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바다신이시여, 우리를 굽어살피소서!

조선통신사 사건사고 1-4

by 구경래

“유세차 을미년 오월 경술일, 통신사 정사 조형(?~?), 부사 유창(?~?), 종사관 남용익(1628~1692)은 삼가 맑은 술잔, 갖가지 음식으로 공손히 바다 신에게 제사 드리나이다. 지금 우리는 먼 나라로 임금의 명령을 받들어 떠납니다. 배 떠날 좋은 날을 받아 오백 사람이 여섯 척 배에 나누어 탔습니다. 잔잔한 물결에도, 놀란 물결에도 목숨이 털끝과 같습니다. 신의 은혜가 아니면 어찌 무사히 건너겠습니까? 정성을 다하여 술잔을 올리오니 신은 우리의 소원을 들어주소서!”


무엇을 하는 모습일까? 맞아! 통신사가 일본으로 떠나기 전 제문을 읽는 모습이야! 1655년 통신사로 일본을 다녀온 종사관 남용익이 쓴 『부상록』의 「해신제」 제문 중 일부지.


통신사는 조선을 떠나기 전 늘 바다 신에게 제사를 모신 뒤 떠났어. 그만큼 통신사가 떠나는 길이 멀고 험했다는 거지. 요즘이야 일본으로 가려면 비행기로 가까운 곳은 사십 분, 먼 곳은 두 시간 반 정도면 가는데, 옛날에는 일본으로 가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야. 한마디로 고생길이지. 가는 방법도 오직 하나, 배 타고 가야 해. 그러니 이래저래 죽을 맛이야.


그럼 통신사는 어떤 길을 따라 일본으로 갔을까? 그 길에는 어떤 어려움이 놓여 있었을까?


“아버님! 이번에 제가 통신사로 뽑혀 일본으로 갑니다. 돌아올 동안 몸 성히 잘 계십시오!”

“오냐! 집안일은 염려 말고 다녀오너라. 위로는 임금님을, 아래로는 백성을 생각하며 사행길에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잘 처신하거라. 그래, 이번에 가는 길은 어느 정도 먼 길이냐?”

“한양을 떠나 일본의 수도인 에도까지 이르는 거리는 줄잡아 이천 킬로미터나 된다고 합니다. 한양에서 부산까지 다섯 번 가는 길과 맞먹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오가는 길이 멀어서 무척 고생이겠구나. 아무쪼록 몸 잘 챙기도록 해라!”


한양을 떠나기 전 통신사는 임금님이 사는 창덕궁에 들러야 해. 임금님도 뵙고, 조정의 여러 신하도 만나야 하거든. 통신사로 가는 사신 가운데 가장 높은 세 사람을 삼사라 해. 곧 정사, 부사, 종사관이야. 이처럼 삼사로 뽑힌 사신은 임금님에게 잘 다녀오겠다는 작별 인사를 하고, 종묘사직에도 잘 다녀오겠다는 의식을 마친 뒤 숭례문을 나서게 돼.


한양을 떠난 통신사는 충주와 상주를 거쳐 남으로, 남으로 꾸준히 내려가 마침내 부산에 닿게 되지. 그런데 부산으로 내려갈 때 말을 타고 막 달려가는 게 아니거든. 지금처럼 교통이 편리한 때가 아니라서 삼사는 때로는 가마를 타기도 하고, 험한 길은 때때로 말을 타거나 걸어가야 해. 그러니 다 같이 호흡을 맞춰 가려면 시간이 엄청 걸릴 수밖에 없어. 서울에서 부산까지 지금이야 두세 시간이면 갈 수 있지만, 그때는 보름도 더 걸렸거든. 왜냐하면, 아랫사람의 경우에는 하루 내내 걸었으니 무척 피곤할 것 아냐? 그러니 머무는 곳에 따라선 통신사 일행이 푹 쉬도록 며칠씩 묵기도 했거든. 따라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법이야. 또, 일본으로 가는 통신사는 고생길이라 생각한 당시 조선의 관리들은 통신사가 자기 고장을 지나가면 반드시 초청해 거나하게 한 상 차려주곤 했어. 그러므로 이래저래 부산까지 가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곤 한 거지.


아무튼, 그렇게 부산에 닿은 통신사는 어떤 일을 했을까? 그냥 먹고 놀지는 않을 거 아냐.


“여봐라!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에서 마련해 온 특산물과 예단이 빠진 게 없는지 하나하나 살펴보아라! 만약, 틀림이 있다면 얼른 바꾸도록 할 것이다!”

“정사 어르신! 특산물과 예단은 틀림없습니다!”

