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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햇살 Feb 25. 2024

나는 들꽃이에요.

살아있다는 것의 찬란함

나는 네덜란드의 작은 마을 후멜로에 살고 있는 자생식물이에요. 들꽃이라고도 하죠.

매년 피어나고 지고를 반복하고 있어요. 그 덕에 많은 식물 친구들의 식생을 지켜보고 있어요. 매년 봄부터 여름, 가을, 겨울 동안 각각의 시기에 맞게 꽃 피우고 푸른 잎을 내는 친구들이 함께 있죠.


 이곳에는 일 년에 한 번 혹은 두 번 꽃을 피우는 식물, 매년 꽃을 피우기도 하고 한 해에만 생명력을 드러내고 소멸하는 식물도 있어요. 각자 꽃이나 잎을 피우는 시기도 다르죠. 그래서 우리들은 더욱더 자연스럽고 조화로워요.


그 누가 사랑스러운 꽃을 먼저 피워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대도 비교하며 부러워하거나 질투하지 않아요. 비록 지금 당장은 꽃도 잎도 없이 말라비틀어진 가지일 뿐이지만 알고 있거든요. 나도 싱그러운 시기가 있다는 것을요. 지금은 그때가 아닐 뿐이니까요.


이곳에는 식물들만 존재하진 않아요. 아름답고 다양하며 변화무쌍한 생명들이 공존하죠.

뒷다리에 화분 가루를 한 움큼 묻히고 다니는 꿀벌들과 대롱을 꽃 속에 길게 넣어 꿀을 먹으며 늘 우리의 번식을 돕는 나비들과 함께하죠. 새들도 마찬가지예요. 우리의 열매를 먹고 먼 곳으로 날아가 똥으로 우리의 반경을 넓혀주기도 해요. 이 모든 존재들의 날갯짓에 우리는 충분히 행복하고 기뻐요.

길게 늘어지는 햇볕, 나와 친구들을 열심히 간질이며 운동시켜 주는 산들바람, 대지를 촉촉이 적셔주어 뿌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시원한 빗줄기도 끝내주게 황홀한 존재들이죠.

기대나 바라는 것 없이 그저 존재하다 보면 모든 게 자연스러워요.

그렇게 변화하는 자연의 품에서 탄생하고 소멸을 반복하죠.


우리를 보며 사람들은 말해요. 싱그러운 잎을 내고 꽃을 피우는 시기가 짧기에 더욱 찬란하고 소중하다고요. 맞아요. 우린 영원하지 않죠.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삶도, 생명력이 있는 모든 존재들도 마찬가지예요. 탄생과 죽음이 반드시 있는. 찰나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지요. 살아있다는 것은 아름다워요.

그래서 존재하는 모든 순간이 눈부시죠.

지금처럼요.



사진출처: unsplash



이 영상을 참고해서 떠오르는 것을 작성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8JjyHfOMJ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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