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도 받아야 해요.
151. 오 년간 아홉 번의 이사가 있었다. 많이 이사를 다닌 건가. 동년배 중에선 이 정도로 이사를 다닌 사람이 적긴 했다.
152. 책을 쓰기 때문에 좀 알아야 해. 글 쓰는 사람이 이것도 모르면 어쩌냐. 이런 말을 숱하게 들었다.
153. 마음 같은 게 쓰이고 소진되어 다시 어떻게 발화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러면 모든 게 다 괜찮아질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런 게 아니가 싶고.
154. 갓길에 차를 대고 노상에서 물건을 파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러기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 말에 동의하면서도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155. 정류장까지는 꽤 오래 걸렸다. 거기 간다고 해도 도착하는 건 아니다. 지나가는 곳이다. 영영 머무를 수는 없다.
156. 혼자 놀 수 있는 곳에 아이를 두고, 놀러 들어갔다. 그건 꼭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꼭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157. 대통령이 태어난 동네라고 했다. 여기가 생가라고. 한창일 때는 생생했지. 지금은 다 망한 동네야.
158. 다들 어린이가 아닌 걸 알고 있지. 어떻게 생각해. 언제부터 어린이가 아니었던 거 같아.
159. 숫자를 세다가 알게 된 거지. 새삼 스물다섯이라는 걸. 아무런 기표나 기의 없이 오롯하게 있을 수 있을까. 본질.
160. 형이 있으니 식이 무너지지 않았다. 다들 싸우려고 했으니. 증명한다는 건 뭔지. 알아야 했다.
161. 선인들이 너무 많지. 악인들이 너무 많지. 지탱하면서 견뎌보는 거. 오래 지속하며 고스란히.
162. 건너뛰자. 전부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나아갈 수는 있었다. 기꺼이 무릎을 내주면서 싸우듯이.
163. 곤드레 밥을 먹자. 곤드레나물의 유래를 알고 싶었다. 다시는 알지 못할 거 같았다. 지금 알지 못하면.
164. 선물을 준비했어요.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싫다고요? 싫어도 받아야 해요. 당신은 시간을 가져야 해요.
165. 우리가 묶어둔 모든 일들을 풀어내세요. 아무리 해도 해소되지 않는 일을 기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