“그럼 여러 도에서 뽑혀 온 사람은 다 있는지 확인하거라. 일꾼이나 노꾼, 군졸과 하급통역관, 선장까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 확인해야 할 것이다!”

“네, 정사 나으리. 그 또한 틀림없습니다!”

“잘 됐다. 그러면 배 떠날 날짜는 언제가 좋다고 하더냐?”

“아직은 날씨가 좋지 않아 좀 더 기다려야 한답니다.”

“그래? 그렇다면 동래의 관리와 유학자를 초청해 경치가 빼어난 곳으로 나들이를 가자꾸나. 시도 읊으면 금상첨화겠지!”


삼사는 바쁜 일정 가운데도 잠시 짬을 내어 근처 나들이도 가곤 했어. 그렇게 떠날 날짜만 손꼽아 기다리는 거지.


자, 드디어 일본으로 떠나기에 좋은 날이 정해졌어. 이제 인력도, 준비물도 죄다 챙겼으니 남은 일은 바다 신에게 정성껏 제사를 올리는 거야. 통신사가 조선에서 올리는 마지막 제사는 영가대에서 모시도록 돼 있어. 그 제사가 바로 해신제야. 즉, 통신사로 떠나는 일행이 아무런 탈 없이 국서도 잘 전달하고, 무사히 일본을 오갈 수 있도록 바다 신에게 드리는 제사를 말해. 따라서 해신제는 통신사가 부산을 떠나기 전 반드시 갖춰야 할 의식이야. 그리고 그 진행 방법과 순서는 『국조오례의』에 잘 나와 있어. 『국조오례의』는 1474년(성종 5년)에 펴낸 책으로 길(吉), 흉(凶), 가(嘉), 빈(賓), 군(軍)의 다섯 가지 예법에 관해 정리해 놓은 책이야. 예법을 중시한 조선이니 마땅히 그런 예에 따라서 차례도 모시고, 제물도 꼼꼼히 준비해야 했어.


“종사관 어르신! 해신제를 올리려면 무슨 일부터 해야 할까요?”

“먼저 제단부터 마련해야 하니까 영가대 높은 곳에 제단을 모시도록 하게!”


조선 때만 하더라도 둘레에 높은 건물이라곤 관청으로 쓰던 기와 건물이나 언덕 위에 지어진 정자인 ‘루’ 건물밖에 없었거든. 그런 까닭에 바다 저 멀리까지 한눈에 쏙 들어오는 높은 곳에다 제단을 세우는 일이 가장 먼저 할 일이었대.


“제사에 쓸 제물을 깨끗이 장만하는 것, 잊어선 안 될 것이네. 먼 길을 무사히 오가도록 비는 제사니만큼 정성을 다해야 할 것이야!”

“감히 여부가 있겠습니까! 상처 입은 짐승은 없는지, 상한 과일이나 음식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사에 쓸 그릇도 더럽지는 않은지, 머리카락은 묻지 않았는지 하나하나 깨끗이 훔치도록 했으니 마음 푹 놓으십시오!”


그렇게 갖은 정성을 다해 상차림이 끝나면 옷을 깨끗이 차려입은 통신사절단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바다 신에게 제사를 지내게 돼. 그때 바다 신에게 바치는 제문을 읽고, 의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이끌어야 하는 사람은 바로 통신사 삼사 중 제술관이었어.


어떠니? 바다라는 대자연 앞에 고개 조아리고, 공손한 마음가짐으로 온갖 정성을 다해 제를 올리는 우리 선조의 모습에서 뭔가 스치는 게 없니? 없다고? 그러면 내가 알려줄 테니 일러주는 대로 한번 따라 해 보렴. 먼저 옷매무새와 옷차림부터 바로 해볼까. 그리고 마음가짐도 차분히 다잡는 거야. 그런 다음엔 목청을 가다듬고 내가 말하는 걸 따라 해 봐.


“유~세~차~!”


생각거리)


통신사 사행을 보면 사신은 조선을 떠나기 전 챙겨야 할 물품과 인력을 꼼꼼히 살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처럼 어떤 일을 하거나,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필요한 물품을 챙기는 것은 오늘날과 다를 게 없지요. 그런데 오늘날에도 여행지에서 또는 어떤 사업을 할 때 종종 볼 수 있는 게 준비 부족에 따른 애로예요. 그렇다면 어떻게 준비를 잘 해야 어떤 일을 하거나, 사업을 할 때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요? 또, 어떻게 준비해야 여행을 떠날 때 준비물을 빠트리지 않고 잘 챙겨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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