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더러 알려주지도 않는데도 울컥 그랬습니다.
136. 메모는 쓰고 끝이 아니라 쓰고 나서 시작되는 거 같다. 내던지듯이 메모를 쓰는 게 아니다. 기억하려고 메모를 쓰는 거지.
137. 화단에 핀 꽃들을 보다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무엇일지 생각했습니다. 꽃이 더러 알려주지도 않는데도 울컥 그랬습니다.
138. 십 년 전에는 고작 열다섯이었습니다. 그때도 저는 고작이라는 말을 두루 쓰면서 헤매곤 했습니다.
139. 어쨌든 에둘러 말해도 사사로운 평화로 남곤 했다. 당신은 고요하거나 깊고 무릎이 남거나 비우고는 했으니까.
140. 내뱉거나 드러내는 사람이 좋다. 평화라는 게 곧이곧대로 일어나는 건 아니었으니까.
141. 자주 증명할 일이 많아졌다. 사회 속 일원이 된다는 건 증명할 일이 많아진다는 거 같았다. 단적인 예로 증명사진이 있었지.
142. 아무도 줍지 않아서 나도 줍지 않았다. 목도리는 있다가. 있다. 밟혔다. 농담이 생각났다.
143. 우원기기균학. 특이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다시 들어도 기억할만한 이름이라고 봤다.
144. 맘모스와 매머드는 같은 말이구나. 그렇구나. 싶다가도. 그건 다르지 않나 싶었다. 비슷한 듯 다른 게 세상에는 너무 많고.
145. 매조지라는 말을 생각하면서 그 이외에 어떤 말을 더 덧붙일 수 있을지 따져본다 그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146. 인스타그램에는절망이없다. 그건 그렇다. 왜냐하면 절망이 없기 때문입니다.
147. 코로나 19로 생긴 경로 우대칸에 타는 노인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더 위혐한 게 아닌가. 거기 있는 모두 다 죽자는 거 아닌가.
148. 싸우는 사람이 싸우는 방식을 선택할 수 없었다. 기꺼이 덤벼들어야 했다. 어떻게 싸우든 대처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곤 했다.
149. 도구가 인간을 바꾼다면 도구가 바꾼 인간이 다시 무엇을 바꿀 수 있을지 생각해보곤 했다.
150. 5000원을 받을 수 있을까. 이마트에서 체크카드가 아니라 영수증 바코드를 내밀어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했고. 그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