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

by 미료





나는 게으르고 의지가 약해

다른 사람에게 뒤처지고 있어




글쓰기 수업과 필사 모임을 운영하면서 글쓰기든, 서체든 "무엇이든 연습하면 나아져요, 잘할 수 있어요"라는 말을 자주 하지만 한편으로 그 말이 누군가에게 마음의 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힘내세요'라는 말에 아무리 진심을 담아도 듣는 당사자에게 전혀 힘이 되지 않는 것처럼 할 수 있다는 말, 그러다 보면 더 잘할 수 있다는 말은 전혀 공감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나도 그랬으니까.


매일 연습하는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강한 동기나 굳은 결심만 가지고는 되지 않는다. 스스로를 단련시킬 수 있을만한 환경도 필요하다. 금전적, 시간적, 또는 심리적 여유가 부족한 사람에게 자기 계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애초에 의도는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나는 아직 부족해" "게으르고 의지가 약해" 다른 사람에게 뒤처지고 있어" 하고 몰아세우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의 성실한 인생은 내 삶을 성장시키는 데 동기부여와 자극이 되지만 때로는 나는 저렇게 할 수 없다는 박탈감을 준다는 측면에서 동전의 양면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성실함의 기준은 스스로 세우는 것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인생은 한번뿐이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는 성실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성실함의 기준은 각자가 세우는 것이지 타인의 잣대를 따라가서는 안 된다. 누군가는 매일 아침 다섯 시에 일어나 아침 시간을 활용하면서 하루를 장악해 성공으로 가는 길에 도달한다고 해도, 그 방식이 나에게도 적용된다는 법은 없다.


그 이유는 우선, 그 사람과 내가 가진 에너지와 바이오리듬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 본 투 비 아침형 인간으로서 나도 한때, 아침 시간의 기적을 기대하며 한동안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본 적이 있었다. 다섯 시부터 일곱 시까지 누리는 그 시간은 굉장히 소중하고 충만했는데, 문제는 오후였다. 정신이 몽롱해지고 머리가 아파오면서 늦은 오후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나는 여섯 시 반에서 일곱 시 반 사이에 일어나면 하루 컨디션이 딱 좋았다. 어떤 때는 밤 10시와 12시 사이에 집중이 잘 돼서 새벽에 잠들기도 했다. 그런 때는 여덟 시 아홉 시에 일어나면 딱 좋았다. 작년에는 갑자기 신심이 일어나 새벽 세시 반에 일어난 적도 있었는데, 항상 낮잠을 잤다. '나'라는 사람의 상황과 기분에 따라서도 기상 시간이 이렇게 달라지는데 일찍 일어나는 것이 항상 누구에게나 좋을 수는 없는 것이다.





당신의 성실함은 이미 평균치 초과

'나는 나대로 성실하다'



우리가 아는 성공한 사람들은 부단한 노력을 해온 것도 있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난 정력이나 에너지가 다르다. 잠을 줄여가면서 일해도 8시간 푹 잔 나보다 쌩쌩한 사람, 하루에도 수십 명의 사람을 만나도 온종일 혼자 있었던 나보다 덜 피로한 사람을 가끔 만나면 왠지 모르게 억울한 마음이 들고, 내가 게으르고 수동적으로 살고 있다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을 금방 고쳐먹는다. 나는 나대로 성실하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성실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얼마나 성실히 살았느냐는 남이 아니라 내가 판단한다. 오늘 하루 종일 누워서 넷플릭스 드라마를 정주행 했다고 해도, 그것이 내가 성실함을 발휘할 수 있는 최대치였다고 믿는다. 이 믿음과 자기 합리화를 구분할 수 있는 것도 자신뿐이다. 한 주를 돌아보면 알 수 있다. 내가 정말로 귀찮아서 아무것도 안 했는지, 아니면 직장에 다니느라 인간관계의 문제를 해결하느라 여유가 없었는지, '나'는 분명히 알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대개 성실하고 열심히 산다. 참고로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해 이른 나이에 성공한 가수 아이유도 자신의 단점을 게으름으로 꼽았다. 저렇게 성실하게 산 아티스트도 자신을 게으르다고 하는 걸 보니, OECD 성실함 수치라는 게 있다면 한국은 단연 1위를 기록할 것 같다. '세계 성실함 수치'를 기준으로 봤을 때 당신이 한국에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회사에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라면 성실함의 평균 레벨은 이미 초과했다고 보면 된다.



성실함을 연마하는 것,

내 인생에 최선을 다하는 일



내가 매일 독서노트를 쓰고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는 이 일을 내 직업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백팔 배를 할 수 있는 것도, 공원에 나가 조깅을 하고 돌아와 책을 읽고 독서노트를 쓸 수 있는 것도 내가 남들보다 부지런해서가 아니라, 남들만큼 성실하게 살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일 출퇴근하는 직장인이거나, 육아를 담당하는 전업 주부라면 독서나 글쓰기보다는 회사일이나 육아를 통해 나의 성실함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려 했을 것이다.


나도 때로 내가 게으르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좀 있으면 마흔인데 뭐라도 빨리 이뤄내야 하는 것 아닌가, 초조하고 불안한 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때면 다시 본질로 돌아가, 성실함의 의미를 헤아려본다.


성실함을 연마해야 하는 이유는 누구보다 빨리, 크게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내 인생에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 나는 성실했나' 자문했을 때 내 마음에 거리낌없이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것,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타인이 판단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자기가 자기한테 묻는 것, 내게는 그것이 성실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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