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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폴리피자 Nov 06. 2024

나는 오늘도 출근을 안 한다.

자나 깨나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가슴 졸인다.

나는 그저 영원한 불확실성 속에 열려있는 존재라고 일단 마음먹었다. 


선택에 집중하고 그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잘하자고 항상 다짐한다.


눈을 뜨면 컴퓨터를 켜고 의자에 앉는다. 


굵직한 국내외 뉴스를 체크한다.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인지 관련 기사를 읽는다. 


그리고 주식 차트 프로그램을 열고 관심 종목의 주가 흐름을 하나씩 살핀다.


나는 혼자 일한다. 이 일상이 어느덧 4년이 넘었다.


답답한 회사생활을 할 때마다 혼자 자유롭게 일하는 삶을 상상했다.


그리하여 지금은 그 모습 대로 살고 있다.


한 편으론 외로움을 느낀다. 인간은 서로 부대끼며 상호 작용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언젠가 그럴 날이 오겠거니 한다.


내 뜻대로 가격의 흐름이 이어나가지 못하거나 금액 손실이 발생하면 마음이 상한다.


감정을 다스리려고 요가를 시작했으나 수련이 더 필요하다.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면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눈앞에서 돈이 왔다 갔다 하는 소리가 머릿속을 스친다.


나는 돈이 좋았고, 빙빙 둘러가기 싫어 이 시장에 들어왔다.


눈앞에 돈이 흐르는 게 보여야 뭐라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초등학교 때 학원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곧장 가지 않았다. 


동네 오락실로 미친 듯이 달려갔다. 


내가 살던 곳 길 건너 상가 지하에 오락실이 있었는데 괜히 들어가기 꺼려지는 그런 낡고 초라한 곳이었다.


입구에서부터 뜨거운 열기가 느껴진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독특한 묵은 냄새도 난다. 


90년대 오락실은 비행청소년들 탈선 장소라는 인식이 있어 가서는 안 되는 분위기였다.


오락실에서 오락하다 아버지 손에 그대로 끌려나간 애도 있었다.


피시방이 생기기 전까지 혼자서 백 원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노는 유일한 곳이었다.


오락에도 트렌드가 있었다. 인기 있는 신종 게임은 사람들이 줄 서있다.


마냥 대기할 수 없어서 다른 게임을 하며 기다리곤 했다.


그러다 나는 축구 게임에 푹 빠져서 항상 1순위로 이 게임부터 시작한다.


일종의 루틴이다. 일단 잘해서 이기는 게임을 해야 그 기운으로 다른 게임까지 잘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게임을 잘한 것은 아니다. 어떤 게임을 하든 1라운드를 못 넘겼다. 


돈은 다 떨어지고 기분 상해서 집으로 온 날도 많았다. 


" 왜 항상 지지?"


" 그 축구게임 컴퓨터를 상대로 이기는 게 가능할까?"


" 오락실 주인아저씨가 컴퓨터 레벨을 조작하는 거 아닐까?"


누구나 한 번은 의심을 한다.


그러나 그 의심도 잠시, 당장 그 게임이 너무 재밌어서 항상 푹 빠져 있었다.


골을 넣으면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고, 지면 졌다고 아쉬워했다.


그렇게 100원을 넣고 넣고 시간이 흘러 결국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 오락기에 내가 쓴 돈이 얼마인지 모른다. 


그냥 루틴 하게 학원을 마치고 달려가 게임을 했고, 게임 끝나면 집에 왔다.


어느덧 감이 생겨서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내 손놀림을 볼 수 있었다.


오락실을 다니며 그런 경지에 이르기까지 반복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아주 단순한 이치다.


나는 투자, 트레이딩을 하면서 이 단순한 이치를 항상 되새긴다.


내가 그 경지에 이를 때까지 실전에서 최대한 많이 경험을 쌓아 보는 것이다.


경험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기분과 감정 분위기 여러 가지를 온전히 몸으로 느껴보자는 것이다.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최소 금액으로 시도해야 한다.


이 원칙을 고수하며 3년을 보냈다.


아주 작게 여러 번 꾸준히 그리고 매일 시장 경험을 했다.


단순한 나의 전략이다.


그리고 사고팔며 느낀 생각이나 감정 등 모든 것을 기록했다.


매매일지를 작성한 것이다.


일지를 꾸준히 쓰는 게 부담되지 않게 양식을 간소화했다. 


나만 알아보면 된다.


그렇게 쌓인 매매일지는 내 큰 업적이다. 


수천번의 매매 경험이 쌓였고 나의 투자, 매매 패턴이 반복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잘못된 트레이딩 방식을 수정해 나가는 것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기에 늘 같은 실수를 하고 있었다.


나의 일인 전업투자자의 생활은 매일 같이 수련하고 도를 닦는 행위랑 비슷하다.


의사 결정을 하고 거기에 결과 값을 기다리고,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면 정리를 하고


철저하게 복기해서 반성을 하고 이런 생활이 늘 반복된다.


처음에 시작할 땐 이런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까 역시나 불안과 의심이 가득했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 보니 4년이 지났다. 


그래서 요즘은 결과와 상관없이 돌일 킬 수 없는 선택을 그저 수용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한다.


그래도 회사 일보단 더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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