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 문화교류 2-9
9. 통신사가 일본에 선보인 춤과 음악 그리고 공연
통신사는 조선의 문화를 일본에 알리는 역할을 했어. 국서를 전달하는 목적도 있지만, 조선의 우수한 문화를 일본에 알려 다시는 조선으로 쳐들어올 생각을 하지 말라는 뜻도 숨었거든. 그래서일까 통신사를 일본에 파견할 때면 조선에서는 늘 잡기에 뛰어난 소질을 가진 사람을 왕창 뽑아서 데려갔어. 오늘날로 치자면 대규모 연예인단을 조직해 떠난다는 소리야.
그럼 당시에는 어떤 사람을 데려갔을까? 주로 마상재, 악공, 소동 등인데, 그 수가 무려 오륙십 명에 달했어. 사실상 그들이 통신사가 국내외를 오가며 벌이는 잔치며 행사에 조선을 대표해 조선의 음악과 춤, 볼거리를 제공한 셈이지. 노래를 잘하는 사람, 광대놀음을 잘하는 사람, 말 잘하는 변사를 포함해 심지어는 무당까지도 격군, 사령, 사노 등의 신분으로 데려갔어. 따라서 통신사는 일본의 여러 마을을 지날 때마다 악기도 연주하고, 각종 공연도 펼치고, 멋진 춤도 선보일 수 있었던 거야.
그 가운데 소동이 춤을 추는 ‘소동무’란 게 있거든. 그 춤이 우시마도 사람에게는 강한 인상을 남겼나 봐. 그래서일까 지금도 우시마도에는 이 춤이 전해져 ‘가라코오도리’란 마쓰리에 그 흔적을 남겨 놓았지. 마쓰리는 축제, 잔치란 뜻의 일본어야. 그러니까 가라코오도리란 축제가 아직도 진행되는데, 그 축제 어딘가에 통신사의 자취가 묻어있다는 말이지. 실제로 해마다 시월 넷째 주 일요일이 되면 우시마도에서는 가을 마쓰리가 열려. 그 축제는 에도시대인 1676년부터 이어져 내려왔다니 제법 역사가 깊지?
1655년 통신사로 떠난 조형(1606~1679)은 우시마도에 대하여 이런 글을 남겼어.
“우시마도에 도착해 혼렌지로 갔다. 일본인이 피로를 풀어주는 춤과 잔치를 베풀었다. 부두 선착장에서 숙소인 혼렌지까지 이삼 리쯤 되는데, 가는 길에 자리가 깔렸고, 백성이 사는 집에는 모두 장막을 쳤다.”
이 대목을 보고 알 수 있는 건 뭘까? 맞아, 통신사가 우시마도란 곳에 묵었단 말이지. 그리고 조선에서 온 통신사의 여독을 풀어주기 위해 일본인이 춤과 잔치를 베풀었음도 알 수 있어. 그렇다면 대체 이 우시마도란 곳은 일본의 어디쯤 있는 걸까?
우시마도는 히로시마에서 오사카의 중간쯤 있는 곳이야. 일본의 오카야마현의 동남부 쪽에 있어. 일본 본토는 시모노세키에서부터 오사카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다도해처럼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지는데 그곳을 세토내해라 해. 바로 그 세토내해의 한 곳에 세토우치시란 곳이 있고, 바로 거기에 있는 한 지명이야. 세토우치시는 일본의 에게해로 일컬어질 만큼 풍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소문나 중세 때부터 제법 잘 나가는 항구도시로 이름을 날렸어. 그래서 통신사도 하루 여정을 마치면 꼭 들리는 항구로 사용한 거지.
이제 왜 우시마도의 가을 마쓰리가 통신사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지 감이 올 거야. 하지만, 아쉽게도 우시마도는 일본의 근대화가 시작되는 명치유신 이후 그 명성이 차츰 사라져 쇠락의 길로 접어들고 말았어.
