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를 학교 근처까지 아침에 자동차로 데려다주곤 한다.
아이 친구 맘과 번갈아 가며...
오늘은 내 차례라 아이들을 태우고 학교 근처에서 내려줬는데 가만히 보니 딸아이가 우산을 차에 두고 내린 것이다. 자동차 창문을 열고 아이를 계속 불렀지만 아이는 듣지 못했고, 그러다 큰소리로 여러 번 소리쳤더니 그제 서야 아이는 내 쪽을 바라봤다.
“너 우산 두고 내렸어, 이따 비 올 수 있으니까 우산 가져가야지”
그때 내 언성은 높아져 있었다. 아이가 계속 내 목소리를 듣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아이는 크게 짜증을 내며
“아니 왜 화를 내고 그래, 나 참... 그냥 좋게 말하면 될 것이지. 진짜 아... 아이 씨”
그러면서 자동차 문을 쾅 닫고 걸어가는 것이다.
그때 아이 친구가 우리 모녀의 대화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고 순간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마치 아이 친구 앞에서 톡톡히 망신을 당한 것 같은 묘한 기분까지 들며 말이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는동안 내 기분은 어느새 저기 멀고 먼 땅 끝 마을까지 뚝 떨어져 있었다.
‘아...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부족하지만 부모 노릇 한다고 최선을 다하며 키워온 것 같은데...’
‘그동안 내가 저 아이를 키우며 어떤 실수를 한 걸까’
‘사춘기라고 해도 어떻게 이토록 버릇없이 행동을 할까’
‘앞으로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 모든 것들이 혼란스러웠다.
내가 사춘기 청소년의 철없는 행동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걸까.
지금이라도 아이를 예의 바르고 바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또 가르친다면 아이는 변할 수 있을까. 부모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하루하루 시간이 쌓이면서 그만큼 익숙해지는 게 아니라 매일 새로운 문제를 만나게 되는 것처럼 어렵게만 느껴진다.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와 아침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웃으며 집으로 들어온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며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 지 난감하다.
나 역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세상 진지한 목소리로 “이리 와서 좀 앉아봐”라고 말문을 열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