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늘 그렇고 그런 인생을 살 거고 빛나던 순간은 돌아오지 않잖아.
346. 표지판이 날아간 자동차가 있었다. 저거 불법 아닌가, 해도. 저건 불법이 아니었다.
347. 귀를 찢는 소음과 절규는 닮아 있었다. 듣기 싫다는 점에서 그리고 계속 이어진다는 점에서.
348. 차선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자동차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호가 바뀌면 금방이라도 출발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349. 현실은 갑작스럽더라도 소설 속에서 갑작스러운 건 무책임하게 비칠 수 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350. 그 애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정 그렇더라도 그건 아니었어.
351. 다 좋은 사람도 아니었고, 나쁜 사람도 아니었다. 전부가 그랬다. 판단하기 어려워져서 유보했다. 선택인 줄 알았다. 남들보다 조금 더 사람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예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나 난 어려워서 문제를 놓아버린 수포자의 심정이었다. 답이 있는 가 없는 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답을 구하려고 하지 않았다.
352.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그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이렇게 말하면 하나마나 한 소리 하지 말라고 하겠으나 어쩌겠는가. 난 이런 소리 밖에 못한다.
353. 낭독을 멈추고 그 애가 나를 쳐다봤다. 나도 그 애를 쳐다봤다. 정적과 오목한 부분의 반복.
354. 기울어진 쪽으로 더 기울어지기로 했다. 그 편이 편했으니까. 몸이라는 게 움직이는 대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모든 게 겨울과 마찬가지였고 덜 떨어진 건 이제 다 그치게 되었다.
355. 기다리는 쪽은 항상 나였다. 나는 그게 늘 힘들었다. 나만 손해 본다는 생각이 실제로 내가 손해 보는 거보다 더 나를 괴롭게 했다.
356. 이제 오독을 기다려야 하네. 이 글이 누구에게도 제대로 읽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럼 그런 글을 왜 쓰는 거야. 알기 때문이다. 부끄럽지 않다.
357. 숫자만 의미 없이 세었다. 의미가 없지는 않았다. 난 당신을 모르고 당신도 나를 모르고 헷갈렸으니까. 괴롭고 곤란했으니.
358. 섬에 있는 건 오로지 나뿐이었다. 그 안에서 헤엄을 치던 유영을 하던 전부 다 한 사람 탓처럼 느껴졌다.
359. 공구가게는 문을 닫고 거리는 삭막해졌다. 길고양이들이 어슬렁거렸으나 전부 말랐다. 시기가 있었다. 좋았던 시기가. 그러나 전부 망치고 말았다.
360. 그건 어떻게 생각해? 글쎄 어떻게도 생각하지 않아. 난 늘 그렇고 그런 인생을 살 거고 빛나던 순간은 돌아오지 않잖아.
361. 빛을 지고 걷는다. 주름이 생길 때마다 기울어지고 거기에 속고 싶었다. 시간이라는 게 녹록지 않은 순간에도 줄곧.
362. 밤을 새우는 일이 반복됐다. 괴로워지고 힘들어지면 금방 잊을 수 있겠지. 그건 나의 바람이었다.
363. 아무리 노력해도 가 닿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걸 그때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돌아가고 싶었다.
364. 지하철은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번화가로 갈수록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는 죽고 싶어졌다.
365. 반복하는 게 더 이뤄지지 않았다. 폭발을 생각한다. 여기까지가 끝이고 우리는 다시는 만나지 말자. 정말로. 정말.