그건 그렇고, 그렇다면 가라코오도리란 어떤 마쓰리일까? 가라코오도리는 오카야마현의 중요무형민속문화재로 지정되었는데, 통신사가 우시마도에 묵었을 때 소동이 추던 춤을 오늘날까지 이어온 걸 말해. 해마다 가을 축제가 열리면 신사의 신에게 이 춤을 바치는 행사로 자리매김한 거지. 갖가지 장식으로 꾸민 단지리 즉, 배 모양을 한 장식 수레를 앞세운 주민들이 통신사 행렬을 흉내 내어 행진하는 거야. 악사는 피리를 불고, 북을 치며 연주를 하고, 행렬의 선두에는 춤추는 남자아이 둘이 있어. 그 무동이 바로 통신사의 소동을 뜻하는 거야. 그러니 이 축제는 통신사로부터 비롯된 축제가 틀림없어.
한때 학자에 따라서 이 축제는 중국에서 유래된 거다, 우시마도에서 독창적으로 창조된 춤이다는 둥 여러 주장이 엇갈린 적도 있지만, 오늘날에는 통신사로부터 비롯된 축제임을 대체로 인정하는 편이야. 그 근거로 신유한의 『해유록』을 들어. 신유한이 ‘악사에게 북과 피리를 불게 하고 소동 둘이 서로 마주 보며 춤추도록 했다’는 기록을 남겼거든. 또, 앞서 말한 배 모양 수레 있잖아? 거기에도 일본에는 없는 게 있어. 즉, 배 앞머리에 통신사의 배를 뜻하는 용 머리 장식을 했거든. 그래서 이래저래 통신사로부터 유래된 축제라는 데 별다른 이견은 없어.
그렇다면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인물이 또 있지? 맞아! 소동이야! 소동은 어떤 사람을 말할까?
소동은 통신사 행렬도를 보면 유달리 눈에 띄는 사람이거든. 뒤로 길게 땋아 내린 머리카락이며 부드러운 몸짓, 언제나 말을 타고 움직이며, 때로는 부채를 들고 있기도 해. 그러니 겉모습부터 통신사의 다른 일행과는 확연히 달라 보여. 마치 여자 같은 느낌이 드는 남자라 해도 그만이야. 이 소동은 삼사, 통역관, 제술관, 상관, 차관, 중관, 하관으로 이루어진 통신사 일행 가운데 그 지위가 좀 낮은 편인 중관에 속해. 대부분 삼사 아래에 딸려 일하는데, 보통 십 오륙 명이 따라나섰대.
그럼 이 소동은 통신사절단에서 어떤 일을 맡아 했을까? 조엄이 쓴 『해사일기』를 볼까.
“삼방수역통인 김한중(?~1764)을 병 때문에 배에 머물게 하고 왔는데, 그 병이 점점 심해져 끝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몹시 참혹하고 가엾다. 김한중은 동래의 초량에 사는 소동인데 만 리 머나먼 길에 사신을 따라 왔다가 살아서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다.”
위 기록에 따르면 소동은 ‘통인’이라고 해. 통인은 조선 때 지방 관청에서 일하던 이로 수령 곁에서 시중을 들거나 잔심부름을 하던 사람을 일컫는 말이야. 그러니 소동은 사행에서 정사나 부사, 종사관 곁에서 시중을 들거나 잔심부름을 도맡아 했다고 보면 틀림없지. 그런데 소동은 단지 통인으로서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언제나 구경꾼의 눈길을 끄는 재주 많은 사람으로서 더 두드러졌어. 실제로 소동은 부산은 물론이고, 경상도와 충청도, 경기도처럼 전국의 여러 곳에서 뽑혀 온 재주꾼이거든.
그렇다면 소동은 어떤 재주나 끼를 지녔을까? 그건 ‘소동대무’라는 춤사위로 잘 알 수 있어. 다시 말해 소동은 배가 오래도록 머물거나, 한곳에 오래도록 머물 때 사신 일행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소동대무를 추기도 하고, 일본 사람이 베푸는 잔치에서 조선의 멋진 춤사위를 뽐내기도 했다는 말이지. 즉, 통신사가 오갈 때 소동은 구경꾼에게 볼거리를 베풀었으므로 그 맡은 바 임무가 결코 하찮다고 보기 어려워. 요즘으로 치면 뛰어난 비서이면서도 유명한 연예인이나 마찬가지잖아. 게다가 소동은 일본에서 썩 괜찮은 대접을 받았거든. 비록 신분은 낮다 하더라도 늘 높은 사람 곁에 붙어 있는 데다 앞서 본 것처럼 재주까지 뛰어났으니 그럴 수밖에! 그렇지 않다면 소동이란 낮은 관직의 신분이 늘 말을 타고 움직일 까닭이 없잖아?
