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에 살고 있는 누군가의 입에서 터져나온 아우성은
남극에 살고 있는 누군가가 쓴 편지의 내용과 같다
망망대해 위의 배를 갑자기 뒤집기 전에
구명조끼와 구명보트는 잊지 않고 챙기고
식용 구름과 바람이 쏟아지는 보랏빛 노을에서
별빛 범벅이 된 아침을 맞이한다
어쩐지 낯선 것을 두려워하지만
불확실함 가운데서도 가장 빛나는 원석에 목을 매고
아름다움이 선사하는 불명확함에 박수갈채를 보내고
돌아서서는 추한 것을 곁들이지 않고 못 배긴다
죽음 위를 달려가는 기차 속에서
실재하지 않는 풍경을 글로 남기고야 마는 이상한 동물
나는야 고요한 파도
그 아래에서 솟구치는 늪
그 위에서 증발하는 태양
한밤의 낮이 궁금해질 때
나는 가끔씩 나의 눈을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