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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의꿈 Jan 22. 2024

두 번째로 좋아하는 사람 만들기

"내가 한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힘들잖아요?  그럴 때는 두 번째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드세요. 너무 한 사람한테만 매달려서 울고불고 집착하지 마시고, 내 마음을 여러 갈래로 좀 분산시켜서 두 번째 좋아하는 사람을 하나 마음에 두세요. 그럼 마인드 컨트롤하기에 되게 편해지니까."


-홍진경 유튜브 '단 한 번도 차인적 없는 홍진경의 연애비법 -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아래의 풀 버전 링크를 확인 부탁드린다..


https://youtu.be/mgQ2GE7w0s8?feature=shared&t=787




얼마 전 '실시간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를 한 이 영상의 말에 나는 완전히 동의한다. 한 가지를 너무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랑에 집착하여 파괴하게 된다. 그래서 무조건 다른 걸 사랑해야 한다는 말.


5년 간 연애를 하면서는 나는 정말 X밖에 몰랐던 것 같다. 스터디를 하면서 나에게 관심을 보였던 사람, 회사 동호회에서의 인연, 알고 지내던 학교 동기 오빠의 대시 등 어떤 위기가 있더라도 그 당시에는 X만 보였다.


"오빠는 이제 내가 다른 사람 만나도 괜찮다는 거야?"

"응. 상관없어."


이별을 고하면서 X는 이제 내가 다른 사람을 좋아해도 된다고 말했고, 나는 펑펑 울었다. 나는 너가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너는 내가 이제 다른 사람을 만나도 상관이 없구나, 싶어서.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을 좋아하기로 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건 결코 쉽지 않았다. 내 주변에 누군가를 좋아하기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이 드는 것도 쉽지 않다.


좋아한다는 것은 소개팅을 한다는 것이나, 사귄다는 의미나, 결혼한다는 의미와는 전혀 다르다.

좋아하지 않더라도 사귈 수 있고, 진짜 좋아하지 않더라도 결혼할 수 있다.


그러나 진짜 사랑이 완성되는 것은 어쩌면 삼각형처럼 다른 좋아하는 것이 생겼을 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띵작이라고 불리는 <상실의 시대>, 다른 제목으로는 <노르웨이의 숲>의 주인공 와타나베는 두 명의 여자를 좋아한다. 미도리와 나오코. 서로 다른 매력의 두 사람과 교류하면서 남주는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된다.


미도리는 GD와 스캔들이 있었던 미즈하라 히코가 연기했다.


내가 K를 처음 만났을 때는 단순히 영어를 잘하는 재밌는 친구였다. 친구의 생일 파티.라는 정말 오랜만에 낯선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파티에서 만난 친구였는데, K를 만난 날 (오랜 시간 잊고 있었던) 내가 영어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오랜만에 깨달았다.


"Drake 노래 좋아해?"

"어어 나 SchoolboyQ도 좋아해"


짧은 기간이었지만 미국에서 교환학생을 한 이후로 영어로 대화하는 순간이 즐거웠고, 특히 힙합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거의 모든'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의 특징이었다. 일단 DRAKE를 포함한 힙합을 좋아한다고 하면 그 사람에 대한 호감도가 200% 상승했다. (힙합은 내 맘의 입구가 있다면 프리패스였고, 어쩌면 X와 내가 함께 공유하던 특성일지도.)





그러다 우리는 서로 출신 학교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고, K는 아무렇지 않게 그의 치부를 고백했다.


"난 s대학교 졸업했는데. 너는?"
"난 최고의 아웃풋, 고졸이지. 중퇴했어"


마지막 문장에서 나는 완벽하게 파악했다. 이 친구는 내 과구나. 소위 좋은 대학이라 불리는 학교에 나왔지만 난 그게 썩 맘에 들지는 않았다. 제도권 안에서 곱게 자란 모범생 같아서. 그것은 사회가 인정해 주는 취업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혁신적인 행동을 하기에는 항상 제약이 되었다.


K는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미 시리즈 A까지 투자받아서 운영을 하고 있었고, 20여 명 규모의 회사에서 대표로 일하고 있었다. 90년대생 대표가 스타트업에 100억 규모의 투자를 받는다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넌 어쩌다 사업을 시작하게 된 거야?"

"그냥 회사원으로 사는 것보다는 회사를 운영하는 게 더 재밌어 보였어. 대학생 때부터 창업 동아리를 해서 작은 회사를 운영해 본 경험도 있고, 벤처 사업에서 투자를 받는 것도 익숙한 일이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거야"


K는 본인이 하는 일은 40-50대의 투자자들, 기업가들을 대상으로 미팅을 하고 설득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의 인물들에게 사업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돈을 받아내는 일.


"근데 사람들이 널 왜 도와줘? 널 도와줌으로써 얻는 이익이 없잖아"

"난 그런 말 하는 애들이 제일 이상하더라. 사람들은 하고 싶은 게 명확하다면 잘 도와줘. 그리고 그 기업가들도 젊은 스타트업 CEO 가 자신에게 와서 조언을 구했다는 것 자체로 프라이드가 되는 거야.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사람들의 네임밸류가 높아지는 거지."



도움을 받는 것에 대해서 난 얼마나 편협하게 생각하고 있었는가. 나랑 동갑이었더뉴K와의 대화는 내가 평소에 만날 수 없는 이야기였다. 평소에 일반 회사원으로 사는 친구들의 현실적인 불평, 불만들에 지쳐있었던 나에게 K는 유독 빛나보였다. 자신의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친구였고, 그걸 행동으로 직접 옮기고 있었다.


"넌 너 같은 애들이 좋아. 말 안 듣게 생겼잖아"


말 안 듣게 생겼다는 말. 통통 튄다는 말. 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었다.


물론 나는 지금도 회사원으로 1인분의 몫을 하고 있지만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회사원으로 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언제나 내 글을 쓰고 싶어 했고, 내 영상을 만들고 싶어 했다. 좋아한다는 것은 나의 본모습을 한 번에 알아봐 주고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알고 있다는 의미였을까.


"그래서 넌 뭘 하고 싶은데?"


신기하게도 K와 나는 첫 만남에 정말 속 깊은 대화까지 나누게 되었다. K가 먼저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 중퇴를 하게 된 계기를 말해주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실패담을 말하기 시작하자 나도 마법같이 내 실패담들을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날은 군중 속에서 K만 보였던 순간이었다


당시 나는 여러 개의 소개팅을 하는 중이었고, 소개팅에서는 첫 만남에 으레 자신의 성공담을 펼쳐 놓아야만 했다. K가 자신의 진솔한 대화를 하기 시작하자, 나도 나의 내면을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 내가 추구했던 방향성. 그리고 지금 나의 일에서의 어려움 등의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 말이다.



K는 얼굴이 잘생겼다거나, 몸이 좋다거나, 옷을 잘 입는다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사람이었다. 사귀고 싶다거나 잘생겼다, 혹은 흥미롭다는 감정도 아니었던 것 같다.



나는 이 사람과 닮아가고 싶었다.

이 사람이 말하는 방식이나 가치관, 행동 양식이 멋지게 느껴졌고 나도 그렇게 잘하고 싶었다. 어쩌면 그가 가지고 있는 습성들은 내가 이미 가지고 있었던, 그리고 가지고 싶었던 것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두 번째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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