그런데 소동이 일본 사람에게는 어떻게 비칠까? 일본 사람이 그린 그림을 보면 소동은 마치 여성처럼 그려져 있어. 수염이 나지 않은 곱상한 얼굴에 머리를 길게 땋아 내리고, 여성스러운 몸짓에 때로 부채까지 들고 있는 모습을 해. 아마 일본 사람 눈에는 소동이 마치 여자처럼 보였나 봐. 어떤 그림에서는 아예 소동이 여자로 그려져 있기도 하거든. 옷차림이 화려하고, 머리를 틀어 올리기도 하고, 머리에 꽃 모양 꾸미개까지 그려져 있으니 영락없는 여자야. 그러니 일본 사람에게 소동은 한마디로 ‘예쁜 혹은 아름다운 여자’인 셈이지. 사실 소동은 남자거든. 따라서 만약, 일본인이 소동을 여자가 아니라 남자인 줄 알았다 하더라도 여전히 예쁘게 그렸으니 굳이 소동을 일본식으로 표현하자면 ‘춤추는 아름다운 사내’쯤 되겠지?
한편, 소동이 추는 춤 말고 통신사 일행은 조선의 어떤 문화를 일본에 선보였을까? 통신사를 다녀온 삼사가 남긴 기록을 보면 여러 가지가 나와 있어.
고려 때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통신사 사신으로 떠났거나, 포로로 잡혀갔거나, 표류하였거나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해서 일본에 다녀온 사람들의 행적, 기행록을 한데 모은 총서가 있어. 바로 『해행총재』야. 모두 28책으로 구성돼 있는데, 대부분 임진왜란 이후 일본으로 떠난 통신사의 것이야. 거기에 보면 당시 조선과 일본의 문물이나 풍습, 가치관 등을 잘 살펴볼 수 있지. 아무튼, 통신사는 악기 연주를 잘하는 사람,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 시를 잘 짓는 사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말을 잘 부리는 사람, 활을 잘 쏘는 사람, 춤을 잘 추는 사람, 줄타기를 잘 하는 사람처럼 여러 가지 잡기에 능한 사람들이 펼치는 공연예술문화를 일본에 알렸다고 해. 그중 춤을 잘 추는 사람으로는 앞서 살펴본 소동이 으뜸이지.
이번에는 춤 말고 음악을 좀 볼까. 조선은 일본에 어떤 음악을 소개했을까? 놀랍게도 궁중음악을 선보였다고 해. 궁중음악은 크게 아악과 속악으로 구분돼. 아악은 조선의 통치이념인 유학의 이상을 표현한 음악인데, 세종대왕 때 새로 정비한 거지. 오늘날 종묘제례 때 연주하는 종묘제례악이 바로 아악이야. 쉽게 말해 제사처럼 예를 표하는 의식에 주로 연주된다고 보면 돼. 속악은 다시 당악, 향악, 신악을 다 아우르는 음악인데, 주로 연회를 베풀거나 할 때 자주 연주되었다고 해. 그러니 조선의 처지에서는 일본을 상대로 올바른 유학을 가르쳐 인도한다는 의미가 강했을 테니 궁중음악 중 아악을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을 보냈던 거지.
그렇다고 음악이라고 해서 궁중음악을 하는 사람만 보낸 건 아니야. 굿판이나 탈춤 같은 공연을 하려면 아무래도 흥이 나야 하잖아. 그러려면 굿이나 탈춤의 반주를 맡은 음악, 민속 음악도 필요하겠지? 그런 사람도 함께 보낸 거야. 주로 삼현육각을 하는 사람들이지. 삼현육각이란 우리나라의 전통음악의 악기를 편성하는 방법 중 한 가지야. 단원 김홍도가 그린 그림에도 삼현육각이 나와. 어떤 이가 탈춤을 추고 있는데, 그 춤의 장단을 맞추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 여럿 나오지? 향피리 2개, 해금, 장구, 북 등의 여섯 악기가 쓰여. 상황에 따라 가야금이나 아쟁 같은 악기를 보태거나 빼기도 해. 그러니 조선에서 보내는 통신사는 음악도 궁중음악인 아악에서부터 일반 백성의 민속 음악까지 두루두루 일본에 소개한 셈이야.
