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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볼 수 있을 것 같아?

두 번째 만남 기록

by 킴스토리 Mar 20. 2025

두 번째 만남 전까지 남은 시간은 7일. 그 일주일 동안 연락을 주고받으며 친해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보통은 소개팅 다음 바로 연락을 주고받기 마련인데, 그날 통의 연락도 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연락에 의미부여를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매일 연락하는 편할 있지만, 상대는 그게 아닐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어쨌든 다음 만날 날을 당일날 정했으니까, 번째 만남 이후에 확실해지면, 그때부터 연락을 주고받아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변 반응은 달랐다. 그래도 매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스몰 토크도 하고,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서로 일상도 공유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그게 맞는 것 같았다. 갑자기 마음이 어려워졌다. 그렇게 토요일 하루가 지나가버렸다. 온갖 생각에 빠졌다. 상대방은 나를 한번 더 보고 싶긴 한데, 매일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는 아니었나? 이런 생각에 빠져서 마음이 괜히 불안했다. 내가 먼저 연락을 해도 됐지만, 그 연락을 상대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선뜻 나서지 못했다.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다. 주일 예배 전에 잠시 기도를 했다. 조금 웃기긴 하지만, 만약 우리가 만나게 돼서 서로에게 신앙적으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주님께서 지지하신다면 오늘 예배가 끝나고 먼저 연락이 오게 해달라고 했다. 그래야 나도 내 걱정을 내려놓고 조금 더 확신을 갖고 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아무리 확신을 가져도 주님의 지지하심이 없으면 멈추는 게 나으니까.


믿음으로 기도는 했지만, 사실 기대는 안 했다. 그런데 예배 후에 정말로 연락이 와있었다.


"교회 잘 다녀왔어요?"


너무 놀라서 입을 틀어막고 옆에 있는 친구한테도 연락이 왔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두 번째 만남 전까지 매일 연락을 주고받았다. 매일 연락은 하지만 그래도 마음에 큰 확신은 사실 없었다. 오빠는 일단 표현에 서툰 사람 같았다. 연애를 너~무 오래 쉬어서 감을 잃은 것 같다고 하긴 했지만, 어쨌든 표현이 부족하니까 이 오빠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연락만으로는 확신을 얻기에 쉽지 않았다. 아마 이전의 나였다면, 이런 상태에서 내 마음을 더 열지 않았을 것 같다. 표현을 받고 싶은 게 여자의 당연한 심리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내 반응이 달랐다. 처음 만났던 날 오빠는 자신이 정이 너무 많은 사람이라, 마음을 열기까지 시간이 꽤 필요하다고, 대신 한번 마음을 열면 다 쏟아붓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전까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차갑다고 오해한 적이 많았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지금 연락을 주고받는 것만 두고 생각했을 때는, 내 이전의 연애와는 너무 다르긴 해서 나도 낯설고 아리송하긴 했지만, 왠지 모르게 그렇다고 이 오빠의 마음에 대해서 나 혼자 재단하거나 판단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참 신기하다. 내 성향상 그게 안 되는 사람인데 말이다.


일주일 동안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그래도 서로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고 친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두 번째 만남 당일, 오빠는 퇴근하고 내 회사 앞으로 왔다. 오빠는 살면서 코엑스에 처음 와본다고 했다. 그 처음을 내가 함께할 수 있어서 기뻤다. 밥 먹으면서 서로 말도 놨다. 그리고 연락에 대해서 내가 어떤 점을 아리송하게 느꼈고, 심지어는 살짝 서운하기까지 했는지 나눴다. 오빠는 앞에서 계속 웃었다. 이런 감정이 너무 오랜만이라 이상하고 또 이상하다고 신나서 웃었다. 마음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지켜보겠다고, 나도 좋은 마음이니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거 아니겠냐고 웃어넘겼다. 아직 사귀는 것도 아니니까 이 정도가 딱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말한 것 자체가 이미 안 적당한 걸 수도) 어쨌든 밥 맛있게 먹고 코엑스 필수코스인 별마당 도서관도 구경했다. 그리고 내가 준비한 책도 선물해 줬다. 오빠가 올해 책 10권 읽는 게 목표라고 해서 꼭 주고 싶었던 책을 선물해 줬다. (문상훈-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 오빠는 책 선물 처음이라고, 엄청 감동받았다며 너무 고마워했다. 내일 일본 여행 갈 때 이 책을 갖고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오빠의 그런 반응이 참 고마웠다.


