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아름다움
때아닌 눈이 내린 아침, 차 위에 수북이 덮인 눈을 치우다가 아파트 뒷산에 눈이 갔다. 아름다웠다. 불평이 사라졌다. 무거웠던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움츠렸던 몸을 펴고 차가운 대기 속에서 큰 숨을 들이쉬었다. 큰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자유와 해방을 느낀 순간이었다.
아름다움은 불만은 상쇄시킨다. 내 안에 고여있던 어두움을 따스한 미풍으로 말려버린다. 인간이라서 의지와 상관없이 불만에 가득해지고, 인간이라서 의지와 상관없이 구원을 경험한다. 점점 인간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계속 몰랐으면 싶다. 모르니까 맛보는 기쁨의 순간들을 잃고 싶지 않다.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미래를 보장받고 싶어 하지만 그 무슨 수를 써도 보장받지 못하고, 미래를 알고 싶어 하지만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내일 일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인생이라는 생각. 그래서 살 만하다는 생각. 누군가에겐 고통이, 또 누군가에겐 평안이 하루를 달리하며 반복되기도 하지만, 이러한 불확실성이 나는 점점 더 좋아지고 거기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자기 삶을 끌어안는다는 건 불확실성을 끌어안는다는 것이다. 나의 나약함도, 못남도, 변덕스러움도 모두 이 불확실성 가운데 생기는 하나의 움직임이므로 끌어안을 수 있는 것이다.
어떤 것을 모른다고 비난하기 전에 나도 잘 모른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어떤 것이 치우쳤다고 말하기 전에 나도 치우쳤음을 인정해야 한다. 어떤 사람에게 증오를 느끼기 전에 나도 그 사람에게 마찬가지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내 안에 어두움을 상쇄시킨 찰나의 아름다움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단 일 초라도 좋으니 따스한 미풍이 되어 구원의 통로가 되었으면 한다. 그 사람이 스스로를 끌어안을 수 있도록, 그래서 자유와 해방을 느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