굳이 음악이 아니더라도 말을 잘 부리는 사람이 펼치는 마상재, 활을 잘 쏘는 사람의 활쏘기, 시를 잘 짓거나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의 활약이 단연 눈부셨음을 익히 알 수 있지. 그것 말고 또 눈에 띄는 문화교류로 광대놀음과 줄타기가 있어. 광대놀음은 정월 대보름에 호남지방에서 농악대들이 마을을 돌며 악귀를 몰아내고 복을 기원하던 민속놀이에서 비롯된 거야. 농악패들이 호랑이나 토끼 등의 가면을 쓰고 마을을 돌면서 삿된 것을 물리치고 좋은 것을 받아들이기 위한 행사거든. 마을을 돌 때 동물 가면을 쓴 광대들이 노래도 하고, 즉흥극도 연출하고, 서로 우스꽝스런 대화도 주고받으면서 놀음을 펼치는 거래. 그러니 광대놀음꾼들도 통신사의 당당한 일원이야.
그리고 조엄의 『해사일기』나 김인겸의 『일동장유가』를 보면 일본으로 오가는 길에 사람을 시켜 풍악을 울리며, 줄타기 곡예를 벌였다는데, 그것을 본 구경꾼이 입을 쩍 벌리고 봤다는 대목이 있어. 줄타기는 경기도의 민속놀인데, 말 그대로 줄꾼이 줄 위에서 여러 가지 재주를 보이는 거야. 달리 광대놀이라고도 해. 줄타기는 크게 광대줄타기와 어름줄타기로 구분된대. 광대줄타기는 관청이나 부자의 잔치나 행사에 불려가 낮에 노는 것이고, 어름줄타기는 패거리들이 떠돌아다니다가 숙식을 제공하는 마을이 있으면 그 마을에서 아무런 보수도 받지 않고 마을 사람을 상대로 넓은 마당에 줄판을 만들어 놓고, 여러 놀이를 함께 하면서 밤에 놀던 거야. 통신사가 남긴 기록에 따르면 줄타기를 잘하는 사람도 통신사 일원으로 데려갔음을 알 수 있어.
이처럼 아주 다양한 재주꾼들을 데려갔으니 통신사를 달리 문화사절단이라고 칭한다 하더라도 지나친 말은 아니야. 하여튼, 이런 재주꾼들은 통신사가 일본을 오가면서 지쳤을 때, 숙소에 머물면서 현지 일본인에게 조선의 문화를 선보일 때 대활약을 펼쳤다고 봐야지. 그리고 그처럼 실력이 뛰어난 재주꾼을 통신사 일행에 동참시킨 데는 단순히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았을 거야. 한 걸음 더 나아가 은근히 일본인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었던 마음도 없진 않았을 테니.
생각거리)
임진왜란이 끝난 뒤 조선과 일본 두 나라는 서로의 필요에 따라 사이좋게 지내려고 애썼지요. 그리고 이런 평화로운 시대의 뒷무대에는 늘 말없이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낸 여러 사람의 땀방울이 배여 있는 거예요. 소동도 그런 인물 가운데 하나였어요! 그런 뜻에서 소동은 정녕 ‘아름다운 남자’라 할 수 있어요! 요즘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남성이 많은 시대예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 외모만 아름답게 꾸미려는 사람만 많은 게 아니라 통신사 소동처럼 여러 가지 재주나 끼를 갖춘 아름다운 남자도 많은 시대죠. 혹시, 자기가 가진 재주나 끼가 있다면 어떤 건지 친구와 나눠보세요. 혹시 모르죠? 생각지도 않게 친구끼리 서로 격려하고, 칭찬하다 보면 어느새 숨은 재능을 발견해 시대를 앞서는 예능인이 될지 누가 알겠어요? 그리고 내 주변에 소동처럼 묵묵히 맡은 일을 꾸준히 실행하는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고, 그런 사람을 널리 알려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