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지요, 이렇게 쓰는 줄 14

애써 굴고, 파헤치면서 내가 옳음을 증명하고 싶겠지.

by 김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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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사회는 피해자에게 차갑지 않아야 하고 이걸 명확하게 나누려고 하는 게 지금의 움직임인가. 피해자의 보호 회복에 집중하는 사회. 가해자는 엄벌에 처하게 만들고.


197. 더러운 건 눈앞에서 치워야 하나. 피해야 하나. 피하면 누군가는 맞지 않을까. 그래도 피하지 못한 사람은 또 다치지 않을까.


198. 돌아다니면서 멍청해지는 게 아니다. 그 사람은 싸웠던 사람일 수도 있겠지.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웠을 수도 있겠지.


199. 그건 나와 무관한가. 무관하지 않은가. 궁금하다. 궁금한가. 답은 정해놓은 게 아닌가. 싶어서. 그럼 뭐 하러 묻지. 또 묻는 행위가 중요하다고 해봐.


200. 그리고 또 유보해. 김학윤. 또 유보해서 끝내 사라져. 다시는 묻지 마. 결정하지 마라. 결정이 중요하지 않아서 유보하는 게 아니야. 유보하는 게 의미가 있어서 유보하는 거야. 그런데 뜻 없다면 그러지 말고. 그러지 말라고.


201. 부산스러운 일도 그만하자. 난 뽐내려고 그러는 게 아니잖아. 아니잖아? 정말 아닌가. 난 자꾸 화풀이를 풀고. 풀어서 던지고 벗어나고. 뭘 하고 싶은지 모르고. 모르는 척하고 척척하다가 척척박사가 되려고 하나. 뭘 굴어서 굴다가 비껴가고.

202. 생각은 놓으면 편하네. 훅하고 놓아버리면 편한데. 편한 게 불편하게 느껴지고 움직이지 말자고. 움직이지 말자고. 난 반복하면서 의미에서 벗어나고 싶나. 싶은 게 의미에서 벗어나기? 딴지 같은 소리.


203. 시비를 걸고 싶은 거라면 그랬으면. 아 그러고 보니 너도 그랬다고 했다. 대항했다고 그랬는데 너를 닮아가는 걸까. 너도 없는데 너를 닮아간다는 게 말이 안 되고, 우린 쭉 지나가고.


204. 시간은 상대적. 밀도. 지금 나에게 영향을 주는 시간과 미래의 내게 영향을 주는 시간이 당연히 다를 테니까. 기억하자. 난 뭐에 이렇게. 굴까. 굳이 접붙이려고 할까.


205. 바락바락 소리를 짚어내고 이걸 아버지한테 풀어내도 사람이 사람으로 살면서 힘들 수도 있는데 지칠 수도 있는데 그 사람도 누군가의.


206. 내가 모르는 누군가의 평안을 비는 일보다 내가 아는 연예인의 애도를 비는 일이 하도 편해져서. 그만해야 해서.


207. 다 집어넣고 홀연해지고 싶으나 또 그럴 수가 없지.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피할까. 피하려고 하는 걸까.


208. 피한다고 피해진다고 믿고 싶지 않겠지. 애써 굴고, 파헤치면서 내가 옳음을 증명하고 싶겠지.


209. 나의 비겁함을 자꾸 증명하게 된다. 이런 걸 증명해서 어따써야 하는지. 잘 몰겠다.


210. 남의 불행으로 글을 썼으니 언젠가는 벌 받을 거야. 그럴 거야. 그게 언제인지 모르니 이러는 거야. 이러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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