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의 날은 다가오니까
'힘들다' / '어렵다'
두 가지 동사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힘들다'는 생각은 문제 해결을 방해한다.
그 말에는 아무 기능이 없다.
'힘들다' 툭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고들 하는데
내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아니면 대차게 힘들 만큼 불행한 일이 없거나
나도 모르게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위로는 필요하다. 그러나 일시적인 위로는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을 먹는 일과 비슷하다. 먹을 때는 기분이 괜찮아지지만 먹고 나면, 그보다 더 센 자극이 필요해진다는 점에서 유해한 위로.
한편 같은 사안이라도 '어렵다'라고 느끼면 방법을 강구하게 된다.
나는 임신이 '어려운 일'이라고 여긴다. 일종의 사회 초년생 같은 기분으로 임신과 출산과 육아에 임하려고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의 초라한 기분을 얼른 벗어나고 싶지만, 누구도 단기간에 프로가 될 수는 없다.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다는 사실만을 믿고 손 놓아서도 안 된다. 한 직장에 10년 출퇴근 도장만 찍는다고 해서 누구나 능력 있는 직업인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스스로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잘하지는 못해도 중간은 하고 있는지 분석하고 연구해야 한다. 능력 있는 동료나 선배가 일하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배우고 자극을 얻고 모르면 물어보면서 오답 노트를 써야 한다. 똑같은 시간이 주어져도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성장 속도는 다르다.
사회 초년생이 프로가 되는 과정에서 힘들면 풀썩 고꾸라지게 된다. 반면 어렵다 느끼면 버티고 버티면서 해결 방법을 찾게 된다. 그러는 사이 그 사람의 그릇은 더 커졌다.
'힘듦'이라는 감정은 끝없는 싱크홀이다. 힘들면 힘들수록 더 깊게 구덩이로 빠진다. 반면 '어려움'이라는 생각은 뛰어넘을 수 있는 허들이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반복하다 보면 곧 폴짝, 가볍게 넘는 순간이 오고야 만다. 보다 희망적인 개념인 것.
임신의 과정은 어렵다.
운동과 식단 조절과 마인드 컨트롤로
어려운 고비를 하나씩 넘기고 나면
나의 몸이 임신에 적응하는 때가 찾아온다.
적응할 만하면 또 변하는 게 문제긴 하지만
어찌 됐든 이 몸에서 벗어날 출산의 날은 다가온다.
힘들어하지 않고 어려워하는 사람이고 싶다.
물론 그거야말로 어려운 일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