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 있어서 여기는 조금 살 만해졌습니다.
106. 절박하지 않아도 좋은데 절박한 사람을 비웃지는 말아야 한다. 내가 하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하지 않는다고 해도 말야.
107.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사람과의 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108. 중형 마스크는 너무 작다. 대형 마스크를 쓰자. 파운데이션이 자꾸 묻는다고 해도.
109. 어느 날 나는 거절했습니다. 나는 거절한 뒤 자꾸 거절하게 되었습니다.
110. 오늘은 잊어버리고 내일은 접어버리세요. 큰 일 같지만, 큰일이 아니여요.
111. 나는 당신의 경험이 아니지만 당신과 함께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하지만. 당신을 이해하고 싶습니다. 나의 문법으로도.
112. 말이라는 건 닿기도 하고 휘발되기도 하겠습니다. 쓰러지기도 무너지기도 하겠습니다. 그래도 계속하겠습니다.
113. 다행이다. 당신도 있고. 나도 있고. 두루 있어서 여기는 조금 살 만해졌습니다. 토끼나 사슴의 문법을 떠올려봅니다.
114. 그려보자. 그릴 수 없는 부분이 생길 때까지. 채우고 경영하자. 이끌고 내버려 두자.
115. 어쩐지 억울한 날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더욱이 억울한 파란 하늘 둥실한 날에는 말이에요.
116. 생각해 보면 억울한 날들도 지극하게 많았어요. 곱씹어보면서 돌이켜볼 수 있었어요.
117. 신경 쓰고 해결되지 않은 일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동하는 모든 것.
118. 힘들지. 묻는다. 힘든가. 묻는다. 힘들다면 어떻게 해야 해. 대답한다. 힘들다면 놓아야 해. 대답한다.
119. 너에게로 가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던 지난날을 넘어서 기어이 탈출할 수 없던 시기로 간다.
120. 몰아서 할 수 있는 일과 그럴 수 없는 일. 그르치는 나와 포기하는 나 사이에서의 합의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