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elizMong Dec 10. 2020

Memento mori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by 샐리 티스테일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찾아온다. 우리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살고 숨 쉬고 대사 작용하는 유기체로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폴 칼라티니 - 숨결이 바람 될 때 中



  샐리 티스테일이 지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이란 책에서도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우리는 사라지기 때문에 아름답고 영원할 수 없어 고귀하다.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저자가 작성한 이 문장에 대해서 이 책의 편집자분께서는 '죽음은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는 철학적 깨달음의 대상이었다'라고 주석을 달아주시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사연을 가진 죽음들을 봤었습니다. 해부학 실습 때 마주했던 시신에서 시작해서 법의학 실습 때 부검을 하면서도 경험했었고, 의사가 된 이후에는 응급실, 병실, 중환자실에서도 경험했고, 요양병원에서도 경험을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초등학생 때 '인체의 신비전'에서 플라스티네이션으로 방부 처리된 시신을 봤었던 때도 있었네요.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를 읽으면서 죽음과 관련된 기억들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흔히 해부를 지적 경험이라기보다는 심리적 경험이라고들 말한다. 나에게는 둘 다 였다.... 해부용 시신을 만지면 막연하던 죽음이 명확하게 다가온다. 주체가 객체로 바뀌고 사람이 사체로 바뀐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반대로 되기도 한다. 이 사체는, 딱딱하게 굳은 이 객체는 사람이다. 아니, 사람이었다.
 온기가 돌고 살아 숨 쉬던 사람이었다. 사체는 평범한 객체가 아니다. 절대로 평범한 객체일 수 없다. 이 특별한 객체는 살아서 움직였다.
 ... 내 몸에 붙은 소중한 손처럼 유연하고 활기찬 살아 움직이던 손이었다. 펜을 쥐고 삽질을 하고 아이를 씻기고 누군가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이었다.... 그제야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게 실감 났다.


  방부 처리된 해부용 시신과 마주하고 있던 동안 샐리 티스테일과 같이 이분들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기도 했었지만, 어쩌면 자신의 모든 것일 수도 있는 본인의 신체를 의학의 발전을 위해서 기증하신 기증자의 숭고한 뜻에 감사함도 느꼈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의학 공부를 해야겠다는 의지도 생겼었습니다. 


  이 책은 글을 읽고 있는 우리 자신의 죽음은 물론, 우리와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준비하기 위한 책이라고 저자는 소개하고 있습니다. 


   '죽음'이라는 주제 자체가 주는 무게감 때문에 구체으로 죽음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람은 죽고, 죽은 이후에 신체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 평소에 알기는 어려운데, 이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잘 정리가 되어있었습니다. 생물학적인 고찰 이외에도 죽음에 대한 철학적인, 종교적인 생각들에 대한 소개,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경험하였던 저자 자신의 경험도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사람이 호스피스 케어를 받는 등 죽음과 가까워지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말과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말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뇌사, 조력사, 장기기증, 사전 연명치료 등에 대한 내용도 다루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이전 02화 의외로 서정적이었던 소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