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등학생 장래희망 순위에 '유튜버'가 포함돼 있다 들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너무나도 이루기 쉬운 꿈 아닌가. 구글에 가입해서 채널 계정을 만들고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어서 올리기만 하면 드림컴스트루..... 행정고시, 임용고시, 사법고시 같은 거 볼 필요도 없고 비싼 돈 들여 유학 갈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유튜버가 될 수 있으니까. 그러나 '돈 잘 버는 유튜버'가 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떼돈 버는 스타 유튜버가 될 수 있느냐, 물어보신다면 내 쪽에서 할 말은 별로 없다. 내 유튜브 채널에서는 한 달 커피 값 정도의 수익이 나고 있으므로.
책을 소재로 한 유튜브 채널을 흔히 '북튜브'라고 부른다. 처음부터 '북튜브'를 운영할 생각은 없었다. 호주 일상, 호주 여행, 문구류 리뷰 등 이것저것 잡다한 콘텐츠를 다루다가, 우연히 독서노트와 관련된 영상이 호응이 좋아 쭉 그 소재를 택한 것뿐이었다.
올해로 운영한 지 2년이 조금 넘은 채널의 구독자는 팔천 명이 조금 넘는다. 아직 유튜브 꿈나무이기는 하지만 작년과는 뭔가 다른 기세가 느껴진다. 예전에는 혼잣말을 하고 있는 기분이었다면 지금은 누군가 호응해 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생긴 기분이랄까. 독서노트 영상을 보고 따라서 시작했다는 구독자의 댓글을 보고 있으면 '오, 나도 인플루언서야!' 하면서 내심 좋아하기도 한다. 사실은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그냥 보고 휙 보고 지나갈 수도 있는 건데, 시간을 내어 마음을 표현해주는 정성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런 댓글을 읽고 나면 영상 하나를 찍더라도 보는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 내 영상을 보고 이전보다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안해졌거나, 당장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고 필사를 하고 싶어 졌다면, 내 북튜브 채널이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
채널 자체가 주는 수익은 미미하지만, '나'를 홍보해주는 수단으로써의 가치는 매우 크다. 유튜브가 없었다면 지금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필사 모임도 지금과 같은 호응이 없었을 것이고, 내가 쓰는 글과 책도 이만큼 알리지 못했을 것 같다. 올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브런치와 블로그까지 온갖 소설 미디어 계정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으면서, '묵묵히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군가 나의 노력을 알아주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을 지우게 됐다. 물론 어떤 사람이 가진 묵묵함은 나도 좋아하는 덕목이지만, 그것을 겸손함으로 착각하고 반대의 태도를 요란함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소리 없는 노력만큼이나 목소리를 내는 열정은 중요했고, 특히 일을 할 때는 더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무엇보다 나는 소셜 마케팅의 영역을 좋아했다. 인스타그램도 처음에는 어색하고 손에 잘 익지 않았는데, 혼자서 공부하다 보니 사진 찍는 법이나 태그를 다는 법, 사람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법을 터득하게 됐다. 유튜브의 썸네일과 제목을 정하는 스킬도 많이 늘었고 얼굴을 드러내는 일에도 조금씩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성실하고 꾸준히 재밌게 하다 보니, 사람들의 피드백도 받게 됐다.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피드백은 정말 최고의 자산이다!! 피드백을 제공하는 데 전문화된 구독자들이 있다. 어떤 점이 좋은지, 이런 점은 개선되면 좋겠다... 든 지 영상을 꼼꼼히 봐야만 건넬 수 있는 디테일함들.... 세상에 있는 복, 없는 복 다 받으시길!!)
만일 지금까지도 '묵묵함'의 태도를 견지했다면, 아무것도 새로 배우는 것 없이 정말 조용히 구석 어딘가에서 음침하고 고집 센 글을 쓰고 있었을 것 같다. 호주라는 나라에서 커리어 면으로 고립되어 있었던 나의 경력은 이제 더 이상 단절 상태가 아니었다. 매일 스스로 연구하고 배우며 조금씩 조금씩 능력을 키우고 있다는 소중한 감각이 내게 찾아왔다. 그것은 늘어가는 구독자나 팔로워 수만큼이나 내게 중요했다. 책 한 권을 팔더라도 내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 직접 판매해 본 경험, 온라인 글쓰기 수강을 기획해 4월부터 10월인 지금까지 꾸준히 운영해 온 노하우, 필사 모임을 진행하며 사람들과 책과 기록에 관한 인사이트를 나눈 시간들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2월에 보냈던 출판 기획서가 거절당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두 번째 책 계약에 한 번에 성공했다면 나는 자만해서 이만큼 노력하지 않았을 것 같다. 노력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독서노트'를 소재로 쓸만한 글도 별로 없었을 것이다.
나는 모든 여성, 특히 나처럼 남편과 함께 해외에 거주하는 여성을 만날 때마다, 자신의 재능을 과소평가하거나 썩히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한국에서는 보통 여성들의 경력단절 원인이 육아이지만, 이곳에서는 언어와 문화적 장벽이라는 요소까지 더해진다. 싱글 여성의 경우, 생존력과 자립심이 강해져서 한계를 뛰어넘고 커리어를 발전시키는 케이스도 있지만, 남편이 있는 경우 독립심이 강했던 여성들도 수동적이거나 의존적으로 변하기 상대적으로 더 쉽다. 일을 잠깐이라도 쉬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다시 사회로 나가 경제활동을 하기가 심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쉽지 않다는 것을.
'잘하는 게, 좋아하는 게 별로 없어요'라는 말은 금물이다. 꼭 특출 난 사람만 자기 재능을 펼치고 사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재능과 저울질을 하면 내가 쓸모없고 능력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기 쉽지만, 비교만 하지 않으면 내 안에는 온갖 능력과 장점이 차고 넘친다. 남들과 경쟁해서 뭘 더 잘 해내는 게 아니라, 나의 잠재력을 발굴해야 한다.
이 모든 얘기를 할 수 있는 것은 나도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이제 글 써서 밥 벌어먹고살긴 글렀다고, 포기한 채 살았던 때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때의 나와 달리, 지금의 나는 매일 할 일이 있고, 그 할 일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기분을 만끽한다. 아무리 무기력한 날에도 유튜브의 영상을 업로드하기 위해 몸을 일으켜 책을 읽고 기록을 한다. 오랫동안 호주에서 직업적인 정체성 없이 살아왔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나는 나를 고용해서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됐다. 아직도 '잘하는 법'은 잘 모르지만 '매일 하는 법'은 터득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한 한 권의 독서노트에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