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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 Jul 24. 2023

그저 아직은 살아있다. 뭐라도 하면서.


  최근 절박한 마음으로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어서 들어간 직장에서 버티지 못하고 약 4개월 만에 도망치듯 나왔다. 언제나 내게 영원히 풀 수 없는 수학 문제 같았던 인간관계라는 문턱에 또 걸려 넘어진 것이다. 단 하루도 더 못 다니겠어서, 죽을 것 같아서 나왔는데, 나오고 나니 나를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더 큰 괴로움이 찾아왔다. 온갖 욕을 스스로에게 퍼부었다. 왜 매번 이 모양 이 꼴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너무 쓸모없는 존재처럼 느껴져서 이젠 정말 죽을 때가 됐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서른에 죽는 거 나쁘지 않지. 이 정도 살았는데도 답이 없으면 죽는 게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어. 언제 죽을까. 이런 말의 조각들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게다가 얼마 전 코로나에 걸려서 고생을 좀 했는데 후유증이 남았는지 간헐적으로 두통이 있고 몸도 제 컨디션이 아니라 더 심약해지고 있었다.(두통 때문에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이기도 했다.) 생에 대한 의지가 소멸되어 가는 와중에 그나마 하루만 더 살아볼까라는 마음이 들게 하는 건 덕질뿐이었다. 박지훈과 워너원 멤버들의 모습을 조금만 더 보고 싶은 마음이 생에 갈고리처럼 살짝 걸려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우습게 들릴 수도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소중한 것도 지켜야 할 것도 없는 나한테는 그들만이 세상을 놓지 않게 해주는 유일한 존재였다. 죽으면 그들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으니까. 아쉬운 건 그거 딱 하나였다. 아마 몇 달 전 박지훈과 워너원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퇴사가 더 앞당겨졌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얘네를 더 보고 죽느냐 마느냐 하는 고민을 하고 있을 때 한 작가님이 저 무물을 갑자기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려주셨다. 마치 그런 내 마음을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별 거 아닐 수도 있는데 내 삶을 조용히 응원해 주는 느낌이 들어 따뜻했다. 누군가는 내가 포기하지 않길 바라는구나 싶어서 위안이 되었다. 이런 누군가의 작은 지지가 필요했던 거 같다. 이 세상에 나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 같았으니까. 조금이나마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마냥 기쁘고 좋기만 했던 건 아니다. 사실 저건 작년 여름에 내가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걸 정확히 1년 후에 다시 올려주신 거다. 당시에는 그래도 나름 <나의 별에게>, <유미의 세포들>, <환승 연애> 등도 보고 재밌는 일들이 조금은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게 힘들고 아팠던 것 같아 좀 서글퍼졌다. 그때와 지금의 내가 바뀐 게 없고 똑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도 했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이러고 있으려나 싶어서 무력해지는 것도 있었다. 여전히 나는 작가님이 말씀하신 살아있길 잘했다는 이유를 찾지 못했고,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내일이,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한 건 동력이 됐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영상만 보며 무기력하게 보내던 나날들이었다. 이렇게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된 건 작가님의 공이 크다. 덕분에 작은 날갯짓을 하는 중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겠다는 거창한 계획이나 목표는 없지만, 그저 아직은 살아있다. 뭐라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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