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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새벽 Jun 15. 2024

지속성에 대한 불확신이 꿈틀거릴 때

얼마 전 학술지에 투고했던 논문의 게재 결정이 나면서 추가로 수정 보완한 최종본을 다시 제출했다.



연구는 아직 내 삶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박사 졸업 1년에 소논문 1-2편은 쓰자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최대한 지켜보자는 마음이 있었고, 아직까지는 계속 지속 중이다.


주제 선정부터 문헌조사, 결과 분석, 논문화까지 쏟아야 하는 시간과 에너지들이 적지 않은 데다 심사료에 게재료까지 학술지 지면을 할당받기 위해 감수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래도 관심 있는 현업 이슈를 발굴해 나름의 연구 결과물을 꺼내놓는 과정이 즐거웠다. 심사를 거쳐 내 이름이 박힌 논문을 발표하고 나면 내적 충일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은 연구의 지속을 위한 동기가 조금씩 사그라드는 느낌이 든다.

인문학이나 언어학 관련 학문 현장의 변화가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40대 중반을 넘어 50대를 향해가는 시점인 지금

마냥 좋아서... 그리고 언젠가 임용 지원 기회가 오면(심지어 없을 수도 있는) 필요한 자격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 이 고된 작업을 계속 붙들고 있는게 맞나 싶다.




울퉁불퉁한 흙길일지라도 좋아하는 풍경을 가까이 두고 터벅터벅 내딛는 나름의 방식이 옳다고 믿었다.  모든 과정이 온전히 쌓여서 지금의 내가 있다고 믿기에 후회도 없다.


다만  길의 폭이 확연히 좁아지며 끝자락에 다가서고 있다는 예감이 훅 밀려들어서...

희미하게 나마 의지되던 빛이 점멸하고 있음이 느껴져서...

오래된 여정의 지속 가능성에 자꾸 물음표를 던지는 내 자신을 마주하면서...


계속 직진할지 방향을 틀지 문득 고민이 되는 요즘이다.



PS. 확신이 떨어질 마다 반복 재생하며 들었던 윤하의 <오르트구름>을 다시 꺼내 들어본다.  


#) 윤하 <오르트구름>


(...)곧 잡힐 듯이 반짝이던 무언가

꼭 달릴수록 멀어져도 난 좋아

I never never give up

I'm getting getting better

여정은 이미 시작된 지 오래야  Let's go!

끝이라 생각한 순간 Beyond the road

넓은 세상이 날 감싸 안아

때로는 느릿해도 가끔은 지친대도

멈추지 않고 let me fly

두 눈 앞의 끝, 사뿐 넘어가

한계 밖의 trip, 짜릿하잖아

녹이 슨 심장에 쉼 없이 피는 꿈

무모하대도 믿어 난, 누가 뭐래도 믿어 난

Go, 다치고 망가져 버거워진 항해

Go, 숨 한 번 고르고 이어가면 OK

구름 너머 세상을 내 품에 안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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