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수학 시간에 참값에 대해 배운 적이 있다. 말 그대로 아주 정확한, 참인 값을 참값이라고 한다. 근삿값도 배웠다. 참값은 아니지만 참값에 가까운, 어쩌면 참값일 수도 있지만 참값이라 확신할 수 없는 그런 값이다. 측정값도 있었다. 도구로 측정하여 얻은 값으로, 참값이 아닌 근삿값으로 분류되는 값이다. 참값과 측정값의 차이를 오차라고 하는데, 이는 측정하는 도구와 사람에 의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 배웠다. 결론은, 우리는 참값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측정값만으로 판단으로 내려야 하며, 올바른 판단을 위해 오차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의학의 수많은 진단 검사와 판단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병원에서 시행하는 수많은 검사들은 사실 매우 불완전한 검사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철석같이 믿을 수 있는 신뢰도 100%의 검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어떤 검사든 측정값에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검사의 종류에 따라 오차의 여파가 의미 있게 클 수도, 큰 차이를 만들지 않을 수도 있다. 혈압이나 당뇨 검사의 경우는 오차가 발생하더라도 약을 먹고 안 먹고 정도의 차이라 단기적으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감염자가 아닌데 감염자로 나온다거나, 암환자인데 암환자가 아닌 것으로 나오는 등의 오차가 발생한다면, 환자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뀔 수도 있다.
검사 오차의 여파가 크든 작든, 환자에게 불필요한 처치를 하거나 필요한 처치를 못하게 되는 것은 좋은 상황은 아니다. 그래서 다양한 방법으로 검사의 오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한다. 먼저, 똑같은 검사를 여러 번 해보는 방법이 있다. 100을 기준으로 진단을 내리는 검사를 했을 때, 99나 101이 나오면 굉장히 애매해진다. 오차 범위 내에서 진단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럴 때는 같은 검사를 한 번 더 해보면 된다. 여전히 애매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만, 좀 더 명확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똑같은 검사를 주기적으로 꾸준하게 하면, 수치의 오르내림을 확인하며 호전과 악화 추이를 간단하게 확인할 수도 있다.
다른 방법으로, 같은 목적의 서로 다른 검사 여러 개를 시행하는 방법이 있다. 신뢰도 90%의 검사 하나로는 틀릴 확률이 10%나 되지만, 비슷한 신뢰도의 검사 여러 개가 함께 시행되면 틀릴 확률이 급격히 낮아지게 된다. 암 진단을 위해 CT도 찍고, MRI도 찍고, 이외에도 수많은 검사를 함께 하는 이유다. 검사의 특성에 따라 시행 순서를 정해 놓는 경우도 있다. 결과가 빠르게 나오고 값이 싼 대신에 신뢰도가 낮은 검사가 있고, 반대로 매우 정확한 대신에 비싸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검사도 있다. 건강 검진 같은 경우에는 검사별 특성을 고려하여 우선 간단한 검사를 모두에게 시행하고, 의심스러운 결과가 나온 사람에게 추가 검사를 시행하는 방식으로 신뢰도와 효율성을 모두 챙기려 하고 있다.
검사의 오차를 아무리 줄이려고 노력한다 해도, 오차를 0으로 만들 수는 없다. 측정값과 참값 사이의 괴리는 항상 존재한다. 오차를 충분히 고려하여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애꿎은 기계를 탓할 수는 없으니 그 역할은 당연히 의사가 맡고 있다. 이 판단을 어려운 말로 '임상적 판단'이라고 하는데, 검사 결과와 함께 의사가 환자를 보고 듣고 만져서 얻은 모든 정보를 취합해 내리는 판단을 말한다. 완전히 같은 검사 결과의 두 환자라도 의사의 판단에 따라 결론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임상적 판단은 환자를 직접 본 의사만 말할 수 있는 일종의 의학적 참값이다. 이 참값은 다른 의사가 함부로 간섭할 수 없는 의학적 권위를 가지며, 사회적-법적 판단의 기준이자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의사들은 항상 책임감을 가지고, 올바르고 정확한 임상적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