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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버든 이야기

면 생리대

by 우쥬 Dec 02. 2024

내가 바디버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어느 TV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사실 당시에는 별 감흥 없이 잊고 지나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임신이었다.

나는 월경 주기가 매우 불규칙한 사람이다. 어느 순간부터 이유 없이 주기가 불규칙해지고, 주기가 아닌 기간에도 출혈이 종종 있었다. 간혹 그 출혈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어 한 달 이상 출혈이 있었던 적도 있다. 물론 산부인과도 그때마다 방문했지만 자궁과 난소에는 아무 이상이 없으니 호르몬제(프로게스테론)를 먹어보고 그래도 출혈이 멈추지 않거나 하면 다시 검사를 해보자는 것이 일관된 의사 선생님들의 의견이었다. 부정 출혈이 자주 있었기 때문에 산부인과를 감기에 걸려 이비인후과 드나들듯이 자주 드나들었었더랬다. 그리고 결혼 후 본격적으로 아이를 가져볼까 하던 찰나에 또 출혈이 보였다. 별일 아니겠지, 하고 검진 겸 산부인과에 다시 갔는데 이번엔 이전 진료 결과와 사뭇 달랐다.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보인다고 하셨다. 보통 이런 경우 피임약으로 주기를 조절하는데 임신 준비 중이라고 하자 심한 편은 아니니 자연스럽게 임신 시도를 해보라고 하셨다. 그때부터 나의 여성 건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내가 했던 일은 면생리대로 바꾸는 것이었다. 월경 컵이라는 것도 괜찮아 보였지만 아무래도 직접 삽입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그 외에 플라스틱 반찬통 바꾸기, 티백 마시지 않기 등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기서는 면 생리대 위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아마 제일 궁금하실 것이다. 면 생리대로 바꾸고 다낭성난소증후군이나 부정출혈이 좋아졌는가? 답은 아니다. 면 생리대로 바꾸었다고 해서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기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 생리대를 계속 쓰는 이유는 첫째로 그래도 일회용 보다는 건강에 좋지 않을까 하는 것과 둘째로 조금이나마 환경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모두 차치하고, 두 번째로 궁금해하실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세탁이 귀찮지 않은가요?"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다. 귀찮다. 귀찮지만 또 할만하다. 당일에 세탁을 하는 것이 좋은데 나 같은 경우는 흡수면이 바깥쪽을 향하도록 반 접어 흐르는 찬물에 비틀어 짜서 혈을 최대한 빼낸 후 전용 세탁비누를 사용하여 비누칠을 한다. 그리고 세탁통에 흡수 부분을 바닥으로 가게 두고 물을 약간 넣어 살짝 잠기게 한 후 하루 방치한다. 그리고 그다음 날 저녁 그날 쓴 면생리대를 세탁하면서 어제 비누칠해둔 생리대를 빤다. 이런 식으로 생리기간 며칠 저녁만 10~20분 투자하여 세탁을 완료할 수 있다.

7~8년 전쯤에는 한*패드라는 브랜드가 거의 유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나도 그 브랜드의 면생리대를 사용했었다. 몇 년 사용하다가 임신을 하면서 오래 사용하지 않았더니 다시 사용하기가 좀 찝찝해서 버리고 육아하면서 빨래가 버겁다는 핑계로 한동안은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했다. 그러다가 최근 다시 면생리대를 사용하려고 검색해 보니 예전보다 브랜드가 다양해졌더라. 그래서 이번에는 새로운 브랜드를 써보고자 이* 면생리대를 주문해서 써보았다. 앞서 사용했던 브랜드와 장단점이 극명하게 나뉘었다. 먼저 사용했던 한*패드의 경우 중형도 도톰해서 샐 염려가 없었다. 그래서 양이 많은 날에도 안심하고 착용했었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빨래할 때에는 조금 번거로웠다. 흡수면이 도톰해서 그런지 얼룩이 잘 지지 않았고, 마르는 데에도 시간이 꽤나 소요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의 경우는 중형 기준 한*보다 얇은 편이다. 그래서 바빠서 잠깐 화장실 갈 타이밍을 놓치면 새기도 했다. 그렇지만 얇아서 세탁이 쉽고 마르기도 빨리 말라서 좋았다. 하지만 화장실에 수시로 가서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 다소 번거로워 양이 많은 2-3일째에 추가로 사용해 보려고 위**브랜드의 대형을 주문해둔 상태이다. 저처럼 양이 많으신 분들은 한*를 추천드리고, 양이 그다지 많지 않으시다면 세탁의 용이함을 위해 이*도 괜찮아 보인다.

현대사회를 살면서 화학물질을 100% 피할 수는 없다고 본다. 하다못해 모유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다고 하니 이제 어느 정도는 이러한 것들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다만 의식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바디버든을 줄여보면 어떨까 싶다. 내 몸에도 좋고 환경에도 유익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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