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른 마음을 안고 가라앉을 수 있겠니.
166. 행복을 줄 생각이 없으니까. 그걸 왜 나한테 묻는 거요. 그건 당신이 챙겨야지. 난 한 번도 행복을 보장한다고 한 적이 없습니다. 애초에 그걸 보장할 수 있겠어요?
167. 쌓아 올렸던 게 모조리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본 거 아니었어? 그런 거 아니었냐고.
168. 건설 폐기물 운반차량. 이걸 전부 들춰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여기에 사람이 묻혀있을 거라고 누가 예상할 수 있겠어.
169. 자객은 나이 들어 쓰러지고 숲이 세워지면서 세상은 극점으로 향했다. 아무리 해도 격조는 무너지지 않고.
170. 큰 나무 밑에서 큰 그늘을 두루 만지면서 놀았다. 놀면서 자라고 싶었다. 잘한다. 자란다 잘한다.
171. 기름값이 이렇게 싸질 줄 몰랐죠. 쫄딱 망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아니었어요. 천천히 망하는 거지.
172. 전깃줄이 꼭 전구를 매달아 놓은 듯 빛나고 있었다. 오늘은 성탄절이 아닌데도 부처님이 오신 날이 아닌데도 축하하고 싶었다.
173. 첫사랑은 왜 항상 실패하게 될까. 그게 궁금했다. 그게 궁금해서 자꾸 실패하고 살았다.
174. 너른 마음을 안고 가라앉을 수 있겠니. 같이 있어주면 안 되겠느냐고 물어봐줄 수 없겠니.
175. 사람의 약한 부분을 집요하게 노리고 공격하는 사람은 나쁘고 아픈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러지 말아요.
176. 묻고 싶은 게 있다. 환상을 환상으로 두는 게 좋은지. 아니라면. 환상을.
177. 이겨낼 수 있는 순간이 있을 거고. 없는 순간이 있을 테다. 끝내 성취해야 하는 무언가는 놓치지 않고서.
178. 상상하기 힘든 결과가 일어났다. 경험이 앞질러가고 속도가 자라났다. 경쾌한 믿음이 있다.
179. 그럼 또 꼽아야지. 신점을 내리는 사람. 예언이 틀리다고 믿으면서 또다시 경험 없이 사라지는 사람.
180.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쏟아질 듯이 조팝나무가 휘둘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