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 전, 폐암 투병 중인 모 연예인이 펜벤다졸이라는 강아지 구충제를 복용하고 암의 크기가 작아졌다는 소식을 전한 적이 있다. 그 연예인은 폐암 4기 환자로, 흔히 말하는 말기암 환자다. 말기암 환자는 암이 많이 퍼져서 완치가 불가능한 환자로, 보통 최대한 오랫동안 편히 지낼 수 있도록 암을 억누르는 치료를 하곤 한다. 말기암 판정을 받은 환자들은 삶에 대한 엄청난 열망이 있을 수밖에 없고, 때로는 의학에서 효과를 인정하지 않는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를 시도하기도 한다. 그가 시도한 강아지 구충제 역시 그 방법 중 하나였다.
당시 그가 전한 소식으로 인해 구충제에 항암 효과가 있는 것처럼 알려졌지만, 사실 그는 구충제와 함께 표적 치료제라는 항암 치료 효과를 인정받은 약 역시 복용하고 있었다. 그의 암이 잠시나마 작아졌던 이유는 표적 치료제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구충제의 항암 효과라 믿고 계속 복용해오던 그는, 얼마 전 결국 구충제에 항암 효과가 없음을 인정했다. 작아지는 듯했던 암이 더 퍼졌고, 구충제의 부작용으로 인해 몸 상태가 더 나빠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절박해도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약을 함부로 복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효과가 증명된 약이라 해도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의대에서는 약리학이라는 과목을 통해 약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 있다. 약리학 첫 시간에 가장 먼저 배우는 문장은 다음과 같다. '모든 약은 독이다.' 무서운 말 같지만, 약에는 이로운 효과가 있는 것만큼 부작용도 있으니 항상 주의 깊게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치킨'이라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약을 예시로 주의 깊은 약 사용에 대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치킨의 효과는 다들 알고 있듯이 맛있음, 배부름, 영양 공급이다. 그래서 치킨은 맛있는 걸 원하거나, 배가 고프거나, 영양이 부족한 사람에게 처방될 수 있다. 하지만 배고픈 사람에게 무조건 치킨을 처방해서는 안된다. 치킨에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높은 영양으로 인해 살이 찌기 쉽고, 튀겨서 만든 약이라 소화 기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고 배고픈 비만 환자나 소화 능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치킨을 처방한다면 득보다는 실이 더 클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개인의 특성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특수한 부작용 역시 존재한다. 생명을 잃을 정도로 치명적인 치킨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에게는 영양실조 상태더라도 치킨을 처방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치킨 섭취 후 여드름이 나는 정도의 부작용을 가진 사람이라면, 위급 시 우선 치킨을 처방하여 살려놓은 다음 부작용을 조절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일 것이다. 치킨 처방에 제한이 있다면 국밥이나 떡볶이 같은 비슷한 기능의 다른 약을 고민해 볼 수도 있다.
위의 내용에 치킨 대신 소화제, 항생제, 고혈압 약, 항암제 등 실제로 사용되는 다른 약을 집어넣으면, 의사가 약을 처방할 때 하는 고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약을 쓸지 말지부터 해서, 쓴다면 어떤 약을 쓸지, 이 약을 쓰면 어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지 같은 고민이 항상 있다. 이런 고민은 의사가 하는 것이지만, 약을 먹는 환자도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 처방대로 약을 잘 복용하고, 의심되는 부작용이 있으면 의사와 충분히 상담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