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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료 Oct 11. 2021

다른 사랑이 필요하지 않도록


*


 오늘로 임신 38주 3일차에 접어들었다. 전에 없던 요통이 생겼다. 치골통은 저번주보다는 나아졌다. 아기가 커지니 움직임도 커져서, 오래 걷진 못하고 하루에 아침저녁 나눠서 3-4천보 정도 천천히 산책하며 지내고 있다.운동해야 아기가 빨리 나온다는 말은 들었지만, 무리해서 움직이기보다 내 몸이 시키는대로 하려고 한다. 임신의 고비고비 마다 몸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누가 알려주지 않았어도 뱃속에 생명을 품고, 키우고 낳는 것처럼. 몸이 쉬고 싶다면, 쉬어줘야지.



*

유튜브를 통해 집에서 출산하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고 있다. 물론 나는 무통 주사나 유도 주사 등의 의료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병원에서 낳기를 바란다. 다만, 가정 출산하는 사람들의 긍정적이고 차분한 에너지 전달받고 싶다. 출산의 타이밍을 기다리며 차분히 호흡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이미지 트레이닝이 된다. 무통 주사 없이 이틀을 꼬박 진통하는 걸 보면서 '고통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왜 굳이...' 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어쩌면 참을만한 고통인지도 모른다. 요즘 듣고 있는 '히노프 버딩' 명상에 따르면, 우리 마음 속엔 그동안 미디어를 통해 '출산은 고통스러운 것' 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고착화 되어 있다고 했다. 명상을 통해 그간 쌓아온 출산에 관한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면,  산고 중 몸을 이완할 수 있어서 산통을 경감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완. 


그러고보면 인생은 내내 '이완'을 훈련하는 일인 것 같다. 긴장감 없이 편안하게 사는 법을 임신과 출산을 통해 또 한번 배운다.


돌아보면 이십대는 '긴장'의 시간이었다. 끊임없이 뭔가를 향해 돌진해서 작은 거라도 하나 성취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반면, 삼십대 중반의 나는 내 인생에서 커리어나 직업적 성공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인간이란 걸 안다. 그걸 이뤘다 한들 '이게 단가' 하고 허무해 하며 다른 걸 추구했을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갖고 나온 불필요한 마음들을 내려놓는 방향으로 살고 싶다. 

더 많이 사랑하고, 사랑의 흔적을 몰래 비밀처럼 남기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나의 파트너 덕분이었다.

사랑이 이렇게 좋은 거구나,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해 웃고 울고, 

때로 싸우고 화해하며 산다는 게 이렇게 충만한 경험이구나, 하는 느낌. 



무거운 몸이 힘들다가도 아기를 기다리며 설레는 사람의 눈빛을 보면 모든 피로가 풀린다. 

착착이가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사람이 아니면 좋겠다. 

그건 너무나 피곤한 인생이니까. 


그보다 엄마와 아빠의 사랑만으로 이미 충분해서, 

른 사랑이 필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열 달동안 그 마음을 연습하려 했고, 

이제는 나도 준비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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