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대신 아침

by 로그모리

먼저 말하자면 나는 올빼미다.

아침은 언제나 힘겨운 시간이고.


타고난 성향이라 생각했으나

원인은 따로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맥주 대신 보리차를 마시며

아침이 제법 괜찮다는 걸 느끼고 있으니.


어쩌면 나의 밤이 길었던

나의 아침이 힘들었던 이유는


매일 마시던 술의 영향일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밤 대신 아침을

조금씩 가져보고 있다.



밤이 친숙했던 이들은

분명 공감할 거라 생각한다.


다음 날 일어날 시간을 두고

잠을 얼마나 줄일 것인가.


이를 고민하는 순간.

유독 밤에 집중이 잘 되니까.


밤을 좋아하는 이유를 꼽아보자면.


홀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

하루를 잘 갈무리하는 시간

어둠에 친숙함(?)


정신없는 하루 끝에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이니.


하지만 아침을 조금씩 늘려보니

그만의 매력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침이 좋은 이유도 비슷하다.


홀로 집중할 수 있고

하루를 잘 시작할 수 있고

점점 밝아지는 밖이 묘하게 뿌듯하다.


이러면, 둘 다 좋은 게 아닌가?



솔직히 고백하자면

아침은 아직 힘들다.


분명 준비하고 알람을 듣고 눈을 뜬다.

하지만 움직일 수가 없다.


반쯤 잠에 빠진 상태는

흡사 본능이 지배하는 순간이라.


나의 본능은 아직 시간 남았는데

좀 더 자자 피곤한데. 가 승리한다.


개인적으로 아침의 침대는

중력이 5배는 족히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눈 뜨는 대로 출근을 한다.


집에서 침대의 중력을 이기지 못하니

강제로 출근해서 아침을 쓴다.


휴대용 키보드가 이토록 사랑스러울 줄

이 아침을 가지기 전에는 몰랐다.


요즘 꽂힌 컵라면을 아침 삼아

박스 채로 차에 실어두고


새벽에 나가 출근하여 도착한다.

물을 충분히 끓여두고 아침 식사와 함께


글을 적어간다.

물론 보리차도 옆에 있고.


지금은 극단적이지만

집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날을 준비한다.



사실 바이오리듬이라는 것이

새겨진 것보다 내 루틴을 따른다고 생각했다.


몸에 새겨진 리듬은 분명

아침을 시작으로 저녁에 잠드는 것이고


내 몸은 밤에 길게 깨어

아침을 쉬어갔으니.


익숙해졌다고 생각했고

이게 나의 리듬이라 여겼다.


삶에 없던 아침이 생기고 나니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이 피어오른다.


역류성 식도염과 위염을 평생 달고 살았으나

항상 모르고 있다가 건강검진 때 혼나니.


이걸 떠올려 보며 힘든데 몰랐었나

라는 합리적 의심에 도달한다.


아침은 분명 일어나기 힘든 시간이었으나

일어나고 난 후 몸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아직 출근으로 채우는 반쪽짜리 아침이지만

몸의 활력은 확실히 달라졌다.


고집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수용해 볼까 하는 요즘.



여전히, 나는 밤이 편하다.

다만 아침의 힘을 느끼고 있다.


퇴근 후에 맥주는 언제나 당기지만

여태 보리차로 삶을 채우고 있다.


스스로의 다짐도 있겠지만

이 글을 통해 나누며 더욱 새겨본다.


언제나 중용의 태도를 지녀야 하지만

기존에 극단적이었다면 다소 극단적인 시기가 필요하다.


어느 날엔가 분명 조화를 찾을 때가 오겠지만

지금의 날들은 나를 찾으며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오늘의 보리차 한 잔은

밤을 데워주고, 아침을 열어주는 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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