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면 되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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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가 무섭게 퍼지네요. 좀 불안해. 그렇죠?"
"네. 정말 그래요. 그래서 저도 곧 귀국을 할 것 같아요."
"어머 그렇구나, 어느 나라예요?"
카페 문이 닫기 직전에 일을 하던 날, 처음 본 여자 손님의 질문이었다.
"한국이에요."
"오 멀리 가네요. 기분이 이상할 것 같아요."
"비자가 곧 끝나가긴 해서 많이 아쉽진 않은데... 제대로 작별 인사도 하지 않고 떠나는 것 같아요."
나는 그 말을 하며 그녀에게 들키지 않을 만큼 울컥했다.
"다시 오면 돼요. 코로나 괜찮아지면 다시 돌아와요. 인사도 제대로 못해서 다시 오면 더 반가울 거야."
"그렇겠죠? 다시 오면 너무 반가울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그녀는 나를 이렇게 위로했다. 그리고 그 위로는 다른 곳에서도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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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떠나는 데 마음이 어때?"
"너무 아쉬워요. 더 머물고 싶었거든요."
"더 머물고 싶었구나. 다시 와! 다시 오면 돼."
"그럴까요...?"
"그럼. 이곳이 계속 생각나면 그냥 다시 와."
주인아주머니에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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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왠지 나는 너를 또 볼 것 같아."
"정말? 아 그랬으면 좋겠다."
"다시 와. 여기에 더 있고 싶다며. 충분히 가능한 일이야. 할 수 있어."
"그렇지? 다시 올 수 있겠지?"
"응. 그렇게 될 거야. 기다리고 있을게."
"그렇게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
그리고 나의 런던 친구들에게서.
런던이 내게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다시 오면 된다고. 너를 기다리겠다고. 제대로 인사를 못해서 다시 보면 더 반가울 거라고. 기다리는 동안은 무척 애틋할 거라고. 언제든지 나를 환영해줄 것 같은 그 다정함에 나는 알 수 없는 자신이 생겼다. 다시 갈 수 있을까? 를 넘어서서 다시 가야겠다로. 그곳에서 사는 동안 내게 꽤 차갑고 도도한 줄만 알았는데 이 도시는 나에게 은근히 다정했다. 특히 마지막에 더. 그래서 여운이 너무 남아버렸다.
2.
2년간의 런던 살이에 종지부를 찍는 날, 가벼운 짐 두 개를 본가로 미리 보내고 낡아진 물건들을 과감히 버리고 나니 내가 가져갈 짐은 캐리어 하나와 배낭 하나가 다였다. 2년 동안 복닥거리며 살았던 그곳에서의 삶은 딱 그만큼 정리가 된 것이었다. 단출한 내 짐을 바라보며, 머물고 떠나는 삶은 짐을 싸고 풀어서 늘어뜨려놓다가 다시 버리고 정리하는 삶인 것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저녁 비행기. 아쉬운 마음에 오전 일찍부터 공원에 가서 산책을 하다 마지막으로 친구를 한번 더 만나고, 주인아주머니에게 드릴 꽃을 한 다발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가장 좋아하던 젤라토 집의 피스타치오 젤라토를 한 스쿱 사 먹으며, 그리고 그녀에게 알록달록한 튤립 한 다발을 건네며, 2년 동안 머물었던 그 집을 떠날 시간을 맞이했다. 이제 곧 내가 나올 그 방은 들어오는 햇살로 어여쁘게 반짝였다. 괜히 더 아쉽게 말이다.
"네가 내 집에서 가장 오래 머물었던 사람이었어."
"아 정말요... 울지 마세요. 도착하면 연락드릴게요!"
"그래. 조심히 가."
리아가 떠났을 때처럼 아주머니는 눈물을 흘렸고 나는 그녀를 도닥이며 덤덤히 인사를 했다. 기분이 묘한 채로 차에 올라타고 출발을 하니 그제야 눈시울이 붉어졌다. 떠난다는 건, 헤어진다는 건 왜 항상 이렇게 눈물이 나는 일인 건지. 나의 요람, 나의 안식처가 되어주었던 내 방과 나의 동네를 떠나며 아쉬움에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노래 한 곡을 들었다. 런던에 갓 도착했을 때, 히드로 공항에서 나와 런던 시내로 들어가면서 들었던 그 노래, Westlife가 부른 <More than words>. 그리고 이내 눈물은 그쳤다. 런던은 밝게 빛나는 몸짓으로 내게 손을 흔들었다. "잘 가!"가 아니라 "기다릴게. 다시 보자!"라고 말하는 도시에게 나는 우리끼리만 주고받는 그 사랑노래를 흥얼거리며 히드로 공항으로 들어갔다. 아쉽지만 슬프지 않은 마지막 날이었다.
"안녕, 런던! 그동안 고마웠어. 그리고 꼭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