금요일마다 송도 본가로 가는 나를 배려해서, 오빠는 어차피 집으로 가야 하니까 같이 송도로 넘어가자고 했다.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서 센트럴파크로 갔다. 대중교통을 타고 한 시간 반 정도를 같이 갔는데, 혼자였으면 지루했을 법한 길이 멀게만 느껴지진 않았다. 그리고 지하철을 갈아탈 때마다 벽 쪽에 기대라고 배려해 주는 오빠에게 고마웠다. 센트럴파크에 도착해서 우리는 가볍게 산책을 하고 집 쪽으로 걸어갔다. 집 앞에서 오빠가 다시 돌아갈 버스를 같이 기다렸다. 그런데 오빠가 갑자기 진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어때? 나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아?"


갑작스러웠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타이밍에 나눈 이야기라 그 앞에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어쨌든 나는 오빠를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이렇게 중요한 이야기를 왜 버스 2분 남았을 때 해~"

"다음 버스 탈게."

"우리 되게 청춘 같다. 학생 때 연애하는 것 같아."

"그러니까. 지금만 누릴 수 있는 거야."


그리고 우리는 정류장에 앉아서 마저 이야기를 나눴고, 오빠는 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내가 잘 맞춰주지 못하는 사람인 것 같아서 사실 걱정이 됐어. 너는 취미도 많고 이것저것 다양하게 하면서 지내는데 내가 그걸 다 맞춰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들었어."


"오빠 생각보다 걱정이 되게 많구나. 나 생각하는 것만큼 부지런하고 대단한 사람도 아니야. 그냥 나는 혼자 보내는 시간에 잡생각 안 하려고 취미생활을 했던 거고. 그리고 그걸 난 다른 사람한테 강요하지도 않아. 나는 그동안 연애할 때 맞춰주는 게 더 익숙했던 사람이야. 그러니까 그런 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그거 때문에 날 만날 수 있을지 말지 고민했다는 거야?"


"아니, 내가 널 만나는 걸 고민하진 않았어. 그냥 내가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나를 두고 한 고민이었던 거야. 나는 너 만나보고 싶어. 그래서 더 만나고 싶어."

"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당돌해!"

"내 주변에 이렇게 겸손한 사람 처음 봐. 그리고 무엇보다 기독교 가뭄의 시대에 이런 사람 만나는 거 쉽지 않아."


그리고 오빠는 내 손이 너무 차갑다며 살짝 잡아줬다. 오빠를 버스에 태우고 그렇게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연락만 할 때는 이런 오빠의 마음을 느끼기 쉽지 않았는데, 대화를 하니까 확실히 더 확신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집에서 부모님과 마저 나눈 대화는 내게 더 힘이 됐다. 나에게 안정감을 주는 만남은, 나의 멘토 목사님, 부모님의 지지가 필수적이고 다음으로 상대방이 주는 표현과 확신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이날 대화는 조금씩 그 안정감을 채워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전 연애에 대한 상처는 누구나 안고 사는 법이지만 나는 그 상처 때문에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는 게 두려웠는데, 오빠와 만나서 보내는 시간이 주는 즐거움은 그 두려움을 뛰어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 조금 더 확신을 갖고 알아가면 되겠다. 무엇보다 기도로 준비하면서.


(그런데 오빠는 이날의 대화가 고백이었다. 그리고 이날부터 만나는 걸로 알고 있었다. 사실 나는 이날부터 만남이 시작된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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