도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세상은 정글이지만

종종 무해한 사람들도 있지 않나.


조금은 더 다정해도 될 것 같은데.



날이 선 상황들에 노출되지만

가끔은 따스한 나로 살고자 한다.


상황과 별개로 나의 온도는

스스로 정할 수 있을 테니.


차갑지 않으면 안 되던 음료의 취향에

따뜻한 음료가 슬쩍 추가되듯이


날카롭기만 하던 나의 태도와 생각에

한 스푼, 따스함을 슬쩍 추가해 보자.


그래야만 한다 보다는

그럴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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