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퇴사하시겠어요?
퇴사하면 다른 인생이 시작된다.
소속도 없고, 명함도 사라지고, 월급도 사라진다.
덩그러니 멍 때리며 하루를 보내기엔 그저 불안정한 존재다.
회사 다닐 때는 그래도 생존이 유지가 되었다.
퇴사하면 생존본능만 작동한다.
"먹고살아야 하는데..."
"아기도 잘 키워야 하는데..."
머릿속에 항상 돈돈돈 거린다.
불안하고 초조하다.
퇴사 후 각자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다른 삶을 들여다본다.
가게를 차리거나 인터넷쇼핑몰을 한다.
나도 모르게 혹한다. 나도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내키지 않는다.
길을 걷다 우연히 비어있는 상가를 본다.
저기에 가게를 하나 내볼까?
요즘 무인샵이 유행한다는데... 자영업자 유튜브 보니 요식업이 돈 많이 벌던데...
요리도 못하는 내가 주방에서 요리를 한다고?
퇴사하고 강의 듣느라 3년을 다 썼다.
요즘에는 이것저것 돈 버는 법 알려주는 강의가 널렸다.
예전에는 토익강의 듣는다고 학원입구에 미리 줄 서서 기다렸다가 입장했었다.
지금은 토익강의가 아닌 온갖 인터넷 사업 잘하는 법을 가르치는 강의가 차고 넘친다.
바야흐로 강의 전성시대다.
배워야 한다.
생존하려면 배워서 다시 빌드업해야 한다.
끝이 없다. 배우고 또 배우고, 실전에 접목해보고 또 배운다.
강의비에 돈을 많이 썼다.
결과가 뜻대로 안 나오면 진짜 깊은 한숨을 쉰다.
나는 퇴사하고 재입사를 목표로 두지 않았다.
오로지 내 힘으로 먹고살겠다고 결심했다.
자영업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잘 안 풀린다.
시간은 자꾸 흐르는데, 결과가 시원치 않다.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다. 계속 찝찝한 마음이 든다.
누군가에게 퇴사하고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떠들 입장도 못된다.
다만 미친 듯이 시간이 빨리 가고, 성과가 나지 않으면 초조하다고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생각하는 성과는 절대 몇 개월 안에 나지 않는다.
유튜브 썸네일에 온갖 자극적인 문구 투성이다.
두 달 만에 월 천이니 6개월 만에 1억이니 일단 사람을 낚는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이 과장됐다. 이게 요즘 트렌드다.
일단 영상으로 사람을 끌어당기고 본다. 이제는 그런 후킹 패턴에 속지 않는다.
스스로 내심 언젠가 잘 될 거야 라며 마음을 다 잡는다.
그래도 달력을 펼치면 언제 이렇게 시간이 갔는지 모르겠다.
거울을 보면 흰머리가 많이 늘었다.
사회생활을 안 하다 보니 어쩐지 외모에서 반짝반짝한 느낌이 없다.
매일 같이 단조로운 생활을 보내서 그런가 활력이 부족해 보인다.
퇴사 후 삶은 많이 불편하고 또 다른 생존 스트레스가 기다린다.
그래서 어디 가서 퇴사하라고 말 못 한다.
괜히 그러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이 선택이 옳았다고 만드는 수밖에 없다.
그게 당장 내가 할 일이다.
아마 많은 퇴사자들이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여기저기 퇴사의 시대라고 말하지만, 무턱대로 퇴사하면 힘들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우리가 무심코 보는 유튜브 영상, 블로그 글, 브런치 퇴사 관련 글에 쉽게 혹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도 퇴사하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